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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문일, 본질을 탐구하는 ‘일상의 힘’

익숙한 사물의 형상화, 그 안의 에너지를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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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15호 왕진오⁄ 2013.02.25 11:11:45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확장해가는 아티스트의 작업은 과학자와 같다. 현실 세계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이론들을 꾸준한 노력으로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녹록찮은 여정이다. 더욱이 붓을 잡고 하얀 캔버스에 물감으로 구체적인 이미지를 담아내는 화가의 경우는 무엇이 자신만의 것인지에 대해 사색한다. 누구도 생각하지 않은 대상을 끄집어내기 위해 부단한 노력과 열정이 필수적으로 동반된다. 열정(熱情)을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고 완성된 작품이 세상에 공개됐을 때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작가 손문일(34). 그의 작업은 독특하다 못해 예술가로서의 자신감이 강하게 드리운다. 손 작가는 "저만의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남들의 의견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즐겁고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즐거운 것 같습니다" 며 작업의 목표를 설명한다.

그래서일까. 손 작가가 주목한 대상은 자신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탁자, 의자, 정물 테이블의 천 등 익숙한 사물들이다. 너무 친숙한 대상들이기에 얼핏 보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쉬운 대상들에 작가 스스로 추구하는 본질의 의미가 담겨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본질을 표현하길 원했던 젊은 작가의 열정은 이미지를 창출해 스스로 본질을 만들어내게 된다. 그리고 본질을 찾아 재현을 고민하던 작가는 더 이상 물질적 대상과 작품 사이의 매개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둘 사이를 넘나들고 유희하며 자신의 역할을 자유롭게 확장하고 있다.

천에 뒤덮인 사물이 탁자임을 알면서도, 작품에서 인체의 일부분을 발견해도 이해를 위한 단서를 스스로 제공하지 않는다. 규칙과 불규칙을 넘나들며 이미지를 생성, 변화시킨다. 손 작가의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규정할 수 없는 감각과 언어를 발산하며 본질을 재생산한다. 이미지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하나의 결론으로 규정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은 애매모호하고 종잡을 수 없는 느낌을 유발시키는데 이것이 바로 그의 이미지가 가진 힘이다. 새로운 이미지들이 쌓이면 이들은 작가가 선택하지 않은 과거의 사물들처럼 버려지고 변형될 것이며 이런 과정에서 새로운 이미지로 만들어지게 된다. 그의 작품은 마치 세포분열을 하듯 증식하며 확장되는 양상을 보인다.

손 작가는 보이는 현상 너머의 차원을 바라보고 있다. 그것이 바로 본질의 실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본질의 세계를 탐구하며 이를 작품을 통해 제시한다. 본질을 탐구하기 위해 매개체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제한하거나 확장시켰던 것처럼 자신이 구축한 생태계의 개체를 확장시킴과 동시에 작업세계는 그 영역을 좁혀가며 점차 구체화 된다. 본질에 대한 순수하면서도 거침없는 접근 그리고 대상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치밀함이 본질이라는 주제를 탐구하는 ‘손문일의 힘’이다. 현실로 끄집어낸 상상, 희열과 미래를 설계하다 손문일 작가는 대상을 바라본 후 자신의 머릿속에서 치열한 소통의 과정을 거친다. 굳이 작품을 통해 세상과의 대화를 하기보다는 스스로의 여과과정을 거친 이미지를 그냥 그대로 봐주길 희망한다. 대단한 미사여구나 남이 표현한 듣기 좋은 말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 작품을 보고 각자의 감성대로 느끼기를 원한다.

작가가 선택한 사물들은 새로운 이미지를 위해서 자신을 기꺼이 희생한다. 책상이나 테이블, 천은 그의 작품에서 하나의 도구로 사용될 뿐이다. 반면 새롭게 생성된 이미지들은 개별성을 부여받고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이미지들은 단지 그의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우연히 혹은 무의식적으로 선택, 변형되었을 뿐이다. 그는 자신이 그리는 소재나 이미지를 선택한 분명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자신의 작품이 갤러리에서 전시하거나 미디어를 통해서 세상에 알려지는 경우 전형적으로 받아들여지기를 원치 않는다. 단지 작품을 바라보면서 이것을 만든 사람의 생각과 어떻게 살아왔을까 그리고 앞으로의 삶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할지를 유추해보는 모티브를 제공하고 싶어 한다. 각박한 현실에서 많은 것을 따지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작품을 바라보며 각자의 감성에 기록되는 그러한 작품을 남기고 싶은 것이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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