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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세계가 뒤엉킨 화면 “어색하지가 않네?”

더도 덜도 아닌 중간 정도로 여러 가지 이야기 건네는 조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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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15호 김대희⁄ 2013.03.04 10:58:32

한 화면 속 다양한 세계를 담으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는 중간계를 표방하는 조세민 작가의 개인전 ‘MEDIUM’이 방배동 갤러리 페이지에서 3월 1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인 ‘MEDIUM’은 중간의 것, 매체, 도구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세민의 작업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단어다. 사각의 캔버스 안에는 현재와 과거, 미래가 혼재되어 있고 한국, 중국, 일본의 세계가 뒤섞여있다. 등장인물인 남자와 여자 그리고 고양이는 일상과 일탈, 삶과 죽음, 영혼과 육체, 전통과 첨단을 뒤흔들며 춤을 춘다. 2011년경부터 시작된 ‘어썸패밀리’ 시리즈는 작가 본인과 남편 그리고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 두 마리의 일상에서부터 출발한다. 초기작 ‘즐거운 우리집-욕실에서’에는 귀여운 얼굴의 부부와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이 등장하는데 욕조는 알고 보니 핏빛으로 가득하다. 큐트한 이미지와 그로테스크함을 섞은 화면은 가정이라는 것이 온전히 화목하고 사랑스럽기만 한 것은 아님은 보여준다.

이후 ‘장군님이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흑백고양이를 탄 장군도’ ‘축복 시전해 드립니다-흑백고양이와 산신도’등으로 이어지는 작업들은 전통회화의 요소를 가지고 게임 속 판타지와 현실을 넘나들며 이는 근작 ‘인생가마’로 넘어오며 보다 다양한 내용을 담기 시작한다. 작품 중심부에 있는 가마는 사람이 숨이 끊어졌을 때 장지까지 타고 가게 되는 꽃상여로 그 안에는 살아 있는 여자아이가 있다. 이를 현대의 장난감 블럭인 레고가 한∙중∙일 전통의상을 입고 호위하며 페달이 달린 오토바이 모페드의 바퀴가 가마를 움직인다. 조세민의 작업은 오히려 함께 할 수 없는 것들이 뒤섞인 모순을 인정하고 소소한 재미를 찾아내는 것이 작품의 주된 요소다. 이러한 방식으로 한 가지 결론이나 한 가지 이야기를 지양하고 여러 요소를 뒤섞어 보여주는 것을 좋아한다.

어떠한 것을 보고 무언가를 확신하며 마침표를 찍는 것만이 온전한 답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뒤엉킨 현상을 관조해 담아냄이 더 자연스러운 답이 될 때도 있다. 때로는 불완전한 것이 더 큰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조세민은 이번 전시를 통해 중간의 것들이 만들어 낸 우주를 공유하고자 한다. 좋지도 나쁘지도,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않은 회색의 길 위에서 그녀는 중간정도의 깊이감으로 유랑하는 세상은 그것으로 즐겁고 흥미롭다고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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