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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계열 보험사 물건 몰아주기’ 제동 걸리나

공정위 “잘못된 관행 시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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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41호 박현군⁄ 2009.10.27 14:12:19

재벌 그룹이 계열 보험사에 보험 물건을 몰아주는 행태가 또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내년에 재벌 계열 보험사들에 대한 모(母)그룹의 보험 몰아주기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벌 계열 보험사들의 이런 관행에 대해서는 지난해 초에 그린화재 등 재벌 그룹 계열이 아닌 보험사들이 이미 공정위에 제소한 바 있어, 공정위는 지난 2월부터 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지난 6월 이 문제를 공식 거론하려 했지만 세계 금융위기 때문에 시기가 늦춰졌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공정위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계열 보험사에 보험 물건을 몰아준 재벌들에게 과징금 및 시정조치가 내려지면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이에 대해 공정위는 “잘못된 관행에 대한 시정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화재보험 등 계열사에 몰아주기 관행 ‘심각’ 공정위가 재벌계 보험사 몰아주기에 대해 조사한 것은 지난해 6월부터다. 당시 공정위는 “재벌 그룹이 화재보험, 해상·적하보험, 운송보험 등의 보험 물건에 대해 비싼 보험료에도 불구하고 계열 보험사와 수의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달 공정위는 우선 삼성화재의 삼성그룹 보험물건에 대한 적정성을 조사했다. 그리고 지난 2월에는 현대해상의 현대·현대차·현대중공업그룹 보험물량의 적정성, 그리고 동부화재가 동부그룹으로부터 수주 받은 보험, LIG손해보험이 LG·LIG·GS·LS그룹으로부터 따온 보험들을 조사했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계열사들의 부동산 자산에 대한 화재보험의 98%를 삼성화재에 가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LIG손해보험도 LG그룹·LIG그룹·GS그룹·LS그룹 등의 화재보험 물건 93%를 몰아 받았으며, 현대해상도 현대그룹과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화재보험 물건 중 96%를 받아왔다. 이 밖에, 한화손해보험도 한화그룹의 화재보험 물건 68%를 수주했고, 동부화재도 동부그룹의 화재보험 물량 90%를 가져왔다. 물론, 일부 업체는 화재보험을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로 채택해 계열사 몰아주기 행태에서 벗어난 경우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화재보험 전체 물량 중 2%만을 현대해상에 맡겼다. 부동산 관련 가장 심한 곳은 삼성화재·현대해상 공정위 조사 결과, 보유 부동산 자산에 대한 화재보험 몰아주기 행태가 가장 심한 곳은 삼성화재·현대해상·LIG손해보험 순이다. 이 중 삼성화재의 비율이 가장 높다. 그러나 화재보험을 제외할 경우 계열사 지원 행태는 현대해상이 단연 앞선다. 우선,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신차 판매 때 고객이 자동차보험에 들지 않았을 경우 첫 보험으로 현대해상의 자동차보험 가입 권유를 원칙으로 한다. 이를 위해 현대자동차의 전국 대리점 대부분에는 현대해상의 자동차보험 영업직원이 상주해 있다. 또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의 해상보험과 적하보험을 현대해상에 주고 있다. 그리고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에 따른 여행자보험도 현대해상에서 도맡고 있다.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해상이 수주한 현대상선의 해상·적하보험의 보험료 금액과 보험 개수 등을 확인하면 현대상선의 실제 영업규모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또 현대해상의 대북 여행자보험 규모가 바로 개성공단 입주 및 대북 관광사업의 총 규모의 수지 상황의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삼성화재도 삼성물산의 무역업, 삼성전자 등의 수출물량 등에 대한 보험을 수주받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보험계약과 보험료 납부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삼성화재로 몰아줄 수 있는 물량 자체가 적다. 퇴직연금 몰아주기는 삼성생명아 단연 ‘킹’ 재벌 그룹이 보험을 계열 보험사에 몰아주는 행위는 손해보험사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 2006년 퇴직연금제 도입 후 삼성생명이 퇴직연금 수주액 순위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오는 이면에도 보험 몰아주기가 존재한다.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계열사 중 삼성생명에 퇴직연금을 위탁한 곳은 삼성물산·삼성SDS·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삼성에버랜드·에스원 등 9개 사다. 삼성생명은 지난 4년 간 이들 계열사로부터 8400억 원의 퇴직연금을 적립받았다. 이는 삼성생명의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 1조5000억 원 중 56%에 해당되는 큰 규모이다. 삼성전자와 삼성SDI·삼성테크원 등은 삼성증권과 삼성화재에 퇴직연금을 위탁했다. 반면,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동부그룹의 동부생명, 한진그룹의 메리츠화재 등도 계열사들로부터 적립받은 퇴직연금 규모를 서서히 늘려가고 있다. 물론 삼성생명의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생명과 동부생명 등 다른 재벌계 보험사들의 그룹 내 퇴직연금 수주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퇴직연금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 삼성생명이 금융권 중 퇴직연금 시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대법원 ‘공정거래법 위배’ 판결 삼성생명·삼성화재·현대해상·LIG손해보험 등에서 두드러지는 보험 몰아주기는 한국에 보험시장이 본격적으로 정립된 1960년대 이후부터 계속돼온 업계의 관행이었다. 사실 재벌 그룹이 보험업계, 특히 손해보험업에 진출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사업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화재보험·항공보험·운송보험·화물보험·적하보험·해상보험 등을 자체적으로 소화하자는 것이었다. 이 같은 보험 몰아주기 관행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 대법원에서 몰아주기가 공정거래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한 뒤부터다. 당시 대법원은 “공정거래법 제23조에 따르면 부당한 자금지원 행위라 함은 사업자가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가지급금·대여금 등 자금을 현저히 낮거나 높은 대가로 제공 또는 거래하거나 현저한 규모로 제공 또는 거래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판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과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재벌 그룹에 소속된 보험사들이 수주한 계열사들의 보험에 대하여 수주 규모와 방식의 적정성 여부를 살펴본 결과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군소 보험사들 “영업 크게 늘릴 기회 왔다” 환영 공정거래위원회의 이 같은 입장 표명에 대해 손해보험업계는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화재와 LIG손해보험은 “공정위에서 실시하는 것인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공식적으로는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화재 관계자는 “공정위의 제재가 현실화되면 앞으로 화재보험 등 수주 물건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에서 사업을 하면서 발생하는 물량들을 계열 보험사에서 처리해주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 않느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한편, 그린화재 등 재벌 그룹과 연고가 없는 보험사들은 공정위의 담합 제재 방침에 대해 “향후 우리의 영업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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