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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나의 삶 나의 길 ⑦]전문성 갖춘 큐레이터들에게 올바른 대우 해주는 한 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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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12-313호 박현준⁄ 2013.02.12 08:44:31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스타강사 김미경씨의 글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누구도 아닌 내 꿈을 위해 살아라.” 그녀의 목표는 자신의 강의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희망을 찾고 꿈을 위해 달려가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큐레이터로서 나도 꿈을 위해 달려가기보다 꿈을 찾기 위해 방황한 시간이 더 길었다. 미술계에서 현장에서 근무하는 많은 이들 중에 초·중·고 의무교육기간을 지나 대학 4년, 석사, 박사에 유학까지 다녀오는 많은 미술 전공자들이 부지기수이다. 하지만 예쁘고 똑똑하기까지 한 무수한 인재들이 박봉에 제대로 된 처우도 받지 못하고, 큐레이팅 업무보다는 그림 액자 나르고, 커피 심부름에 서류 정리를 하는 사무보조 역할에 매진하며 자신들이 가졌던 꿈의 날개를 접히는 현실에 괴로워하며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이 직업의 현실이다. 나는 그러한 인재의 틈바구니에 명함도 못 내밀만한 학벌에 이렇다 할 스펙 없이 20대의 직장 생활을 전투적으로 보냈다. 그러다 문득 서러운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 미술전공자로서 어려서부터 화가의 꿈을 키웠고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입시에 재도전해 대학을 두 번이나 졸업했다는 나만의 자부심이 있기에 현실에 저항하기보다는 현장에서의 능력을 키우는 일에 사력을 다해가며 앞만 보고 달려왔다.

남들의 주관적 평가보다는 미술계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며 다양한 전시와 작가들을 만나고 전시를 만들면서, 아직까지는 후회보다는 스스로 대견하다는 시간의 궤적이 머리를 스쳐갔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을 머리에 떠올릴 때마다 나는 왜 미술계의 많은 현장 근무자들이 받고 있는 불편한 처우를 받으며 동년배 타 업종의 친구들에 비해 박봉의 현실에서 일해야 하는가 하는 회의감이 종종 들게 되었다. 20대 중반의 학부 졸업생이나, 30대 중반의 박사출신이나, 경력 2년차나, 경력 10년차나 그 월급이 그 월급인 현실에 답답함을 느꼈고 돌파구가 필요했다. 전문성과 부가가치 창출 위해 노력해야 일은 할수록 기술이 좋아지는데 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할까. 처음엔 그저 미술계 현실의 굳어있는 제도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문득 공부하면 공부한 만큼 대접받고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직종의 일을 하고 싶은 생각에 현장에 있으면서 다양한 스펙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서적을 뒤지며 내공을 쌓았다. 그러던 중 발견한 사실은 개인의 스펙과 노력도 필요하지만 업무 수행에 있어 생산성의 부가가치의 차이가 가장 커다란 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전문성의 결여라는 점도 크게 눈에 들어왔다. 같은 시간을 일 했을 때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느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느냐, 과연 내가 아니면 절대 해결되지 않을 일인가를 물었을 때 내가 받는 처우는 결코 부당하다 할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이었다. 그러자 내 존재의 가치가 얼마나 작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처음에는 부당한 처우, 야박한 월급에서 벗어나 보고자 시작한 고민들이 더 큰 꿈을 그리게 만들었다. 스펙과 자격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느꼈던 학위, 어학 등이 아닌 진짜 공부가 간절해지기 시작했다. 생각은 있는데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더 이상 부끄럽지 않았다. 애초에 생각조차 미치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배운 지식과 경험으로 더 큰 결과물을 만들어 더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내가 배운 것을 백퍼센트를 넘어 백이십 퍼센트 나누며 쓸 수 있는 일이 없을까’ 매일 고민했고 지금도 고민한다. 그리고 그런 고민들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예술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에 의문을 가지는 것 같다. 좋은 전시를 기획해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일, 빼앗긴 문화재를 환수해 국가와 국민의 위상을 지키는 일, 지역의 곳곳을 돌며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 등등, 너무나 훌륭한 일들을 해냄으로 가늠할 수 없는 가치를 만들어 내는 분들이 아주 많다. 존경을 넘어 가슴을 뛰게 하는 사람들이다. 앞으로 10년∼20년 후,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나에겐 명확한 꿈이 있다. 예술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치유 되게 하는 일, 미술로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소통하게 되는 일, 누군가의 삶에 활력이 되고 소외된 곳에 다가가 위로가 되는 일, 그런 일들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내 꿈이 됐다. 여전히 나에겐 자랑할 만한 월급봉투도 부러움 살만한 대우도 없다. 그냥 하루하루가 꿈을 향한 마일리지이고 그래서 날마다 기쁘다. 마치 마라토너가 완주를 하기 위해 묵묵히 자신의 발걸음을 내딛어 목표했던 결승점에 골인 한 후에 뛰어왔던 그 동안의 여정에 감사하며 자신과 하늘을 향해 기도를 하는 모습처럼, 오늘의 한 걸음으로 인해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진정한 부가가치가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고 싶다. - 고경 갤러리 산토리니서울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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