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대학 등록금을 대폭 인하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짐에 따라 정부의 각종 등록금 경감 정책에 탄력이 붙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 이른바 '반값 등록금'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놨지만,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과 물가상승 등으로 등록금 부담은 여전히 만만찮은 상황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29일 전국 4년제 대학의 등록금 공시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국공립대의 평균등록금이 800만원 이상인 대학은 50곳으로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고, 의학계열은 1천200만원이 넘는 곳도 있었다. 2010년 기준으로 대학생 1인당 장학금은 123만원 수준이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 등 여권 관계자들이 22일 "이명박 정부의 대선 공약인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등록금이 가계에 더는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여권은 정부 재정지원을 통해 중위소득자(소득구간 하위 50%) 자녀까지 소득구간별로 등록금을 완화하고, 기초생활수급자 자녀에 대한 지원도 대폭 확대하는 방안 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교육당국의 등록금 지원제도는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등록금을 대출받아 취업 후 갚도록 하는 든든학자금제도다. 소득 하위 70% 가구의 자녀가 수혜대상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성적 장학금으로, 소득구간 하위 50% 가구 자녀가 지원대상이다. 그러나 실제 혜택을 받는 학생은 성적이 A학점 이상인 30만명의 학생 가운데 2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여권이 검토하고 있는 대학등록금 완화 방안은 저소득∼중위권 자녀에 대한 성적장학금을 대폭 확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등록금 정책을 담당하는 교과부는 이에 대해 "관련 미팅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줄인다는 기존 정책 어젠다를 재강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함께 노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든든학자금제와 1천억원의 장학금 예산 통과 등으로 장학금 혜택은 현 정부 들어 크게 확대됐다고 보고 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반값 등록금' 취지는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장학혜택이 총 등록금의 절반 정도가 되게 한다는 것"이라며 "현재 실현되지 못한 대학 기부금 세액공제제도도 경제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에게 10만원을 기부하면 세액공제가 돼 기부가 활성화되듯이 대학에도 같은 방식으로 10만원까지 공제해주고 기부금의 절반을 교내 장학금으로 활용하면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줄여준다는 공약이 거의 실현 단계로 접어들 수도 있다는 취지다. 교과부 관계자는 "무상이든, 반값이든 어차피 등록금 지원 혜택은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부터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현재 추진되고 있는 관련 등록금 지원 정책들이 좀 더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교과부 내에서는 이번 발표에 따라 앞으로 등록금 지원 관련 예산 편성이나 대학 기부금 세액공제제도 등 관련 법안에 대한 입법과정에서 여당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황 원내대표의 이날 '등록금 대폭 인하' 발언에 대해 교육단체들은 "정책방향은 옳다"면서도 예산조달 등의 방안에 대해서는 다소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막대한 예산 조달 방법이 관건으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삼는 등의 모습을 보면 여론을 살피려는 목적이 더욱 큰 게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