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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특집 _ 미술계 현장 ‘生生토크’ ①]큐레이터 5명이 짚어본 ‘오늘과 내일’

“암울한 침체기, 그래도 희망을 쐈다”…미술시장 활성화 위해 기업들 관심 절실, 정부 지원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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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6호 왕진오⁄ 2012.12.24 15:46:05

올해 대한민국 미술계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왔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제위기에다 경기침체가 맞물려 단군 이래 최대불황을 맞고 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미술계도 예외일 수 없다.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진 지 오래다. 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이 속속 보도되면서 급기야 미술품이 '검은돈'의 온상처럼 몰렸다. 미술품 양도소득세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밖에 미술계가 직면한 현안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계 현장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들의 대체적인 반응은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CNB저널은 미술계 현장의 대표 큐레이터 5명을 통해 올 한해를 정리해보고 내년 전망을 들어봤다. ‘국제갤러리’ 전민경, ‘갤러리 산토리니 서울’ 고경, ‘예화랑’ 장은경, ‘선화랑’ 박부경, ‘갤러리 룩스’ 박혜림 큐레이터가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줬다. 전민경: 다양한 국제전시 접할 기회 많아

올 한 해 동안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등 다양한 국제 전시행사가 열렸다. 이로 인해 해외 미술계 관계자들을 한국에서 접할 기회가 많았던 것이 가장 큰 소득인 것 같다. 신진 작가의 약진이 없었던 것이 올 해 전시의 특징이다. 여기에 많은 대안공간들이 사라지고, 미술 지원기금도 축소되어 신진작가들의 활동이 위축된 게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 점이다. 내년에는 해외 작가나 미술계 인사들이 국내에 많이 소개되기를 바란다. 특히 그들과 소통하는 의미로 커뮤니케이션 파트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작은 전시라도 온전히 외부에 전달되어 아티스트들이 제대로 평가되기를 바란다. 고경: 곤혹스런 질문 “볼 만한 전시 있나”

대기업 수준 화랑이 아닌 갤러리에 근무하는 큐레이터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볼 만한 전시 어디 있나요?” 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가장 곤혹스럽다. 더욱이 갤러리에서 한 주 6일간 직원 1~2명으로 전시를 꾸려 나가다보니 시간을 투자해 다른 전시를 보러 다니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대기업 브랜드와 작가간 콜라보레이션이 붐처럼 일었던 해였던 것 같다. 화장품부터 스마트폰까지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한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소규모 화랑들의 역할이 더 위축된 것도 여느 해와 비교해서 크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장은경: 다양한 장르 부각보다 안정적 장르가 부각돼

올 한해 인상에 남는 전시는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 것 같다. 불안한 시대의 불편한 진실이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화랑에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대형 전시보다는 골동품 관련 복합 전시들이 유행처럼 열린 것도 올해 화랑계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화랑에 관람객들이 별로 없었던 것은 한국 미술계 전체가 느낀 한 해 였다. 현대미술에 대한 가격 거품이 사라지면서 이를 구입하려는 고객들의 흥미가 감소됐다. 다양한 장르의 부각보다는 안정적인 장르가 두각을 보인 한 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술시장이 양도소득세나 침체된 분위기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미술을 온전히 사랑하는 컬렉터와 좋은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이 행복하게, 예술 본연의 길에서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전시와 작품이 우리 사회에서 넘치기를 바란다. 박부경: 개념없는 아트페어는 ‘그들만의 리그’

은행 채무가 많은 기업의 미술품 악용, 미술품양도소득세 문제 등으로 더욱 침체되었던 미술시장이 더욱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관, 갤러리 그리고 양적으로 늘어난 아트페어 등을 보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는 분위기다. 새로운 시도는 물론 영향력 있는 작가들의 선전이 돋보인 한 해가 된 것 같다. 올 한해 너무 많은 아트페어가 열린 것 같다. 미술시장의 활성화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한정된 국내 갤러리와 작가, 작품의 출품으로 인해 무개성과 반복적인 아트페어는 주최자들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하기 쉽다. 새해에는 옥션과 대형화랑에서 부각되는 스타 작가위주의 가격 올리기 경향보다 좀 더 다양한 장르, 특히 덜 주목받았던 장르의 부응과 그 사이에서 묻혔던 작가들의 도약을 기대해 본다. 박혜림: 다양한 소비층 발굴, 작가와 컬렉터 가교역할을

사진전문 갤러리에서 일하다보니 미술계 전반보다 사진예술 분야의 변화가 가장 민감하게 다가왔다. 사진의 유통과 판매 관련 분야도 불황기를 맞았다. 이를 타계하기 위해 다양한 대형전시와 아트페어를 통해 판매와 유통을 늘리려 했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올해 서울 뿐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마크 리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데이비드 라샤펠 등 유명한 해외사진가들의 전시와 기획전들이 많이 열린 것은 사진계 발전에 도움을 주었다고 평을 하고 싶다. 2013년에는 다양한 소비층을 발굴해 작가와 컬렉터를 연결시키는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 참신한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들을 위해 일회성 지원이 아닌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프로모션 활동을 펼쳐보려 한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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