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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금융계열사 소공동으로 ‘헤쳐모여’

태평로 본사는 금융 총본산, 서초타운은 비금융 전진기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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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3호 박현군⁄ 2009.04.13 14:27:57

삼성카드의 태평로행이 확정됐다. 삼성카드는 서울시 중구 태평로에 있는 삼성그룹 본사 건물 중 20층부터 27층까지 7개 층을 사용하게 된다. 현재 공사는 대부분 완료된 상태. 하지만 태평로 빌딩은 삼성카드를 맞이하기 위해 20층에서 27층까지만 단장하려던 계획을 벗어나 19층부터 28층까지로 공사를 확대하는 바람에 입주예정일이 연기됐다. 이와 관련, 삼성그룹은 “삼성카드가 입주해서 업무를 보고 있는 와중에 아래위 층에서 시끄러운 공사를 진행할 수는 없다”며 “이왕 공사하는 김에 몇 개 층도 함께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돼 공사 내용을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삼성카드가 이사를 가게 되면 종로5가에 위치한 현 삼성카드 본사는 외부 임대를 주게 된다. 이와 관련, 이데일리 등 일부 언론에서는 “삼성카드가 태평로 입주를 미룬다”며 대대적인 보도를 한 바 있다. 그러나 금융업계는 “두 달 혹은 수 개월 입주를 연기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 결국 올해 안에 삼성카드가 종로5가를 떠나 틀림없이 태평로로 입주할 것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태평로 본사 건물에서는 무슨 일이… 삼성그룹 계열사를 나누면 크게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로 나뉜다. 금융계열사란 삼성생명을 필두로 삼성증권·삼성화재·삼성카드를 의미한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하는 비금융계열사는 강남의 삼성사옥에, 금융 4계열사는 태평로 사옥에 뭉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그룹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삼성SDS 등 계열사들은 이미 강남 사옥으로 모두 옮겼고, 현재 태평로 삼성 본관에는 금융계열사들을 맞이하기 위한 단장이 한창이다. 이 같은 태평로 본관에 가장 먼저 입주하는 계열사가 바로 삼성카드다. 이후 삼성화재와 삼성증권도 차례로 입주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삼성증권·삼성화재·삼성카드 중 자사 건물에 입주한 곳은 삼성화재가 유일하다. 을지로에 위치한 삼성화재 본사 빌딩은 21층 높이에 연 면적 1만6732㎡(1654평)에 달한다. 그 외에 삼성카드와 삼성증권은 모두 다 다른 건물에 전세로 입주해 있다. 특히, 양사 중 삼성증권은 삼성생명 소유 건물에 입주해 있다. 이 때문에 삼성화제는 본사를 태평로 삼성 본관으로 입주할 경우 현재의 빌딩에 들어설 세입자 등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카드는 그 같은 고민이 필요 없는 상황. 금융계열사들 중 가장 먼저 태평로 본사로 입주하게 된 배경이 바로 그것으로 보인다. 삼성카드는 지난달 16일 태평로 본관으로 입주키로 최종 결정한 후, 태평로 삼성그룹 본사 빌딩의 소유주인 삼성전자와 보증금 84억 원, 연간 임대료 101억 원에 입주계약을 맺었다. 다만, 삼성 금융 소그룹의 맏형 삼성생명은 태평로 사옥으로의 이전을 아직까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생명의 한 관계자는 “카드·화재 등의 태평로 사옥 입주결정은 삼성 금융계열사들을 한자리에 모으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태평로 바로 옆 건물에 위치해 있는 상황에서 굳이 입주를 서둘러야 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카드 다음 입주 예정은 삼성증권 삼성증권은 삼성생명 소유의 종로2가 빌딩을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삼성카드가 입주를 완료한 뒤인 올해 8월과 9월 사이에 태평로 본관으로 입주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의 한 관계자는 “삼성증권의 추가 리모델링이 마무리된 이후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삼성카드의 아래층을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금융 소그룹의 태평로 입주는 지난 2006년 서초동에 삼성타운을 시행할 때부터 결정된 사실이다. 그리고 서초타운의 외관이 갖춰진 후 가장 먼저 이건희 회장실, 이학수 부회장실, 그룹 전략기획실 등 그룹 수뇌부가 입주했으며, 이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도 당시 서초동 사무실로 출근했었다. 그리고 2007년 6월 삼성중공업, 2008년 11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등 비금융 중요 계열사들이 서초동 타운으로 이주하면서 삼성그룹의 심장부, 삼성의 본가라는 명성을 서초타운에게 넘겨준 채 초라한 이름만을 유지해 왔고 공실률은 높아만 갔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태평로 본사의 초라한 현실은 삼성그룹의 금융 허브 센터로 탈바꿈하기 위한 일보후퇴일 뿐”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주요 계열사들이 서초타운으로 이전을 마친 지난해 12월부터 태평로 본관은 금융계열사들을 새로운 주인으로 맞이하기 위한 리모델링 작업에 착수한 바 있다. 잠시 불거졌던 삼성본사의 석면 논란도 리모델링 과정에서 제기됐던 것. 지난주에 석면 논란은 사실무근으로 결론이 났다. ■비금융계열사 “서초동으로 가야지” 이처럼 삼성 계열사들이 금융→태평로, 비금융→서초동으로 명확히 분리되자, 난감해진 곳은 삼성석유화학. 동사는 아직 태평로의 삼성생명 본사 14층에 그대로 위치해 있다. 그런데 태평로 본사로 카드·증권·화재·생명이 모이고 비금융 계열사가 하나도 없게 되면, 삼성석유화학은 망망대해의 무인도와 같은 처지에 빠지게 된다. 이 때문에 삼성석유화학도 이달 중 서초동 이전을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돌입했다. 금융계열사의 태평로 입주와 함께 아직 강북에 남아 있는 제조계열사인 삼성석유화학도 이달 중 서초동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짜고 있다. 삼성석유화학의 한 관계자는 “서초동에 입주할 동과 층을 기존 입주사들과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금씩 조율한 후 최종 결론이 나는대로 서초동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말하는 삼성석유화학의 속내는 편하지만은 않다. 이미 삼성타운에 입주할 자리가 없기 때문. 현재 삼성타운에는 A동에 삼성중공업, B동에 삼성물산, C동에 삼성전자가 입주해 있다. 그러면 삼성의 거대한 위상을 확인해볼 수 있는 서초동 삼성타운의 모습은 어떨까? 긴박하게 돌아가는 분위기가 동종 계열사 경영자끼리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실제 정경은 예상 외로 썰렁하다. 특히, 삼성전자 사장단이 입주해 있는 사무실은 때때로 사장은 고사하고 여직원·여비서도 없이 텅빈 공간에 문까지 잠겨 있기가 부지기수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장들은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현지 생산공장으로 직접 출근해 결재와 업무를 처리한다”며 “서초타운에는 사장단회의 등 굳이 업무가 있을 경우에만 잠깐씩 올라오는 것이 일상화됐다”고 말했다. 반면,삼성중공업과 삼성물산이 입주해 있는 A동과 B동은 상시 북적이는 분위기다. 삼성물산이나 삼성중공업은 조직에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긴장감은 계속 고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사실상 본사 해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한 데 대한 위기감과 충격이 전이된 때문이다. 이 점도 삼성타운 내에 모여 있기 때문에 그 분위기가 빨리 퍼졌다는 분석이다. ■태평로의 힘 삼성그룹 계열사의 모든 이동이 완전히 마쳐지면 태평로 본사에는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 등 4사, 서초동 삼성타운에는 4개 금융계열사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계열사가 모이게 된다. 그러면 삼성그룹의 힘의 추는 어느 곳으로 이동할까? 당연히 서초타운으로 보인다. 입주 계열사 수도 그렇고,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삼성에스원 등 입주 계열사들의 비중을 봐도 그렇다. 특히, 삼성전자는 소속 법무팀에 수십 명의 변호사와 법무사·변리사 등이 포진해 있으며, 이들은 그룹 차원의 모든 법적 문제들을 관장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그룹 산하 계열사의 모든 특허권을 법적으로 소유 및 관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건희 전 회장, 이재용 전무 등이 실질적으로 적을 두고 있는 그룹의 중추이며, 삼성물산은 창업주 고 이병철 전 그룹 회장이 최초로 일으킨 삼성그룹의 모기업이다. 또, 에버랜드는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중요한 회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평로의 힘이 서초타운에 밀리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와 흥미롭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언 듯 객관적으로 본다면 한강의 앞물결이 뒷물결에 밀리듯 태평로 시대가 서초동 시대에 밀려나고 있는 양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삼성증권에 이미 소액지급결제 기능이 제한적으로 허용된 상태이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에도 곧 이 같은 기능이 허용될 것이라고 전제한 뒤, “결국 4개 금융사가 긴밀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되면 웬만한 중견 은행의 규모와 영향력을 가뿐히 넘어설 수 있다”며 “산업자본의 젖줄 역할을 하는 금융자본의 집결지가 태평로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산술적 계산만으로 양쪽을 비교하는 것은 오류”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에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폐지됐고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지배금지 원칙이 무력화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까지도 일정부분 허용할 만큼 완화됐다면 제2금융권에 대한 규제도 상당 부분 완화되는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며 “결국 삼성그룹 태평로 본부는 서초동 본부를 든든히 뒷받침하는 새로운 메카로 자리잡 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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