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감추고 위장을 하더라도 숨길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이다. 권력을 쥔 자들과 국가들 그리고 겉으로는 성인군자를 표방할지라도 말이다. 주사기로 물감을 점으로 찍어 화면을 완성하는 윤종석(43)은 겉으로 드러난 외관 속에 숨겨진 욕망과 본능을 천으로 덮는다. 하지만 그 실체는 윤곽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우아한 세계'라는 타이틀로 5월 16일부터 6월 9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 펼쳐놓은 그의 작품들은 겉으로 우아해 보이는 세계의 이면에 무수히 존재하는 문제들을 시사하고 있다.
사회적 힘을 상징하고 있는 의자를 덮고 있는 UN 상임이사국의 국기라든지 세계 지도 등은 결국 세계는 많은 부분 힘의 논리로 운영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사회적 힘을 상징하는 의자 위에는 라이벌들의 심벌이 그려진 천들이 덮였다. 록음악의 대명사인 롤링스톤즈와 비틀즈, 축구의 명가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그리고 미국 프로야구의 양키즈와 레드삭스 등 각 분야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팀과 그룹들 그리고 라이벌 관계를 가지고 있는 상대팀과 그룹들이 의자를 덮고 있다. 개인의 욕망을 표현한 원형 테이블을 덮은 천들로 가려진 인간의 욕망의 더욱더 극명하게 현실속 인간의 감춰진 욕심을 드러낸다. 집, 금, 왕관, 자동차 등 다양한 욕망의 대상들이 원탁에 놓여있고 그럴싸하게 화려한 천들이 그것들을 덮어 놓았다. 사회적 관계를 통해 자신들의 욕망을 감추고 있지만 사실 인간 모두가 자신들의 욕망 속에서 갖고 싶어 하는 것들이다.
윤 작가는 이 화려한 이면에 가려진 욕망들을 표현한 원탁의 테이블들을 전시장에 탑처럼 쌓아놓았다. 그 맨 꼭대기에는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이 덮여있는 테이블을 설치해, 결국 이 모든 욕망들은 죽음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휴지로 그려진 이미지가 등장해 눈길을 모은다. 별과 같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우리들의 생각들을 휴지로 편안하게 드로잉 하듯이 그리고 다시 그것을 점으로 화면에 옮겨놓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우리 삶에 하찮은 휴지라고 해도 그것이 없을 때의 불편함 그리고 그 하찮은 존재가 그려내고 있는 우리의 꿈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윤종석 작가는 이번 전시이후에 도심에 세워져 있는 공공 조형물을 천으로 덮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대사관 앞에 일본 위안부 소녀상이나 맥아더 장군의 동상 등 시대정신을 표현한 동상을 천으로 덮은 후 그 이면 에 가려진 진실을 드러내고 싶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