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간의 한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안보 문제를 포함한 남북관계에 ‘희망의 빛’과 ‘암울한 그림자’를 함께 던진 거대한 이벤트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양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채택한 ‘한미동맹 공동 비전’에 명시된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지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공약’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통일’ 등은 자칫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우선 ‘핵우산 확장억지’와 관련한 부분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안보공약을 명문화한 것으로써, 정전협정에 구속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감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견제구’가 될 것이라는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북한이 자신들의 핵보유 정당성을 주장함에 있어 이 문구를 소재로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우려감을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통일’은 우리 정부의 중·장기 대북정책 기조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개혁·개방’과 ‘체제보위’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 측면이 있어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미 북한은 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미국 방문 당시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 통일하는 것이 최후 목표”라고 발언하자, 그해 11월 22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로 ‘전쟁에 의한 흡수통일 의도’로 규정하는 등 크게 반발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는 북한의 안보위협으로 부터 국민의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하는데 기여한 측면이 있으나, 현재 조성된 남북 간의 대립구도를 명시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대립구도를 고착화시킬 수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는 게 양국 외교가의 분석이다. 대남 강경기조 더욱 강화하는 계기 될 듯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통일’을 지향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상호 체제를 인정하면서 단계적으로 통일에 접근하겠다는 정신을 담은 6.15 공동선언이 더 이상 남북관계의 토대 역할을 할 수 없음이 명확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어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지난 10년 가까이 6.15 정신에 기반해서 남북관계를 이끌어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는 북한으로 하여금 대남 강경기조를 더욱 강화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더구나 이 대통령이 16일 오전 한미 정상 단독 및 확대회담을 마친 후 백악관 앞뜰 ‘로즈가든’에서 가진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을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개성공단의 임금과 토지임대료를 올려 달라는 북측의 요구와 관련해 “북한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밝힌 바 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북한 스스로를 위해서도 무리한 요구를 하면 안 된다”며 “북한이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를 하면 개성공단 문제를 어떻게 결론 내릴지는 현재로서 대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이미 4만 명의 북한 근로자가 (개성공단에서) 일을 하고 있다”며 “개성공단 문을 닫으면 북한의 4만 명 일자리도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는 개성공단을 계속 유지 발전하는데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이는 남북 간 대화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북한이 과거의 방식대로 협상하면서 뒤로 빠지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한미 공조를 통해 분명히 확인했다”며 “북한은 이제 과거의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1874호과 관련해 “북한이 결의 채택에 반발할 것임은 미리 예측됐다”며 “우리는 북이 안보리 결의에 대해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의 또 다른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예측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유엔 결의는 그저 결의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유엔 가입국은 유엔 결의의 이행을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개성공단 폐쇄 뜻 절대 아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한미공조뿐 아니라 중국·일본·러시아 등 3개국과의 공조를 통해 북한은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과거의 방식을 버리고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에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개성공단과 관련한 북측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명히 밝힌 점에 주목하고, 6월 19일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북한이 모종의 반발을 표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는 등, 일단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북한이 일정한 수위에서 반발을 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시 말해, 북한 측이 자신들의 임금 및 토지임대료 인상 요구를 일축한 우리 정부의 공식 답변에 반발해 개성공단의 미래에 대한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취지의 맞대응을 함으로써 개성공단이 중대 기로에 설 수도 있으며, 아울러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는 당분간 자체 동력에 의해 개선되기 힘들다는 점이 보다 분명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발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 말씀의 본 뜻은 개성공단은 유지한다는 데에 방점이 있는데 그러나 북한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거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개성공단을 유지한다는 데에 방점이 있는 것이지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개성공단과 관련된) 북한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힌데 대해서도 “북한의 요구 자체가 (기존의 개성공단) 합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뒤엎은 무리한 요구이며 그런 원칙을 얘기한 것”이라면서 “방점은 개성공단의 유지이며 이 부분은 오해 없도록 분명히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러한 청와대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를 확인한 북한 측이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