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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정서로 그렸더니 통했어요”

할리우드 3D 액션 영화 ‘프리스트’의 원작자 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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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4호 이우인⁄ 2011.05.30 11:44:17

“매우 떨리고 기뻐요. 제 작품이 영화화된 것도 꿈만 같은데, 막상 개봉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떨리면서도 조금 부담이 됩니다.” 5월 23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할리우드 3D 액션 영화 ‘프리스트’의 원작자 기자간담회. 이날 원작자인 만화가 형민우는 자신의 작품이 한국만화 최초로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된 데 대한 감격스러운 기분을 마음껏 드러냈다. ‘프리스트’의 국내 개봉은 6월 9일이다. 영화는 ‘스파이더맨’ 시리즈 감독 샘 레이미와 ‘아이언맨’ ‘캐리비안의 해적’ 등을 통해 뛰어난 시각효과를 선보여온 오퍼나지 팀의 스콧 스튜어트 감독이 각각 제작과 연출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폴 베타니, 매기 큐, 칼 어반 등 할리우드 톱스타의 출연도 자랑거리다. 하지만 정작 원작만화는 2003년 16권이 나온 이래 약 8년 동안 다음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 만화 팬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프리스트’의 연재를 중단한 시점은 제가 많이 지쳐있던 시기였어요. 저는 현실과 동떨어질 정도로 몰입하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작품을 그리기가 어렵거든요. 하지만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프리스트’를 이렇게 끝낼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겁니다. 지금의 관심이 조금 줄어들고 저의 부담감도 덜어지면 연재를 다시 할 생각이에요.” 간담회에서 만난 형민우 작가와 영화 ‘프리스트’ 제작 뒷이야기, 한국만화의 위상과 위기, 한국만화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프리스트’가 영화화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다. “‘프리스트’는 1990년대 후반에 작품 연재를 시작해 2003년 쯤 해외에 진출하게 됐다. 처음 해외에 진출하게 된 출판사 도쿄팝이 영화화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쪽에서 영화화를 해도 좋겠냐는 의사를 물어왔고 흔쾌히 허락해 1차적으로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출판사가 나와 함께 할리우드 영화사를 선택하면서 2년여 동안의 시간이 흘렀다. 그때만 해도 나는 영화화에 반신반의했고, 한국에서 살고 있어서 그런지 내 작품이 할리우드에서 영화화가 된다는 일 자체를 현실로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2004, 5년 정도에 영화화가 되기로 결론이 났고, 그 이후 감독과 배우 캐스팅 문제, 시나리오 수정 때문에 고비가 있었다.그때는 영화화가 정말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2006년부터 윤곽이 뚜렷해지면서 지금의 형태를 띠게 됐고, 구체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 ‘프리스트’에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캐스팅은 누군가? “‘블랙 햇’ 역할을 한 ‘칼 어반’이 가장 마음에 든다. 칼 어반은 코미디 영화에 나온다고 해도 내가 굉장히 좋아할 스타일인데 고맙게도 ‘프리스트’에 출연해줬다.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연기 스타일을 많이 가지고 있는 배우로, ‘프리스트’에서 그런 카리스마를 보여준 것 같아서 좋았다.”

- ‘프리스트’가 한국에서 영화화된다면 어떤 배우가 캐스팅됐으면 좋겠나? “주인공 이반에게 모자를 씌웠을 때 얼굴에 음영이 지는 모습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런데 배우 유오성 씨가 주인공의 이미지와 음각이 똑같아서 이반 역할로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농담처럼 한 적이 있다.” - ‘프리스트’ 말고 다른 작품으로 영화화 제의를 받은 적이 있나? “내 작품 중 하나가 영화화돼서 너무 영광이고 호재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경험한 할리우드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은 아닌 것 같다(웃음). 작품 하나가 영화화됐다고 해서 다른 작품이 바로 영화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다음 작품을 영화화한다면 ‘프리스트’로 겪었던 일들을 또 다시 겪을 것 같다. 어쩌면 ‘프리스트’ 때보다 더 힘들 수 있고, 한 번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조금 쉬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거다.” - ‘프리스트’가 앞으로 시리즈로 나올 거라는 이야기가 있었나? “‘프리스트’ 시리즈 제작에 관한 이야기는 있었다. 물론 영화가 대대적인 성공을 한다면 바로 다음 편 제작에 들어가겠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다.” - 원작과 영화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원작자로서 이견도 있을 텐데 어떤가? “지인들이 영화와 원작이 많이 달라서 기분이 나쁘지 않으냐고 물어본 적이 꽤 있다. 그런 질문에 항상 나는 ‘만약 할리우드에서 당신의 작품이 영화화되면 기분이 어떻겠느냐’고 반문한다(웃음). 영화 자체가 내 작품과 차이가 있다는 점은 나도 인정한다. 만약 내게 메가폰이 주어져서 촬영에 대한 직접적인 권한이 있었다면 치열하게 싸워서라도 내 작품의 200%까지, 심지어는 앞으로 그리고 싶은 내용까지 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이 영화의 원작자일 뿐이고 실제 영화를 만드는 일은 할리우드 제작자의 몫이었기 때문에 깊게 관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300’ ‘씬 시티’처럼 원작을 살리는 것을 떠나 연출 자체의 영상미를 그대로 담은 작품도 있다. 물론 그랬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나는 내 작품은 내 작품대로의 의미가 있고 영화 ‘프리스트’는 제2의 창작물이라는 여유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영화화에는 할리우드의 비즈니스적인 전략들이 고려가 됐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 ‘프리스트’가 할리우드 제작자의 구미를 당기고 영화로 제작된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내 작품이 영화화된 일에 대해 처음부터 전략적인 의도를 가지고 그렸는지를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로지 만화에 초점을 맞춰서 그렸다. 나는 장르적 특성에 맞춰 그리는 것을 선호한다. ‘프리스트’는 웨스턴 호러라는 장르로 그리면서 최대한 외국적인 정서에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미국에서는 ‘프리스트’의 한국적인 드라마 정서를 독특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여러 가지 장르와 드라마가 혼합된 작품으로 인정을 받아 후한 점수를 얻지 않았나 생각한다.” - 최근 할리우드에서 한국인들의 활약상이 많은데 이런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요즘 원작, 연출 등의 부문에서 한국인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데 감히 내가 그런 분들과 같은 선상에 서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처음에 나는 한 명의 관객이나 독자, 소위 문화에 종사하는 한국인 입장에서 한국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에 대해 조금 비관적으로 보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런 성공 사례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현실로 눈앞에 펼쳐지고 나 역시 경험자가 되고 나니 실감한다. 아마 이런 추세라면 문화 콘텐츠 면에서 ‘한국’이라고 하면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지 않을까 싶다.” - 앞으로의 계획은? “만화가로서 ‘프리스트’ 연재도 준비하고 지금 하고 있는 여러 가지 작품도 꾸준히 그릴 생각이다. 나는 영화인이 아니라 만화가이기 때문에 영화와는 별개로 묵묵히 나의 길을 가려고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끝으로 영화와 함께 한국만화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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