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권이란? 햇빛은 사람이 쾌적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조건 중에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처럼 건물이 고층화·밀집화가 돼 갈수록 햇빛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햇빛을 받을 권리를 법률용어로 ‘일조권’이라 합니다. 최근 몇 년간 건설 분쟁과 관련해 뉴스에 종종 등장하고 있습니다. 일조권에 대해서는 여러 정의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건물이 남향인 우리나라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 됩니다. - 북측 건물의 거주자가 인접한 남측 토지상의 공간을 통해 햇빛을 받고 있었는데, 남측 토지의 사용권자가 그 토지위에 건물 등을 설치함으로써 이를 방해 받는 경우에 북측 거주자가 햇빛을 받을 권리. 어려운 용어로 설명돼 있지만, 일조권은 쉽게 말하면 ‘나도 햇볕 좀 쬐자!’는 이야기입니다. 예전에는 일조권 분쟁이 건축물이 완성된 후에 문제가 됐다면, 요즘에는 건설 단계에서 많이 문제 됩니다. 새로운 주택이나 아파트를 지으려고 하는데, 주변에서 관계 관청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일조권 보상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축주로서는 건축이 지연될수록 손해가 커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합의를 보려고 하고, 이러한 점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일조권 침해의 기준 일조방해 행위에 대해 판례는 신축된 건물이 건축 관계 법규에 위반되지 않는 경우에도 ‘수인한도’를 넘었다면, 불법행위의 성립을 인정하고,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건물의 신축으로 인하여 인근 토지상의 소유자가 직사광선이 차단되는 불이익을 받은 경우 그 신축행위가 정당한 권리행사로서의 범위를 벗어나 사법상 위법한 가해행위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그 일조방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어야 할 것이고, 일조방해 행위가 수인한도를 넘었는지의 여부는 피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성질 및 그에 대한 사회적 평가, 가해 건물의 용도, 지역성, 토지이용의 선후관계, 가해 방지 및 피해 회피의 가능성, 공법적 규제의 위반 여부, 교섭 경과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며, 한편, “동지를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사이의 6시간 중 일조시간이 연속하여 2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이하, 연속일조시간 이라 한다) 또는 동지를 기준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사이의 8시간 중 일조시간이 통틀어 4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이하, 총 일조시간이라 한다)”에 일응 수인한도를 넘지 않은 것으로, 위 두 가지 중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 일조방해의 경우에는 일응 수인한도를 넘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4. 9. 13. 선고 2003다64602 판결 등 참조).’고 했습니다. 대법원의 기준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연속일조시간이나 총일조시간이 확보되는 경우, 수인한도를 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손해배상청구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연속일조시간 : 동지를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사이의 6시간 중 일조시간이 연속해 2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 ·총일조시간 : 동지를 기준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사이의 8시간 중 일조시간이 통틀어 4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 다만, 일조권이 문제되는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그 지역의 토지이용 현황과 실태를 바탕으로 지역의 변화 가능성과 변화의 속도 그리고 지역주민들의 의식 등 까지 고려하는 등 상당히 복잡한 판단이 요구되기 때문에 위의 기준은 절대적인 조건은 아닙니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63565 판결 등).
일조권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제가 현재 S초등학교의 고문변호사로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 받았던 질문입니다. 초등학교 선생님께서 학교 주변의 건축물 건설 공사 때문에 초등학생의 일조권과 학습권이 침해된다며 해결 방법에 대해 문의해 왔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최근의 대법원 판결이 있는데, “초등학교 학생들은 공공시설인 학교시설을 방학기간이나 휴일을 제외한 개학기간 중, 그것도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 동안 일시적으로 이용하는 지위에 있을 뿐이고, 학교를 점유하면서 지속적으로 거주하고 있다고 할 수 없어서 생활이익으로서의 일조권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08.12.24. 선고 2008다41499 판결). 즉 초등학생은 거주자가 아닌 학교의 일시 사용자이므로 일조권 침해를 주장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보다 훨씬 크다는 점에서 한번 생각해 볼만한 판결입니다. 일조권을 악용하는 사례 제가 최근에 진행했던 소송 중에 일반적인 일조권과는 다른 사례가 있어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의뢰인 A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 앞에 B는 5층의 다세대 주택을 건축하려고 했습니다. B는 A가 민원을 제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A를 자신이 건축하는 건물의 건축사무소로 불러서 설계도면을 보여주며 B가 건축하는 건물은 옥탑이 없는 낮은 구조이고 A소유 주택의 대지와 경계면으로부터 1.1m 떨어져서 건축될 것이며, 기타 불법증축부분으로 인한 일조권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합의를 유도했습니다. 의뢰인 A는 이웃 간에 분쟁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원만히 합의했고, 금전을 요구하지도 않았습니다. 건축이 진행되고, 의뢰인 A는 완공되어가는 B의 건물의 외형을 보고 설계도에 없는 옥탑방이 건축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의뢰인 A는 B가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설계도면과 다른 새로운 설계도면으로 구청에 준공신청을 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거기에 B는 추가로 4, 5층의 외곽 부분을 샌드위치 패널로 불법 증축해 A의 주택의 일조권을 크게 침해하게 됐습니다. A의 주택은 햇빛을 받지 못해 3월 중순까지 눈이 녹지 않은 구역까지 발생했습니다. B의 건축물에 대해서 구청은 집합건축물대장에 B의 불법증축부분을 불법건축물로 명기했지만, B는 이에 굴하지 않고 나중에는 연락도 되지 않았습니다. 의뢰인 A는 B를 상대로 B소유 주택의 불법증축 부분의 철거를 청구했고, 1년간의 지루 한 소송 끝에 의뢰인 A가 크게 양보해 합의를 했습니다. 일조권은 소송에 들어갈 경우 상당히 복잡하고, 많은 시일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소송 절차 전에 원만히 해결하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