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이 최근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보고한 금융감독 혁신방안은 금융회사 검사 시스템을 고치고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과 청렴성을 높이겠다는 내용이 그 뼈대다. 그러나 많은 서민들의 재산을 앗아간 저축은행사태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금융당국의 총체적 감독부실로서, 특히 부산저축은행사태를 계기로 과도한 권력을 행사하는 감독체계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음에도 금융감독 혁신방안의 핵심 쟁점은 뒤로 미뤄놓아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독립기구로 신설하는 방안이나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와 제재를 분리해 제재심의위원회를 금융위원회에 두는 방안은 논란 끝에 ‘중장기 과제’, 즉 차기정부 이후로 떠넘긴 것은 이번 금융감독 혁신안이 무늬만 개혁이라는 비난을 받을만 하다. 특히 금감원이 갖고 있는 금융회사 제재권을 금융위원회로 이관해 검사권과 제재권을 분리하는 문제는 금감원의 비대한 권한을 축소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뒤로 미뤄놓은 것은 TF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TF가 민·관 합동으로 구성됐지만 사실상 정부 관료의 입김이 세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을 직접 방문해 “여러분의 손으로만 개혁을 하기에는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고 강도 높게 질책했겠는가. 근본부터 개혁을 추진하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로 국무총리실에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라는 것이 설치된 것이다. TF는 3개월 간의 연구와 논의 끝에 2일 금융감독 혁신안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개혁이라고 하기에는 부실하기 그지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TF는 우선 규모가 큰 저축은행에 대한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의 공동 검사를 의무화하고 예보의 단독검사 대상을 확대했지만 검사 능력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예보가 금감원의 독단을 크게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금감원의 막강한 파워가 약화될 지는 의문이다. TF는 또 금감원 임직원의 인적 쇄신 방안으로 재산등록 대상을 2급 이상에서 4급 이상으로 확대하고, 퇴직자의 금융회사 취업 제한 대상도 2급 이상에서 4급 이상으로 확대한 것도 최근 금감원이 내놓았던 자체 쇄신방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금감원 직원들이 잇따라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는 마당에 금감원에서 발표한 내용을 재탕한 것은 개혁의지와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총리실은 앞으로 국정조사에서 논의되는 제도적 보완방안 등을 반영하고 정부 내에서 추가 협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순 최종안을 발표한다고 한다. 수많은 서민들을 울리고 있는 저축은행사태에 책임이 큰 감독당국은 환골탈태해야 하지만 아직 뼈를 깎는 듯한 자성의 모습은 볼 수 없다. 제2의 저축은행 사태를 막기 위해서도 금융감독체계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대수술이 필요하다. 정부는 시한에 얽매이지 말고 부실 감독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보다 개혁적이고 실효성 있는 내용이 마련되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