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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 자신의 정체성의 의식을 다년간 프로젝트 'A Song of Lorelei'에 담아

태어나기 전부터 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요소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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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2호 왕진오⁄ 2012.12.04 23:31:07

나현 작가의 'A Song of Lorelei'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이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요소를 시초로 하여 다년간의 프로젝트를 진행시킨다. 오는 12월 27일까지 종로구 동숭동 갤러리정미소에서 진행되는 나현(42)의 전시는 작가 특유의 사적 고민에서 출발하지만, 그가 행하는 일련의 프로젝트의 순차적인 행위의 개입을 통해 점차적으로 공적 요소로 전환되어 펼쳐진다. 이번에 전시되는 '파일 프로젝트2012'역시 기존의 '나현 보고서-민족에 관하여'와 동일한 맥락에 서 있다. 라인강이라는 특정 장소가 시간성을 뛰어넘을 수 있는 초월적인 지점에 이르게 하는 시도로 자신의 정체성의 의식을 먼저 담아내는 수행부터 시작된다. 이에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시간이 축적되면 그의 '파일 프로젝트'도 끝이 난다. 2010년부터 수행된 본 프로젝트는 14세기경에 발견돼 말뚝이 중요한 모태가 되었으며, 그는 그 시기와 동일하면서도 부분적인 재현을 위해 높이 2.8m의 말뚝을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오크 나무로 제작했다. 그 후 나현은 인간의 욕망과 자연의 경계 지을 수 있는 라인강 주변에 그 말뚝을 설치했다. 그러한 행위 뒤에는 우리가 예견할 수 없고, 지켜보지도 못했던 14세기의 말뚝에서 느낀 것과 같은 황홀경에 이르게 하는 짧은 의식과 같은 프로젝트를 보게 된다. 이때 작가 나현은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시간성을 개입시켜 2년 동안 그 말뚝이 자연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존재하게 되는지를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한다. 14세기의 본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제작된 이 말뚝은 라인강의 물 높이의 변화와 시간의 흔적으로 고스란히 담아내며, 이러한 풍파에 겪고 기울어져 있는 모습을 취하기도 한다.

작가는 독일에서 수행했던 위와 같은 프로젝트를 한국에서도 진행하게 되는데 마치 독일 라인강의 역사와 닮아 있을 수 있는 남한강대교-한강, 구담교-낙동강, 담양호-영산강, 금강 등지에서 2.9m의 말뚝을 다시 제작하여 순차적으로 설치하고 해체하면서 독일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사진과 영상을 통해 작업을 완성시킨다. 그가 지속적으로 진행시키고 있는 ‘Painting on the Water’시리즈 역시 말뚝이 설치되어 있는 풍경을 드로잉한 것으로 라인강과 육지의 말뚝이 물이 들어오고 나가면서 남겨졌던 흔적을 다시금 시각화 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한 ‘Painting on the Water 2012’는 전시장에 설치되어 전시장에서 주는 다양한 환경적 조건 속에서 건조될 것이고, 그로 인해 흔적은 캔버스에 고스란히 남게 될 것이다. 이렇듯 이번 전시에서는 나현이 기존에 행했던 프로젝트 수행방식이 시간의 축적의 결과물과 동시에 또 다른 시간의 진행형을 담아내는 방법과는 일맥상통하다. 경계 짓기와 허물기, 쌓기와 무너뜨리기와 같은 행위의 중심에 서서 지속적으로 행해지는 긴장된 줄다리기는 이번 전시에서도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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