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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아티스트]윤혜진, 형식의 틀 넘어 자유를 말하다

드로잉과 페인팅, 설치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에너지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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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19호 김대희⁄ 2013.03.26 17:39:38

강렬하면서도 잘 어우러지는 화려한 색감. 어떠한 형태를 나타내는 듯 하지만 보일 듯 말 듯한 알 수 없는 모양이 추상적인 느낌으로도 다가온다. 마치 피규어나 봉제인형을 닮기도 하고 바라볼수록 궁금증을 자아내는 작품 속 자유로움이 한껏 묻어난다. “미리 계획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그리기 시작해요. 그려나가며 인과적으로 발전시키기에 마지막 완성 모습을 예측할 수 없죠. 처음 붓을 잡을 때 무작위로 한색을 고르고 나면 연이어져 많은 색들이 출몰해요. 색과 색은 이질적인 공간도 이어주고 불협화음속에 조화를 이끌기도 하지요.”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혜진 작가는 어떠한 형식보다 자유로움을 추구하며 자신만의 색을 캔버스에 담아내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의도적으로 원색을 고집하지 않았는데 그림을 그리다 보니 원색이 자신의 특징이 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녀는 그림을 그리면서 원색이 주는 강렬한 빛의 변화를 보는 즐거움은 그림에 있어서 생명과도 같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봉제인형이나 블록 등 장난감으로 혼자 놀기 좋아했던 그녀는 더 많은 장난감이 필요해서 종이인형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어느 날 제 장난감 꾸러미랑 이별해야 했고 이제 아트로서 언어를 풀어가고 있어요. 동화작가 닥터 수스(Dr. Seuss)의 ‘모자 쓴 고양이(The Cat In The Hat)’에서 이상한 캐릭터가 등장해 세상을 바꾸는 마술과 연금술에 매료됐어요. 사람도 동물도 식물도 아닌 이름 지어 지지 않는 제 그림의 등장인물은 친숙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생기를 부여 받으며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 돼요. 이 때문인지 그림에 액션피겨나 봉제인형을 닮은 캐릭터들이 자주 등장해요. 그림 속에 그들은 나의 인식을 넘는 무한한 암호로 교신을 보내고 있어요.”

종이인형 만들며 작가 입문 그녀는 일상생활에서 기록되는 그 암호와 교신들을 자동기술법을 통해 드로잉, 페인팅 그리고 설치에 이르기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그녀의 입체작품 ‘대걸레 태양(Mop Sun)’에서는 연금술적인 아이디어로 대걸레가 해를 먹고 수수께끼 같은 형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아마도 대걸레는 바닥을 청소해주는 좋은 용도를 가지도 있지만 사람들이 대걸레를 하찮게 여겨서 태양을 잡아먹은 듯하다. 그리고 진화한 대걸레의 등위에 한 소녀가 누워 일광욕을 하고 있다. 작품을 통해 대걸레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사물의 인식 변화를 보여준다. 그녀의 작업 중 표현적인 페인팅은 직관적인 붓 스트로크로 자발적인 이미지가 생기는 작업이고 초기작부터 오랫동안 그려온 방식이다. 그리고 그녀의 무의식적 드로잉에서 수없이 발견된 다양한 패턴과 면을 나누는 방식으로 시작한 것이 하드엣지(Hard Edge) 작업이다. 표현적인 작업이 땅에서 바로 캐온 원석이라면 하드엣지 작업은 원석을 도정해서 보석함에 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한다.

“하드엣지 작업을 오래하다 보면 절제되어 있는 에너지가 팽창해 또 다시 표현적인 작업을 시작해요. 그리곤 다시 여유가 생겨 신중하게 하드엣지 작업으로 반복하죠. 어떤 면에서 두 작업의 병행은 저에게 밸런스를 지켜줘요. 또한 평면에서 실제 공간으로 나온 입체 작업과 설치로 확장하기도 해요. 각각 보여지는 시각적 효과는 틀리지만 이들이 이야기하는 본질은 항상 통해있어요. 만일 한 스타일로만 고정시킨다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자유로운 형식을 통해 여러 요소를 발견하고 확장하는 것은 저의 즐거움이니까요.” 앞서 그녀는 미국에서 10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뉴욕을 도깨비 같은 도시라고 말하며 세계각지 예술인들이 모여 거대한 문화와 예술을 만들고 뉴욕커에겐 예술이란 삶 자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에 전시 소개돼 시너지 얻어 “뉴욕에서 학교를 졸업한 후 브룩크린에서 작업을 해왔는데 그곳은 상업화된 맨하탄과 달리 키치나 서브 컬처에 중심이 되는 곳이죠. 당시 첼시 공간에서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작가들을 새로이 선보이는 파격적인 전시를 몇 번 기획했었어요. 운 좋게 뉴욕타임스에 소개가 되면서 작업을 하는데 자극과 함께 좋은 시너지가 됐어요.” 그녀는 뉴욕 에이아이알 갤러리(A.I.R. Gallery)에서 첫 번 째 개인전 ‘달의 주문 (Moon Spell)’을 통해 드로잉과 페인팅 입체와 설치를 보여줬고 뉴욕 존 코넬리(John Connelly Presents)에서 열었던 두 번째 개인전은 자아 속에서 발견된 다양한 카테고리를 연결해주는 ‘잡식성 흥미(Omnivorous Interests)’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작년(2012년)에 한국에 와서 작업을 시작했어요. 새로운 진화된 작업으로 한국에서 그림을 발표하고 싶고 또한 책 출판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통하고 싶어요. 저에게 그림을 그리는 일은 예술 활동을 넘어 수행의 과정과 같아요. 마음의 중심을 잡고 진실 된 그림을 그리면서 해탈하는 것이 저의 바람이기도 해요.” 자유로운 표현으로 다양함을 담은 그녀의 작업에서 바보처럼 보이는 캐릭터 속 유머는 중요한 키다. 이처럼 그녀는 그것이 보여주는 열려있는 이야기에서 정형화된 해석보다 다양한 것을 발견하고 미소 짓길 바라면 된다고 웃어 보였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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