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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찾아 남침한 인민군 장교는…

시골마을 사람들과 인민군의 얽히고설킴 다룬 ‘적과의 동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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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8호 이우인⁄ 2011.04.18 13:06:00

1950년 평화로운 시골마을 석정리에 총을 든 인민군이 ‘인민 해방’을 외치며 들이닥친다. 혼사를 앞둔 구장(변희봉 분)의 딸 설희(정려원 분)는 정혼자가 말도 없이 마을에서 사라지자 망연자실한다. 인민군의 우두머리인 정웅(김주혁 분)은 그런 설희를 가슴 설레며 바라본다. 정웅은 10년 전 만난 첫사랑 설희를 만나기 위해 석정리에 왔지만 설희는 그런 자신을 적을 보듯 대한다. 4월 28일 개봉되는 휴먼코미디 영화 ‘적과의 동침’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평화롭게 사는 석정리 마을 사람들과 침입자 인민군이 정을 나누는 과정을 때론 코믹하고 때론 감동적으로 다뤘다. 2009년 첫 장편 연출작인 ‘킹콩을 들다’로 제32회 황금촬영상 신인감독상, 제17회 춘사영화제 신인감독상 등을 수상한 박건용 감독의 두 번째 영화다. “지난해 6.25 60주년을 맞이해 6.25 전쟁과 관련해서 다양한 작품이 기획됐는데, 나는 양민의 슬픈 역사를 다뤄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런데 때마침 배세영 작가의 ‘적과의 동침’ 시나리오를 봤다. 궁극적으로 한국전쟁이 우리에게 남긴 게 무언가라는 생각을 했고, 이런 전쟁을 되풀이해서는 안 되고, 전쟁의 피해자는 힘없는 양민이라고 느꼈다. 이것들을 이 영화를 통해 느껴봤으면 좋겠다.” ‘적과의 동침’은 배세영 작가의 할머니가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픽션을 더해 완성됐다.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과 마을 사람들의 안타까운 삶, 비극적인 시대상이 전쟁 세대가 아니더라도 공감을 자아낸다. 이야기의 주축은 설희와 정웅이지만, 재춘(유해진 분), 백 씨(김상호 분), 구장, 수원댁(양정아 분), 봉기(신정근 분) 등 마을 사람들의 사연에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 4월 12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적과의 동침’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건용 감독을 비롯해 김주혁, 정려원, 양정아, 유해진, 신정근 등이 참석했다. 특히 유해진은 지난달 동료 배우 김혜수와 3년 열애의 종지부를 찍은 뒤 처음 공식적으로 참석하는 자리여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 영화에 출연한 이유는? 정려원 “사람들과 많이 작업하는 작품보다는 늘 두 명에 포커스가 맞춰진 작품을 더 많이 했다. 이번에는 많은 사람과 공감을 더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 시나리오를 택했다.” -휴먼코미디 장르인데, 코미디 부분이 약한 것 같다. 어떤 이유가 있나? 박건용 감독 “코믹 요소는 많이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작품의 중심 이야기가 방공호 터, 즉 사람이 죽어가는 곳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코미디만 펼칠 순 없었다. 우리 영화의 코미디는 비극을 전달하려는 최대한의 표현으로 쓰였다.” -사랑이 이뤄지지 않는다. 아쉽지 않나? 김주혁 “사랑이 점층적으로 발전되지 않아서 아쉽긴 하다. 하지만 나와 정려원만 나오는 영화도 아니고 다른 부분도 보여야 하기 때문에 그 정도(분량)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정려원 “개인적으로는 서운했다. 시대가 다르고 표현방식이 다를 뿐,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웅이 첫사랑을 만나기 위해 남으로 내려왔다는 사실을 설희가 극 중반에 알았기 때문에 갑자기 애정 신을 넣기는 모호했다. 사실 키스신이 있었는데, 폭발이 심한 장면에서 키스를 하는 건 별로여서 뺐다.”

-조연이라고 하기에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 유해진 “전쟁 때는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아픔이 있는 상태다. 많은 사람의 아픔을 재춘이란 인물이 대변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모습을 보았다면 다행이다.” -유해진과 코믹한 연기, 즐거운 대사가 많았다. 돋보이기 위해 노력한 장면이 있나? 신정근 “애드리브를 하려고 노력하진 않았다. 연기도 튀려고 안 했다. 그냥 김상호, 유해진과 같이 있으면 저절로 도드라지더라.” -실제론 미인인데, 영화 속에선 펑퍼짐하게 나온다. 스크린 데뷔작에서 미모를 발산하지 못해 아쉽진 않았나? 양정아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여태까지 내가 보여주지 않았던 소박하고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과부처럼 보일까를 고민했다. 내가 분장한 만큼 지저분하게 나오지 않아서 아쉽다.” -단발머리로 파격적인 변신을 했다. 이유가 있나? 정려원 “맞다. 매번 머리가 길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어떤 배우를 지목하더니 ‘이 정도면 괜찮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때 자존심이 상하더라. 그분이랑 나는 나름 색이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 더 짧게 잘랐다. 내 모습을 보고 감독님이 당황하더라. 새로운 변신이라서 좋았다.” -사투리 때문에 어렵진 않았나? 김주혁 “솔직히 너무 힘들었다. 함경도 사투리는 리듬감이 있어서 흉내 내기 편한데, 평안도 사투리는 무뚝뚝하고 독특한 뉘앙스가 있어서 따라 하기가 어려웠다. 촬영 초반에는 북한에서 귀순한 분에게 사투리를 배웠는데, 촬영하면서 대사도 바뀌다보니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나름대로 한다고는 했는데 어떻게 들릴지가 걱정이다.” 정려원 “내가 쓴 사투리는 충청도도 서울도 아닌 그 중간이었다. 신정근은 말투가 굉장히 느리고 무슨 장난을 쳐도 믿음이 가는 사투리를 썼고, 유해진은 평소 모습과 달리 아주 빠른 속도의 사투리를 구사해 굉장히 놀랐다. 나는 이 분들에게 살짝 묻어갔다. 많이 배웠다.” -첫사랑을 잊지 못해 남으로 내려오는 역할인데, 실제로 잊지 못하는 첫사랑이 있나? 김주혁 “대학 때 첫사랑이 있었다. 그때 느낀 첫사랑의 감정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로맨스의 결과가 비극으로 끝났는데, 개인적인 경험을 듣고 싶다. 양정아 “시나리오에는 재춘과 수원댁의 알콩달콩한 로맨스가 재미있게 나와서 화면에서 더 재미있게 나올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표현이 잘 안 된 것 같아 배우로서 안타깝다. 실제로는 사랑하다가 끝까지 잘 안 됐기 때문에 지금까지 혼자 있는 게 아닐까?” 유해진 “…”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허구인가? 박건용 “100% 실화는 아니다. 픽션이 적당히 가미됐다고 보면 된다. 영화 끝에 나오는 송월선 씨가 배세영 작가의 할머니다. 그분이 ‘6.25 때 우리 집이 구장 집이어서 인민이 머물렀었다’고 말하는데 사실이다.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인민군 장교와 순박한 마을 사람들에 초점을 맞춰서 영화를 만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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