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8호 박현준⁄ 2011.06.27 14:05:26
설준희 세브란스심혈관병원 심장웰네스센터장 / 운동치료클리닉 과장 미국에 이민 간 고교 동창의 아들이 미국 대학 입학시험(SAT)에서 전국 10위 안에 드는 좋은 성적을 받아서 하버드대학에 원서를 냈으나 생각지도 못하게 탈락 통보를 받았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된 부모는 뭔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며 대학에 항의 서한을 보냈는데…. ‘답변: 우리 대학교가 당신의 아들에게 왜 입학 허가를 발급하지 않았는지를 설명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외국에서 이민 와서 미국의 정서를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설명을 드리자면, 우리는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지는 않습니다. 당신의 아들은 봉사 활동도, 운동을 한 경력도, 음악이나 미술 활동 경력도 전혀 없습니다. 오로지 성적 하나만 좋을 뿐입니다. 이게 탈락 이유입니다.’ 미국 대학도 한국처럼 SAT 성적을 중요시하지만 과외활동, 면접 점수도 크게 작용한다. 미국 대학들은 학교마다 자체 기준을 갖고 학생을 선발하지만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DAT라는 치과 대학시험이 있는데 성적 분포는 24에서 17, 18까지의 범위가 90%를 차지한다. 이러다 보니 예를 들어 21점은 입학을 했으나 21.5는 탈락하는 경우가 있다. 학교 관계자는 말한다. 성적 1, 2점보다 인성, 창의력, 과외 활동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활동력이 더 중요하다고. 1, 2점 차로 당락이 갈리는데, 400점 만점에 1, 2점 차이가 도대체 무슨 변별력을 발휘한다는 것인지…미국 대학이 왜 봉사-과외 활동 중요시하는지 알아야 현재 우리나라는 과거 대학별 입학시험이 있을 때와 비교하자면 의대생들의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 전공의의 경우도 시키는 일 이외에는 안 한다. 아니 못 한다고 보아야 한다. 환자 치료는 교과서대로만 되는 게 아니다. 더구나 의학 분야 연구는 아직도 발견해야 할, 발전시켜야 할 분야가 많다. 창의력이 없다면 발전은 불가능하고 세계를 앞서 가기 힘들다. 물론 그 당시보다 모집 인원이 많아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암기위주의 수능 점수만을 기준으로 하고(논술 등이 있긴 하지만), 학생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면접 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는 현재 한국의 대입 시스템이 계속되는 한, 이런 문제는 계속될 것 같다. 즉, 대학 당국을 믿지 못해 자율권이 없는 입학시험으로만 학생을 뽑게 하면 학생들의 창의력, 적극성, 활동성이 떨어지고 마는 것이다. 합격과 불합격이 수능점수 1, 2점으로 갈리는데 400점 만점에 1, 2점 차이가 도대체 무슨 차이를 발생시킨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 사회가 대학을 믿지 못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다고 생각한다. 부정 입학이 있고 면접을 하는 교수들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다소의 부작용이 있어도 대학에게 자율권을 주어 각 분야마다 특색 있게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거기에 따른 책임을 부과해야 교육의 미래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박치질-김항문-김화상 의원의 공통점은? 양심 없는 의사들이 생겨나는 이유 어느 분야나 욕되게 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의료 분야에서도 돈에 눈이 먼 의사들의 한심한 작태 탓에 피해를 보는 의사들이 많다. 극히 소수가 물을 흐리는 작태다. 이러다 보니 개인 병원보다는 종합병원을 신뢰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과대광고나 허위 선전뿐 아니라 환자들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행동은 의료인의 양심을 논하기 이전에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의사 자격증도 없이 과거에 병원에 근무하면서 먼발치에서 본 경험(?)을 활용해 의사면허를 빌려 성형 수술을 하는 사람, 의사인 건 사실이지만 한 번도 배우거나 경험이 없는데도 마치 전문의처럼 위장하고 환자를 보는 사람, 불법으로 진단서를 발급해 돈을 버는 의사, 수술을 안 해도 되는 환자들에게 수술을 권유하는 의사 등등 소수지만 그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전문의 제도가 실시된 이후부터 환자들도 병에 따라 전문 분야의 의사를 찾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의 자격증이 없는 일반 의사들은 ○○○의원이라고 자신의 이름 뒤에 의원이라고 붙이고 진료과목으로 내과 등의 과목을 붙일 수가 있다. 이를 이용한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한다. 한 의사가 치질을 전문으로 환자를 보았는데 차츰 항문외과가 알려지면서 환자가 줄어들자 의사는 자신의 이름을 치질로 개명하고 박치질의원이라고 명명하였고, 그 당시만 해도 사실을 몰랐던 환자들이 그곳으로 몰려들었었다. 그런데 이 의사가 사망한 뒤 역시 의사인 아들이 병원을 물려받으면서 자신도 이름을 치질로 바꾸고 환자를 보았던 정말 상종 못할 경우도 있었다. 이와 비슷한 예로 화상 환자를 전문으로 본다는 김화상의원, 항문 진료를 한다는 최항문의원 등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믿기지 않는 일도 있었다. 쉽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과목으로만 의대생이 몰리고 ‘아들 낳는 좌욕 물’을 파는 양심불량 의사가 계속 생겨나니… 최근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청문회를 보면 교수 출신들 중에서 논문 조작, 표절 등이 문제가 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어떤 연구자는 과대망상에 사로 잡혀 실제로 하지도 않은 실험을 한 것처럼 유명 저널에 게재해 나라 망신을 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미국 남부 모 심장 전문 병원에서 소아심장 전기학의 대가로 알려지면서 세계적 선망의 대상이 됐었던 소아심장학 교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의 논문 대부분이 허위로 밝혀지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사건도 있었다. 세상에 믿을 사람이란 없는 걸까? 요즈음 세태가 돈 많이 버는 직업으로 몰려서 기초 과학 분야의 학생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의료계에서도 쉽고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과를 선택하는 경향이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다. 그 탓에 응급 환자를 보살피고 어려운 환자를 수술하는 의사들의 숫자는 점점 감소하고 있다. 오죽하면 정부가 이러한 과를 선택하는 의사들에게 더 많은 보수를 주라고 권고 하겠는가? 이보다 더 서글픈 일은 사기 진료를 서슴지 않는 의사도 드물지만 있다는 것이다. 무조건 수술을 권하거나, 과장광고-허위광고 등을 남발하는 의사다. 한참 전의 일이지만 한 산부인과 의사는 아들을 낳게 해준다는 물을 판매한 적도 있었다. 그 물로 좌욕을 하면 틀림없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양심이 없는 것은 물론 영혼까지도 팔아먹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