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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19금(禁) 춘화(春畵) 만끽

노골적이지만 예술성이 가득 담긴 풍속화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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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9호 왕진오⁄ 2013.01.14 13:30:03

“빼어난 여색은 좋은 반찬이라는 말은 천 년을 두고 내려오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그대의 책상 아래 이 화첩을 드리니, 날마다 부드럽고 따뜻한 고향에 들어가는 맛을 보리라. 어찌 원제의 풍정을 부러워하겠는가.” (1884년 봄 '건곤일회첩'에 쓴 역관 이상적의 발문) 긴긴 겨울밤은 사각 등을 놓아 분위기를 맞추었다. 발가벗은 남자가 큰 요에 덜렁 누운 여인을 향해 돌진한다. 양팔을 벌리고 레슬러가 공격하려는 포즈와 닮아 있다. 문도 닫지 않은 채이다. 남자의 이런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도리어 무관심하다는 여인의 표정이 대조를 이룬다. 방안에는 놋쇠그릇과 성희를 위한 기본 도구만 있고 치장거리가 없다. 그러면서도 방문에는 얼핏 김홍도일파의 상당한 수준급 화조산수가 붙어 있다. 그림의 두 마리 새가 나란히 날며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방의 쓰임새까지 잘 어울려 있는 표현에서 단원 김홍도(1745~1808?)의 화풍이 드러나는 운우도첩(雲雨圖帖)에 그려진 풍속도의 모습이다.

운우도첩은 조선후기 춘화 가운데 가장 회화성이 뛰어나고 격조를 갖춘 작품으로 춘화의 백미로 평가된다. 특히 운우도첩은 잡지나 책에 부분적으로 실려 왔기에 눈에 익지만, 원화가 공개되는 것은 최초이다. 조선 최고의 춘화첩 가운데 하나인 '건곤일회첩(乾坤一會帖)'은 혜원 신윤복(1758~?)의 춘화로 전해진 작품이다. 온몸에 홍조를 띤 젊은 남자는 홀딱 벗고 있다. 반회장 저고리를 입은 여성의 가체는 반쯤 풀어진 상태다. 방안에는 소철나무 화분과 술안주 소반이 놓여있다. 단원은 서민 생활의 단면을 소박하고 유머 넘치게 다뤘지만, 혜원은 한량과 기녀를 중심으로 남녀 간의 춘의(春意)를 주로 그렸다. 조선의 춘화는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배경의 비중이 크다. 유홍준(64)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춘화는 서정적이다. 담뱃대나 재떨이, 촛대, 물오른 버드나무 등이 주변의 세팅된 듯 한 분위기가 외국과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는 1월 15일부터 2월 24일까지 본관과 두가헌 갤러리에서 올해 첫 전시로 춘화 작품들을 선보인다. '옛사람의 삶과 풍류-조선시대 풍속화와 춘화' 전이다. 조선 후기 화가들의 풍속화와 춘화를 아우른다. 전시장에는 혜원 신윤복과 공재 윤두서(1668∼1725), 관아재 조영석(1686∼1761), 긍재 김득신(1754∼1822), 긍원 김양기(?∼?), 혜산 유숙(1827∼1873), 소당 이재관(1783∼1837), 심전 안중식(1861∼1919) 등 조선 후기 풍속화 10점이 함께 한다. 이들 중 심전 안중식의 10폭 '평생도'는 이번에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되는 작품이다. 돌잔치, 혼인, 과거시험, 장원급제, 관찰사 부임, 회혼례, 회방연 등 양반의 일생을 풀어냈다.

평민 출신 화가인 기산 김준근(19세기 중엽~20세기 초)의 미공개작도 있다. 기존에 알려진 1572점 외에 새로 발굴된 79점 중 50여 점이 전시된다. 김준근의 작품은 독일 베를린 미술관과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 등 세계 유명 박물관에 조선 시대 풍속화로는 가장 많이 소장됐다. 미국 스미소니언, 독일 베를린박물관에 소장 이번 전시에서 단원과 혜원의 작품으로 전해 내려온 춘화 15점이 특히 주목된다. 19세기 전반 '운우도첩(雲雨圖帖)'과 1844년 작 '건곤일회첩'이 원화 화첩 전체로 대중에게 처음 소개된다. 유교의 도덕개념으로는 매우 파격적인 당대 사회의 성 문란을 보여주는 화첩이다. 본관 2층에 전시됐으며 19세 이상만 볼 수 있다. 유홍준 교수는 "우리 춘화의 매력은 화사한 분홍빛의 진달래 밭이나 녹음진 개울가, 연녹색 봄버들의 달밤 연못가 등 열린 공간에서 온몸을 드러내고 자연과 교감하는 것"이라며 "특히 때론 해학적이고 낭만이 흐르고, 과장하지 않고 가식 없는 에로티시즘이 우리 춘화의 감칠맛이자 아름다움"이라고 소개했다. 전시 기간 중 23일 오후 2시 유 교수가 '옛사람들의 삶과 풍류', 2월13일 오후 2시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가 '조선 춘화의 에로티시즘‘을 주제로 강의한다. 문의 02-2287-3591.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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