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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자격증·외국어 학원 문전성시

수험생들 스스로 선택…대입학원보다 경쟁 치열한 곳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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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25호 박현군⁄ 2009.07.07 14:47:31

사람의 일은 개인과 사회를 막론하고 대부분 모자라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는 적당한 수준을 가지고 있다. 정도의 수준에서 모자라면 있으나 없으나 똑같고, 넘치면 오히려 없느니만 못하게 된다.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예외적인 것도 있다. 지금까지 많은 지도자·선각자·성인들은 배움 즉 교육은 넘치면 넘칠수록 좋은 것이라고 평가해 왔다. 하지만 교육의 수준이 높다고, 열의가 높다고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닌가보다. 최근 정치권의 공교육 살리기와 사교육 규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여기서 사교육이란 중·고등학생들이 대학에 가기 위해 보충적으로 배우는 중·고교 전문 교육과정을 가리킨다. 공무원 입시학원들 문전성시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입시 준비 학원이 아닌 전문 교육학원은 입시학원의 논란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영역을 점차 넓히고 있다. 청소년 대상 대학입시 관련 학원을 제외하고 가장 장사가 잘되는 학원은 어디일까?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접하는 곳으로 영어·일어·러시아어 등 외국어 전문 학원과, 정보처리기사·미용사 등 자격증 학원을 생각하기 쉽지만, 가장 치열한 곳은 서울 노량진에 있는 공무원 입시학원들이다. 공무원이 되고 싶어 노량진을 찾는 일명 공시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4월 11일 9급과 경찰 공무원을 채용하는 시험에 약 1만 여 명이 응시했다. 그리고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은 60대1까지 높아졌으며, 그 이상을 상회하기도 한다. 대학입시, 유학 준비 학원 등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도 모자랐는지 노량진으로 몰리는 청춘 남녀들은 점점 더 불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 노량진 행정고시학원에서 일하는 한 강사는 “새벽부터 사람들이 어슬렁거리기 시작하면서 아침 7시쯤 되면 벌써 입장을 위한 줄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하루에 최소한 1000명은 넘어설 것이라고 전한다. 그는 “우리 학원뿐 아니라 노량진의 공무원 고시학원에 등록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수강료가 중요하지 않다”며 “오히려 좋은 시간대와 유명한 강사의 강의를 들을 수만 있다면 정당한 수강료 외의 웃돈을 얹어줄 용의가 있다고 생떼를 쓰는 사람들도 봤다”고 말했다. 가히 대학입시 이상의 열기다. 이 학원에 등록한 한 수강생은 “우리와 대학입시생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입시생들은 사실상 현 교육제도에 의해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시험에 임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내가 왜 대학에 가야 하는지, 합격하면 무엇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정체성을 제대로 수립하고 시험에 임하는 학생들이 극히 적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의 의지와 선택에 의해 공무원 입시경쟁에 참여했으며 내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중대한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는 점이 근본적으로 틀리다”고 말했다. 외국어 학원들, 2003년 이후 ‘성업중’ 현재 노량진의 공무원 고시학원은 노량진행정고시학원·에듀스파행정고시학원·서울고시학원·일등고시학원 등이 있다. 공무원 학원들은 홍보와 광고 등이 없다. 노량진 공무원 학원의 한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학생들만 감당하기에도 벅찬 입장에서 굳이 홍보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 학원보다는 조금 덜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폭넓게 사랑받는 곳이 바로 외국어 전문 학원이다. 일반 대중 사이에는 노량진의 공무원 시험준비 학원보다 오성식 영어교실·시사영어사·시사일본어사 등의 이름이 더 친숙하다. 공무원 학원에 비해 외국어 전문 학원들은 적극적인 홍보와 광고 전략을 병행하기 때문이다. 외국어 학원의 이 같은 행보는 그들의 주 고객층 대문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영어나 외국어 능력은 일반 직장인들에게 어느 정도 먼 나라 이야기였다. 대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열심히 영어를 공부했지만, 일단 입사한 후에는 굳이 외국어 실력을 검증할 이유가 없었다. 이 때문에 외국어 전문 학원의 주 고객층은 대학생들과 유학준비생들이었다. 하지만 2003년 이후 기업들이 영어 회의, 외국어 중간평가, 영문 서류 등을 실제 업무에 사용하고 외국인들과의 통역 없는 대화를 요구하면서 많은 직장인들이 외국어 학원으로 몰려오게 됐다. 그러나 외국어 학원 중 우리 귀에 익숙한 시사외국어학원·오성식 영어학원 등은 대학생들을 고객 삼아 성장한 학원들이다. 반면, 뉴월드외국어확원·글로벌어학학원·파고다PIP·GLS화화어학원 등에는 직장인들이 대학생들보다 더 많이 몰리고 있다. 전문직 입시학원들도 충성도 높아 그 다음으로 충성도가 높은 학원이 바로 전문직 취업 전문 학원이다. 아나운서 학원, 비행기 승무원(스튜어트·스튜디어스) 학원 등이 이 부류에 속한다. 이 같은 학원의 특징은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가질 때까지 같은 학원에서 계속 도전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박지윤 KBS 전 아나운서는 한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KBS 아나운서 시험에 합격하기 전까지 14번의 낙방을 경험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스튜어디스 등도 마찬가지다. 투비앤아나운서 아카데미 학원에 다니는 한 수강생은 “아나운서는 나의 꿈”이라며 “떨어지면 붙을 때까지 계속 시험 볼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아나운서와 비행기 승무원은 선망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수험생들의 집념이 크다. A 스피치사관 학원의 한 관계자는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가장 이유는 상류사회로 가는 엘리베이터라는 인식이 많이 좌우하는 것 같다”며 “남자들도 역시 아나운서들이 연예계·정치계 혹은 대기업 임원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끌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비행기 승무원들은 외국행 비행기 탑승을 통해 자유롭게 해외를 여행하면서 견문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매력으로 삼고 있다. 또 미용학원·자동차정비학원·제빵학원 등에도 꾸준히 학생들을 늘리고 있다. 이 같은 학원들은 1990년대 초반만 해도 대학입시에 실패한 사람들이 생계를 이어 가기 위한 방편으로 기술을 습득하려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대학생 혹은 대학 졸업생, 직장인, 가정주부 들도 심심치 않게 등록하고 있다. 이는 직업의 귀천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먹고 살기 위해 전혀 생소한 기술을 다시 배워야만 한다는 점은 암울한 현실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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