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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상 골프 세상만사]나는 가난해서 해외로 골프 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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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20호 박현준⁄ 2013.04.01 10:51:19

나는 몇 해 전부터 1년에 한 두 차례 해외에 가서 골프를 친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돈 많고 팔자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때로는 관광수지 역조의 주범 같은 매국노 대접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올해 역시 7월에 후배 부부를 포함, 총 6명이 말레이지아 A리조트에서 8박 일정으로 총 13라운드의 알뜰 골프를 할 계획이다. 달러를 물 쓰듯 하는 게 아니다. 사실상 1인당 경비는 93만 원에 불과하다. 저가 항공사에 미리 예약한 항공료 36만 원, 현지 골프와 숙박비 총 52만 원, 공항 픽업비용 왕복 5만 원을 포함한 것이고, 캐디도 없다. 그 외에는 현지에서 맥주나 음료 한 잔 사먹는 것 정도니 100만 원이면 골프에 숙박, 식사까지 가볍고 완벽하게 해결된다. 나는 골프 대중화를 입에 달고 사는 골프 애호가다. 10년 전에는 어느 골프잡지에서 한국의 5대 골프광으로 나를 뽑기도 했었다. 20여 년 전, 아이들이 열 살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우리 가족은 대중 골프장에서 카트를 끌며 패밀리 스포츠로 골프를 즐겼다. 그렇게 나는 골프를 좋아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이들이 성장을 해서 모두 경제 활동을 잘 하고 있지만, 패밀리 스포츠로서의 골프는 오히려 요원해졌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에서는 골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골프하는 것을 자연스레 포기한 것이다.

요즈음 나는 한국의 베스트 코스 선발을 위한 평가 작업을 하고 있다. 정말로 우리나라 코스는 참 좋다. 세계의 명문 코스라는 곳도 숱하게 가 보았지만, 우리나라 골프장처럼 잘 가꿔져 있는 골프장은 그리 흔하지 않다. 나도 우리나라 골프장에서 운동하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한다. 그러나 주말 골프 서너 번 만 참으면 외국에서 약 열흘간 원 없이 실컷 치고 올 수 있으니 국내 라운드를 참을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의 알뜰 골프처럼 국내에서 8박에 13라운드를 한다면 족히 3배가 넘는다. 국내의 중급 골프장 기준으로 한번 따져봤다. 우선 주중 10라운드를 가정하면 그린피와 카트비용, 캐디비용 모두 합쳐서 150만 원이 들고, 주말 3라운드는 75만 원, 여기에다 8박 일정으로 골프 리조텔급 숙소 비용 40만 원이 추가되고, 아침, 점심, 저녁 총24회(C급 호텔 뷔페수준)의 식사비용으로 36만 원이 소요된다. 이 외에도 주유, 톨게이트, 주차 등으로 10만 원을 추가하면 총 합계 311만 원이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의 많은 골프장이 적자투성이로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지만, 일반 골퍼들은 고비용 때문에 골프를 포기하고 산으로, 들로, 당구장으로, 때로는 스크린골프방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이것은 산지에서는 사료 값도 안 된다고 아우성치는데, 도시에서는 비싸서 한우 고기를 먹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골퍼들이 다 떠나 간 뒤에 후회하지 말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 하지 말고, 골프계에서는 힘을 모아 비용을 낮추고, 새로운 골프 인구를 끌어 들이는데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주중에는 노캐디를 허용한다거나, 노인들과 주니어들에게는 과감한 할인을 해주던가, 카트비용을 반 이하로 낮추던가, 식음료 비용을 현실 시장가격으로 내리는 등 과감한 조치가 필요한 때가 됐다. 그런 조치가 이뤄진다면, 나처럼 ‘가난해서 외국으로 골프하러 간다’는 사람이 획기적으로 줄 것이고, 이로 인해 골프장 경영 여건도 무척 개선될 것이다. - 김덕상 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OCR Inc.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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