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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회 성 칼럼]겨드랑털 있는 여자가 더 섹시하다

이성 유혹하는 향기 간직하는 장소가 바로 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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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7호 박현준⁄ 2011.04.11 15:09:44

김원회 부산대 명예교수, 대한성학회 초대회장 겨드랑털(겨드랑이 털. 액모라 부르기도 한다)은 사실 있어야 하는 건데 잘 알지도 못한 채 많은 젊은 여성들이 이를 면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귀찮은 존재처럼 여겨지고 있다. 유감스런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겨드랑털을 없애는 행태는 전 세계적인 것이 아니다. 몇 해 전 중국영화 ‘색, 계’의 여주인공 탕웨이가 겨드랑털을 보여줘 좀 놀랐던 기억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필자도 정상적인 여자를 엽기녀 쯤으로 들리게 만드는 이른바 '겨털녀'란 말을 그 때 처음 들었다. 문화라는 것이 결국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것이므로 요즈음 한국 젊은 여성들이 겨드랑털을 깎는다고 꼭 비난만 할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그것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는 알고 깎았으면 한다. 사람이 다른 포유류와 달리 털이 거의 없는 것은 너무 섹스를 좋아해서라고 한다. 지금부터 약 2만 년 전인 구석기 후기 빙하기에는 추위 때문에 사람들이 대부분 동굴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이미 불을 사용해 사냥한 고기나 곡식 같은 것을 익혀 먹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동물들에 비해 신체적으로 영양과다 상태가 되고 이 때문에 내분비선들이 특히 발달하게 되었다. 섹스는 이미 생식만을 위한 것을 넘어 사람은 일 년 내내 강한 성욕을 갖게 됐다. 특히 여자들은 체지방이 늘고 비만형으로 바뀌면서 점점 몸의 털을 더 잃게 되는데, 이런 현상은 다른 어느 포유류에서도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인간과 가장 유전자가 흡사하다는 보노보 침팬지도 털투성이다. 코로는 냄새 맡을 수 없지만 뇌가 반응하는 페로몬이 인간에게도 있을 것이고, 그 페로몬을 보존하는 장소가 바로 겨드랑이-음부의 털. 그래도 끝까지 털이 남아 있는 네 곳, 즉 머리털, 눈썹, 겨드랑이 및 음부의 털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 몸의 어느 부분도 공연히 존재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머리털은 충격으로부터의 보호, 그리고 머리의 열 발산을 방지하는 데 큰 몫을 한다. 그래서 다른 곳의 털들과 달리 그냥 놔두면 계속 자라게 되어 있다. 완전 대머리의 경우 두피를 통해 체열 손실의 약 1/3이 일어난다고 하니 모자를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눈썹은 땀이나 비 같은 것이 눈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들은 어려서부터 있어야 한다. 겨드랑이와 음부의 털은 그럼 왜 있나? 말하기 쉽게 마찰로 인한 자극을 감소시키고 면역학적으로 감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도 하지만 그렇다면 가장 왕성하게 팔을 움직이는 어린이 때는 없다가 하필 사춘기 이후에야 나오며 그것도 남녀 모두에서 나오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들 겨드랑이와 음부의 털은 원래 이성을 끌 수 있는 독특한 냄새를 담아두기 위하여 남아 있다고 보아도 좋다. 이는 특히 여성에서 더 그렇다. 이 털들은 그 부위의 큰 땀샘(아포크린 선)에서 나오는 분비물을 묻혀 지니고 있으면서 그 냄새로 이성을 유혹하는 데 그 일차적인 목적이 있다. 남자의 가슴 털과 마찬가지로 이성을 안았을 때 나는 묘한 냄새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곤충을 비롯한 많은 동물들이 자기의 의사를 전달하거나 이성을 유혹하기 위하여 페로몬이란 특수한 화학물질을 소량씩 몸 밖으로 내보낸다. 이를 받는 개체는 바로 행동이 변하게 된다. 그런데 페로몬은 서로 같은 종 사이에서만 유효하다. 집에서 묶어 기르는 암캐가 발정이 나면 옆집 수캐는 물론 이웃 동네 수캐들까지 모두 모여들지만, 같은 집에 사는 돼지나 뒷집의 소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람에게도 이런 현상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 학자들이 많다. 인간의 페로몬은 자기의 의지와는 아무 관계없이 배출되는데, 별로 잘 생기지도 않았고 특별한 특징도 없는데도 이성에게 유난히 인기가 있는 약 10퍼센트 미만의 남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비록 페로몬은 무색, 무미, 무취이므로 오감으로는 못 느끼고 뇌만 인지하는 물질이지만 이 역시 겨드랑이 부위에서 많이 배출되므로 이 부위의 털 제거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암내를 비롯한 이런 냄새나는 분비물들은 여자의 경우 성행동이 필요 없는 사춘기 이전 또는 폐경기 이후에는 거의 나지 않는다. 남자도 육십 대 중반을 넘으면 음낭에서 나는 그 완고한 냄새마저 없어지니 그 목적을 쉽게 알 수 있다고 하겠다. 늙으면 심지어 발에서 나는 고린내도 거의 사라진다. 따라서 노인에게서는 냄새가 나서가 아니라 안 나서 문제인지도 모른다. 넓은 뜻으로 보면 겨드랑털은 성기의 일부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제거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을 불리하게 만드는 행위일 수도 있다. 미국인들은 20세기에 일어난 3대 성 혁명으로 바이브레이터, 비아그라 그리고 음모 제거를 들만큼 면도가 유행이다. 성적으로 활발한 연령의 미혼 여성들 중 약 85%가 하루가 멀다 하고 면도를 한다는 보고도 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서면서 남자들마저 이에 동참해 가슴의 털을 깎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니 가슴에 털이 없어 이를 부러워하던 우리들로서는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과거에는 보디빌더나 수영선수가 아니면 안 하던 행위이기 때문이다. 음모를 면도하는 남자들은 전에도 종종 있었다. 우선 그게 길어 보이기도 하고 또 오럴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3대 성혁명이 여성들의 제모, 비아그라, 바이브레이터라고 하는데, 성기의 일부라고도 할 털을 왜 고통스럽게 제거하는지 알 수 없어. 어떤 이는 왜 사자 같은 동물은 수컷에게 갈기가 있어 멋있게 보이기도 하는데 사람은 그렇지 못한가를 한탄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사람도 사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이 이발이나 면도를 하기 시작한 것은 아무래도 초기 청동기시대 이후일 것이므로 수 십 년씩 자란 수염이나 머리털의 조상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시기 바란다. 어차피 지금의 우리들의 모습은 깎고 가꾼 결과라는 뜻이다. 음모도 그렇지만 겨드랑털을 없애는 방법은 더 여러 가지다. 면도를 하거나 족집게로 뽑거나 크림 타입의 제모제나 탈모 왁스를 사용하기도 한다. 면도를 하면 겨드랑이 살을 베기 쉬우며, 피부 자극에 민감한 사람의 경우 과민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족집게를 사용하면 통증이 심하고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 크림 형의 제모약은 냄새가 나기 쉬우며 피부의 표피층까지 상하게 할 수 있다. 왁스 또한 자칫 염증이나 화상을 입히기도 한다. 레이저로 영구 제모를 하는 사람도 있다. 레이저는 특정 색깔에 반응할 수 있어 털이 자라게 하는 까만색 모낭만 골라서 파괴한다. 그러나 되돌릴 수 없는 방식에는 늘 신중을 기해야 한다. 미국의 젊은 여성들은 음모를 면도하는 경우 매일 하기가 힘들어서 소위 ‘브라질 왁스’나 '할리우드 왁스'라는 것을 바르고 반창고로 털을 제거하듯이 뿌리째 뽑아 약 3-4개월을 무모증 여성처럼 지나기도 한다. 이런 유행은 실제 무모증 여성들에게는 위안이 되겠지만 역시 권장할만한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 물론 매우 아프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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