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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아티스트]한천자, 주관적인 감정표현이 돋보이는 꽃 그림

내면세계와 조화 통해 회화적인 아름다움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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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23호 왕진오⁄ 2013.04.22 11:09:27

그림에서 말하는 창작의 묘미는 동일한 소재일지라도 화가마다 다르게 표현하는데 있다. 이는 개개인의 미적 감수성 및 조형감각의 차이에 기인한다. 소재에서 보고 느끼는 감정이 저마다 다르듯이 형태 및 색채 감각 또한 다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무엇을 어떻게 보고 느끼며 표현하는가의 문제는 순전히 화가 자신의 개별적인 감성 및 주관적인 해석의 소산임을 알 수 있다. 한천자의 수채화는 재현적인 양식을 따르면서도 주관적인 해석을 덧붙임으로써 풍부한 시각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풍경과 정물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그의 수채화는 전체적으로 담담하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가 짙다는 인상이다. 다시 말해 실제를 과장하거나 화려하게 꾸미지 않는 대신에 그 자신의 내면을 투사시킴으로써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거기에는 시적인 긴장과 함축이 내재한다.

그러기에 소재 자체의 형태가 추상적인 이미지에 의해 묻히거나 약화되는 경향이다. 이는 형태묘사를 위주로 하는 재현적인 양식에 구애받지 않고 그 자신의 감정이나 의식을 보다 선명히 부각시키겠다는 의지에 기인한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소재 자체의 형태보다는 그 소재를 에워싸고 있는 분위기를 중시하는 경향이다. 소재의 상당 부분이 생략되거나 간결하게 처리되는 것도 이에 연유한다. 배경에 선염에 의한 추상적인 이미지를 도입, 비현실적인 느낌을 살리고 있는 것도 내면을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이다. 눈에 보이는 시각적인 이해와 함께 그 자신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는데 유효하기 때문이다. 내면에서 움직이는 감정의 흐름을 시각적인 이미지로 드러내는 일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 감정세계란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작품에 따라서는 소재의 형태보다는 선염 기법과 같은 우연적인 효과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기도 하다. 구체적인 형태묘사를 지양하면서 내면에 응축된 잠재의식 및 자유로운 감정을 유도하는 것이다. 소재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색채이미지가 맑다. 이는 한 두 차례의 붓질과 선염기법으로 끝내는 데서 비롯된다. 가능하면 혼색을 지양함으로써 색채의 선도를 높이겠다는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안개꽃과 장미라는 두 가지 소재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일테면 주제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정 소재를 통해 보다 다양한 이미지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즉, 소재에 대한 구성의 다양성은 물론 기법 및 시각의 변화를 모색함으로써 소재주의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일테면 작가적인 조형감각 및 역량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그의 작업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안개꽃과 장미는 그 형태나 색채에서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한 자리에 놓았을 때 의외로 잘 어울리는 소재들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언뜻 생각하면 안개꽃은 그저 보조적인 역할을 할 듯싶지만 실제로는 장미꽃을 이끌어가는 입장이 된다. 즉, 안개꽃이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장악하고 주도하는 것이다. 꽃 하나하나는 작고 볼품없으나, 꽃이 무리를 이룰 때는 그 존재감이 의외로 강렬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장미꽃을 더욱 돋보이도록 한다. 안개꽃과 장미, 두 가지 소재의 미학 이러한 시각적인 이미지 및 효과에는 신비감마저 깃들인다. 안개꽃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묘사하지 않고 모호하게 표현할 경우 마치 안개풍경과 유사한 시각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까닭이다.

그는 이러한 시각적인 효과에다 빛과 음양의 극렬한 대비를 통해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한층 증폭시킨다. 가령 빛이 들어오는 방향은 빛의 강도를 강화하여 형태를 모호하게 처리하는 것이다. 반면에 그 반대편 음영이 지는 부분은 실제보다 더 짙게 표현함으로써 극적인 명암대비를 유도한다. 또한 밝고 아름다운 색채로 이루어지는 꽃을 소재로 하는 작업에서 빛은 작품의 전체적인 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동일한 소재 및 기법일지라도 빛의 강약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 및 인상이 결정되는 것이다. 빛과 음영의 적절한 대비 및 조화는 그림의 이미지를 명료하게 만드는데 효과적이다. 그가 색채는 빛에 의해 깨어난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렇듯이 형태미보다는 전체적인 인상을 중시하는 그의 작업은 내면세계와의 조화를 통해 새삼 회화적인 아름다움이 어디에 있는지를 일깨워준다. - 신항섭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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