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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KAIST 초유의 정원미달 “프레임 바꿔야 지속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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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12-313호 김경훈⁄ 2013.02.12 09:43:16

서남표 KAIST 총장은 올해 나이 일흔 여덟이다. 미국 MIT대 석좌교수 출신으로 2006년 총장으로 부임해 4년 임기를 채우고 연임중이다. 그러나 곧 물러나게 됐다. 엊그제 이 대학 이사회에서 새 총장을 선임했기 때문이다. 최근 학생들의 잇단 자살과 농성, 총장연임 관련 갈등으로 엘리트 과학인재의 산실 KAIST가 자주 뉴스메이커로 등장한 지 오래다. 서남표 총장 ‘미완의 개혁’ 이 남긴 것 올해 KAIST 신입생 등록률은 84%에 불과하다. 개교 42년 만에 발생한 초유의 사태다. 사상처음 추가모집에도 불구 정원미달의 불명예를 안았다. 몇 년 전엔 노벨상을 받은 석학 로버트 러플린 총장이 중도에 불명예 퇴진하기도 했다. 전액 국민세금으로 운영하는 최고 과학교육의 메카 KAIST가 왜 이 지경까지 처해졌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KAIST의 추락, 그 연원을 따져보면 ‘서남표식 개혁’ 과 맞닿아 있다. ‘미완의 개혁’ 이 남긴 아픈 상처다. 그 개혁은 기존의 대학교육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꾼 일대 혁신이었다. 관습과 타성에 젖은 기존 대학문화를 일깨웠다. 서 총장은 개혁 방향을 다섯 분야로 정했다. 교수 정년심사 강화, 성적에 따른 차등 등록금제, 전과목 영어수업, 인성평가 위주 입시제, 에너지·환경·물·지속가능성의 연구방향 설정 등이다. 이 가운데 특히 차등등록금제는 학생들의 반발을 심하게 샀다. 일대 충격이었다. 그러나 냉정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불편한 진실’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나라 자연과학의 부끄러운 단면이기도 하다. 전액 국민세금 혜택을 받고 졸업한 후 다시 의대에 입학하는 ‘몰염치’ KAIST맨들이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사회적 지탄을 받아 마땅하지만, 누구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이러한 모럴해저드가 마침내 서 총장으로 하여금 개혁의 칼을 빼게 한 것이다. 서남표 총장의 개혁방향 가운데 에너지·환경·물·지속가능 연구를 눈여겨봤다. 바로 우리가 당면하고 개척해야 할 핵심 키워드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이를 제대로 과학교육에 접목하는 대학이 없었다. 천연자원이 빈약한 우리가 미래 성장동력을 찾을 분야다. 바로 국가 백년대계나 다름없다. 이 가운데 ‘지속가능’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큰 메시지를 던진다. 박근혜 당선인의 인수위 52일이 마무리 시점에서 ‘신·구 권력충돌’ 양상과 불협화음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의 길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 프레임을 바꿔 인식과 발상의 대전환을 이루고 있는지, 혹 그렇지 않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되돌아 볼 때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 특별사면을 놓고 벌어진 ‘신·구 권력충돌’ 양상은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면권은 대통령 고유권한이다. 사면권을 남용 않는다는 원칙에 의거, 사면심사위를 통해 투명하게 했으면 된다. 이 대통령 친형 이상득 전 의원도 사면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말 ‘신·구 권력충돌’ 은 잘못 이는 박근혜 당선인 측 말대로 국민여론을 무시한 차원이 아니다. 대통령 고유권한에 대한 이론반론은 ‘지속가능의 절벽’ 이다. 과거 권위주의를 없애겠다고 하다가 결국 권위까지 잃어버리는 실수를 범하는 것과 같다. 서남표 총장은 ‘서남표, 천 일의 기록’ (동아일보 발행)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바꾸려 한 것은 KAIST가 아니다. 지속가능을 방해하는 프레임이다.” 지속가능은 사회적 책임에서 비롯된다. 사회적 책임은 진정성이다. 진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프레임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 바꾸고 변해야 지속가능하다. 세상에 영원한 게 없다. 황하의 큰 물길도 변한다. (河東三十年, 河西三十年) 결국 지속가능한 게 최고다. KAIST 추락과 이명박 대통령 임기말 특별사면 논란이 이를 일깨워준다.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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