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선거인 10·28 재보궐 선거. 이번 재보선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박빙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결과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중 누구는 이기고 누구는 지는 게임에서 승패에 따라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불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각 당의 정치 거물들은 선거 결과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 성적표 따라 여야 후폭풍도 지난 4.29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5대0’ 참패가 보여주듯 기본적으로 재보선은 여당에 유리하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하지만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의외로 여당에 유리한 선거 구도가 형성되면서 박빙 승부가 점쳐지고 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대체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3대2’혹은 ‘2대3’ 승패를 가늠한다. 한나라당은 전통적 강세 지역인 강원 강릉과 경남 양산에서 승리가 예상되고, 민주당 등 야권은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중부4군)과 경기 안산 상록 을의 승리가 전망된다. 선거 초반부터 수원 장안은 여야의 최대 격전지로 꼽힐 만큼 승부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역시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논란, 정운찬 총리에 대한 잇단 의혹 등 변수가 많아 이번 선거를 속단키는 어렵다. 문제는 판세를 뒤집는 ‘1대4’ 혹은 ‘4대1’의 결과가 나올 경우이다. 이번 재보선 결과에 따라 여야 중 어느 한 곳에선 곪았던 상처가 터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몽준 체제로 치르는 첫 선거 한나라당은 정몽준 대표 체제로 치르는 첫 선거라는 점에서, 정 대표가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다시 ‘조기전대론’과 ‘당 쇄신론’이 고개를 들 수 있다. 이는 정몽준 체제가 불안정해짐과 동시에 정몽준의 ‘대선가도’에도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을 의미한다. 당초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국민권익위원장 취임은 정 대표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2월 조기전대론에서의‘해방’을 의미했지만, 안상수 원내대표가 최근 ‘승계받은 대표직’이라는 점을 들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점은 그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 원내대표가 친이계 강경파라는 점을 들어 정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작전으로 풀이하는데, 이는 정 대표가 한나라당 내에 온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당내에서는 정 대표 체제가 박희태 전 대표의 양산 재선거 출마로 인해 ‘승계’로 이뤄진 비상체제인 만큼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안정된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만약 한나라당이 재보선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올리지 못할 경우,‘재보선 참패 책임론’ ‘공천책임론’이 당내에서 거세게 일며 내홍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재보선에서 안산, 양산, 충북 중부4군에 공천을 신청한 예비후보들이 대부분 공천 결과에 불복해 대거 탈당함으로써 당내 여론도 술렁이고 있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그 화살이 정 대표에게 쏠릴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재보선 자체가 여권에 불리함에도 이번 재보선은 그렇지 않다”며 “정 대표가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은 선거에서 패한다면 조기전대론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정 대표가 재보선의 승리를 견인한다면 본전치기이고, 패한다면 당장 정몽준 대표체제의 무력함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자연스레 당내 강경보수의 목소리가 커지고 이상득 의원을 중심으로 한 보수 세력의 반격이 시작될 것”이라 전망했다. 정세균, 수원·양산 선거 승리 ‘계륵’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 체제 이후 괄목할 만한 성과는 차치하고 “본전치기도 못했다”는 당내 비판여론이 이미 커질대로 커져 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예상치 못하게 전패를 기록하면 ‘쇄신론’은 물론 ‘책임론’이 불어나 정 대표 체제를 흔들고 정동영 의원이 당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의원들은 전통적으로 야당에 유리한 재보선까지 여당에게 질 경우 체제를 재편해야 할 기회라며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적어도 안산, 충북 중부4군 두 곳을 이겨 한나라당에 3대2로 패할 경우 정국 주도권은 여전히 상실하겠지만, 정세균 체제는 안정화 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안산, 충북은 모두 정세균 공천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두 곳에서 패할 경우 ‘쇄신풍’이 불가능성이 크다. 만약 여기에 예상치 않은 수원과 양산까지 승리한다면 정세균 지도력은 흔들리지 않는 공고화 단계로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들끓었던 ‘정세균 한계론’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물론 당 쇄신론도 수면 밑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고 정동영 의원의 복당은 더욱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잠재적으로 당 내홍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원과 양산 선거의 승리는 정 대표에게 ‘계륵’이다. 수원 선거의 승리는 곧 손학규 전 대표의 복귀를 의미하는데, 이는 차기 대선후보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손 전 대표가 ‘민주당 체질개선’ 즉 ‘당쇄신론’을 정면으로 들고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에 정 대표의 입지도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또한 양산 송인배 후보의 승리는 곧 ‘친노의 정치 부활’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산 선거에서 결속한 친노 세력이 민주당 쇄신을 위해 손 전 대표와 손을 잡는다면 ‘정세균 체제’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전승을 해도 문제고 전패해도 문제”라면서 “전패일 경우 당 지도부 체제 문제나 공천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고, 전승을 해도 당권을 둘러싼 당 내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정 대표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아마도 안산과 충북 중부4군 두 곳만 민주당이 승리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 대표가 선거 유세장에서 웃고는 있지만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