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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봉선 ‘독야청청(獨也靑靑)-천세(千歲)를 보다’

수묵으로부터 불어오는 천년의 솔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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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3-304호 왕진오⁄ 2012.12.10 11:05:55

전통 필법의 예인(藝人) 문봉선이 지난 30여 년간 전국의 산재한 소나무를 눈에 담아 일필휘지로 그려낸 작업을 12월 12일부터 내년 2월 17일까지 종로구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선보인다. 소나무는 우리 전통 회화에 있어 선비들의 문학과 그림에 빠지지 않는 소재로 절개, 장수, 정화를 상징하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문봉선이 우리 산천 곳곳을 돌며 소나무와 소나무 숲을 관찰하고 그려온 작품들은 우리나라의 풍토와 기후, 우리민족의 정신을 두루 담고 있는 진정한 목신(木神)의 경지를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평을 듣고 있다. 그의 조형의 아름다움은 현대 추상미술의 아름다움과도 상통하는데, 법고창신의 기운과 창조적 파괴의 여운이 흥건하다. 특히 전시장과 함께하고 있는 600여 년에 이르는 석파정 노송을 그린 그림을 선보이고 있는데, 작가는 오랜 세월 우리 역사와 함께해왔고 나아가 천 년을 바라보는 이 소나무에 ‘천세송(千歲松)’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를 현장에서 사생했다.

문봉선(51) 작가는 "소나무를 그리고 싶었다. 30여 년 전부터 관심만 가지고 있다가 나만의 필법으로 그려낸 소나무를 그려보자는 생각에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대형 소나무를 그리게 됐다"며 "농묵으로 일필휘지로 그려내다 보니 이제는 누가 보더라도 문봉선이 그린 소나무라는 소리를 듣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소나무는 묘사력만 가지고는 표현되지 않는 심원한 무언가가 있다. 거의 30년 동안 많은 시도를 하면서 헤맸다는 문 작가는 나중에 보니 결국 처음에 그렸던 방식으로 되돌아가 있고, 고향의 산천단 소나무를 그렸던 것을 우연히 다시 보게 되면서 당시 그렸던 것이 자신의 그림에서 되살아나 있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초서의 필력 동원, 소나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승화 기교 부리지 않은 표현 통해 소나무 본질을 그대로 소나무를 전통 회화의 필법을 세련되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승화시켜 철저히 실경(實景)을 사생(寫生)하고 있다. 여기에 오랫동안 갈고 닦은 초서(草書)의 필력이 더해져 전통과 현대가 혼합된 문봉선만의 개성적인 수묵 솔 풍경이 완성됐다.

기교를 부리지 않은 표현을 통해 작가는 소나무의 본질을 그대로 화면에 담고자 했다. 전통적인 묘사법에서 벗어난 그의 소나무들은 모던해 보이는 한편 매우 두드러진 개성을 가지며 우리 전통 회화의 아름다움과 잠재력을 드러낸다. 문 작가는 "나라마다 소나무가 다릅니다. 우연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능호관 이인상의 소나무를 스케치북을 가져가 똑같이 그렸어요. 능호관의 작품 역시 옛 기법만으로 그런 소나무가 나온 것이 아니라 사생과 소나무에 대한 진정한 애정으로부터 나온 것이라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이어 "매화나 대나무에 비해 소나무는 그 스케일이 상당히 큽니다. 나무 자체가 크기 때문에 일상적인 시선으로 봐서는 소나무 전체가 눈에 들어오기 어렵습니다. 진짜 눈이 열려야만 전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와 그릴 수 있는 것이지요, 쉽게 눈이 안 열리더군요.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전체를 한번 그려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고 말했다.

소나무를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와서 봐주기만을 바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바라보다가 그림에서 솔바람과 솔 향을 느껴봐주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이 작가가 현장에서 허리 아프게 쭈그려서 많이 보고 그렸구나!” 그렇게 느껴주는 것이 답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잘 그렸다 어떻다 하는 건 다음 문제라는 주장이다. 전시제목으로 삼은 '독야청청(獨也靑靑)―천세(千歲)를 보다'는 소나무가 가진 기개와 절개, 강인한 기상을 나타내는 한편 눈앞의 이해에 휘둘리지 않고 본질과 근원, 먼 미래를 꿰뚫어보는 혜안을 의미한다. 문 작가는 앞으로 10년 정도의 계획으로 백두대간 답사를 통한 두루마리 작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한다. 100m 정도의 작품을 생각하며 전시는 안 해도 좋지만 꼭 한번 그려서 남기고 싶다는 것이다. 소나무를 그려서 전시를 하는 것보다 우리 전통회화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 그리고 그것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전시가 되었으면 하는 게 작가의 바람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전통회화가 과거의 유산에 불과한 게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열어갈 정신의 푯대 그리고 새로운 상징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켜 준다. 작가의 속내가 소나무의 솔 향을 통해 강하게 느껴지고 있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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