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남북대결 심화 등 오히려 악재에 악재가 겹치며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다 이제는 환율악재에 유가파동까지도 다시 한반도를 덮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 재계는 더 큰 내부적 수술일정을 앞두고 있다. 바로 두산·금호아시아나·한진·동양·동부·웅진·현대오일뱅크·유진·GM대우·애경·대우조선해양 등이 은행권과의 재무구조개선 약정과 그에 따른 강제적 구조조정의 일정을 앞두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 급증과 차입금 조기회수 등으로 더욱 부실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이는 시중은행들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 이 때문에 경제분야의 모든 이슈는 3분기 중 벌어질 재벌 그룹의 구조조정에 맞춰져 있다. 부동산 문제 아직 해결되지 않아 하지만 국내 경기가 이렇게 불안했던 근본 원인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이다. 한국 경제의 어려움은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시장의 붕괴에 따른 세계적 금융위기와 유가폭등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내수경기가 본격적으로 침체되고 우리 기업들의 유동성이 급속하게 불안정해진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국내 부동산시장의 불안 때문이다. 주택시장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했고, 이로 인해 대형 건설사들의 건설자금 회수가 늦어지자 PF 자금 등 건설시장에서 운용된 자산이 대규모 손실로 돌아오면서 은행권이 각 기업들에게서 자금을 회수하고 기업들의 현금이 마르는 순서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하지만 주택시장의 미분양 문제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변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 가지 특징은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구매 조치로 인해 일부 기업들의 미분양 아파트가 대한주택공사로 전가됐다는 점. 이에 따라 대한주택공사가 보유한 미분양 아파트의 건수는 지난 5월 31일 기준으로 9183가구에 달한다. 이는 가장 많은 미분양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대림산업의 5606가구보다 39% 많은 수치이며, 미분양 보유 순위 1위와 2위 업체인 대림산업과 GS건설의 보유분을 합친 것보다 불과 1511가구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있다. 미분양 순위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미분양 규모는 한창 건설시장 및 국가경제 붕괴를 걱정하게 했던 지난해 2분기에 비해 숫자로나 순위로나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주택공사를 제외한 지난 5월 미분양 아파트 보유 상위 20위 건설사를 살펴보면, 대림산업·GS건설·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부영·두산건설·풍림산업·롯데건설·대주건설·극동건설·금호건설·쌍용건설·한라건설·SK건설·신동아건설·포스코건설·GM대우자동차판매 건설부문·화성산업 순이다. 특히 대한주택공사를 포함해 미분양 물량을 보유한 총 266개 건설사들 중 하위 128개 사의 보유 물량 총합은 민간 건설업체 중 미분양 보유 물량 순위 3위에 링크된 현대산업개발의 보유물량보다 1가구 적다. 그리고 GS건설의 미분양 보유 물량은 하위 136개사의 보유 물량의 총합보다 6가구나 많다. 그런데 이들 266곳의 미분양 아파트 보유 기업들의 명단을 보면 흥미로운 이름들이 거론된다. 건설업종과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업체들이 의외로 많은 미분양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 삼성중공업·대우자동차판매·동원시스템스가 바로 그곳이다. 이 중 삼성중공업은 세계 조선시장에서 현대중공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는 우량업체이다. 또한 K1 탱크, 국산형 잠수함, 국산형 이지스함 등 방산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의외로 미분양 아파트를 440채나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유조선·컨테이너선 등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선박을 독자 제작하다 보면 건설기술도 당연히 습득하게 된다”며 “이 같은 기술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일부 발을 담그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자동차판매는 의외로 1229가구라는 막대한 미분양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대우자동차판매는, 대우자동차의 영업부문이 분사한 법인으로 대우차가 GM으로 넘어가 GM대우로 바뀌면서 GM대우의 국내영업 및 외제차 영업을 담당하는 자동차 세일즈 전문회사이다. 동사는 지난 2006년에 소리 소문 없이 주택건설시장에 진출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주택시장이 포화상태로 들어가던 때였다. 대우자동차판매가 건설시장에 진입하고 얼마 후부터 삼성물산은 재개발 사업 참여를 중단하기 시작했으며, 건설사들에게 미분양 물량이 조금씩 쌓여 가기 시작했다. 5월 중 미분양 사태 전혀 달라진 바 없어 부동산뱅크와 함께 조사한 전국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지난해 발표된 미분양 상위 10위 기업들의 현황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대림산업은 대한주택공사에 일부 매각한 물량을 제외하고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한 물량은 50가구를 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없다고도 볼 수 있는 미미한 수치. GS건설·대우건설·대주건설 등도 민간 소비자들에게 매각한 미분양 주택은 미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주건설은 지난해 대비 미분양 물량을 상당수 해소하면서 9위권으로 순위가 떨어졌다. 이는 대주건설의 미분양 물량을 대한주택공사가 적극적으로 해소해줬기 때문. 당시 대주건설의 미분양 해소 방식은 동사와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간의 친분을 거론하며 권력형 특혜비리 논란에 한동안 시달리기도 했었다. 이상득 의원이 정치권 입문 이전에 대주그룹의 사장을 역임한 경력이 있으며, 동생이 대통령으로 등극한 이후에도 한동안 사외이사직에 있었다. 또 건설업계에서 중견 수준의 인지도를 유지하면서도 미분양 물량은 예상보다 훨씬 적은 건설업체들도 주목을 끈다. 고려개발·LIG건설·KCC건설·롯데기공·한화건설·이수건설 등이 그 주인공. 각각 범LG가의 LIG그룹, 범현대가의 KCC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이수그룹에 소속된 이들은 400~700채의 미분양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