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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로버트 오버벡 '토끼 굴에 빠지다'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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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26호 왕진오⁄ 2013.05.20 11:24:30

갤러리로 들어가는 기다란 계단이 마치 이상한 엘리스가 토끼 굴에 빠져들어 가는 경험과도 비슷한 공간에서 두 명의 아티스트가 자신들만의 작업세계를 펼친다. 현실과 비현실이 맞닿아 잇는 곳, 지상도 지하도 하닌 이 공간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기록하는 두 명의 작가 이명호와 로버트 오버벡이다. 이명호(38) 작가는 '나무 시리즈'와 '사막 시리즈'를 통해 자신이 세계 곳곳을 떠돌며 그를 기다리고 있던 장소들을 찾아내고 빈 캔버스를 설치한다. 그리기 위한 화면이 아닌, 자연이 채우도록 비워 놓는 것이다. 텅 비어있던 캔버스는 나무로 가득히 차기도 하고, 때로는 사막의 바다가 되기도 한다. 나무 뒤에 세워져, 평범했던 한 그루의 나무를 무대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줬던 캔버스는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막 바닥에 설치되어 사막을 바다처럼 보이게 한다. 캔버스라는 장치의 개입으로 더 이상 실제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명호의 '나무시리즈', '사막시리즈'는 그리지 않았는데 그린 것 같고, 현실인데 비현실 같다. 반면에 로버트 오버벡은 최첨단 그래픽 프로그램과 디지털 이미지를 사용한다. 그의 '가상 세계의 끝'연작은 3D 게임상의 화면을 캡처 한 사진 작업이다. '디지털'이란 매체는 오버벡의 작품의 시작점인 동시에 모든 것이기도 하다. 이명호 작가가 비현실 같은 현실의 끝을 찾아다닌다면, 로버트 오버벡은 실제처럼 보이는 비현실의 끝을 찾아 나선다.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이미지는 작가가 즐겨 하는 전쟁 게임 안의 풍경이다. 게임 속의 아바타는 게임이 정해놓은 전쟁과 같은 주어진 역할을 한다. 그것이 그 가상세계의 법이며 규칙이다. 그런데 작가는 주어진 현실 이상을 보고 싶어 방황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방황은 세상이 끝나버린 가장자리에서 멈춰지거나 자신과 같이 방황하는 아바타를 목격하는 지점에서 끝이 난다. '가상 세계의 끝' 시리즈는 마치 잘려나간 듯, 갑작스레 길이 끊기거나 건물의 뒷면이 사라진 풍경을 보여준다. 잘 재단되고 계획된 그래픽 세계에서 발견되는 의도치 않는 결함들이 작가에 의해 포착된 것이다. 세상의 끝과 맞닥뜨린 작가는 조심스레 그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작가가 기록한 이 세계는 이제 더 이상 현실을 모방하는 가상이 아니라 물리적 세계의 연장선상에 위치하고 있다. 이제 그는 여느 사진가와 같이, 실제 풍경과 인물을 찍는 가상 세계의 실재 사진가로 등장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세상의 끝까지 치열한 방황을 지속하여, 도달한 장소에 대한 애정과 교감을 시각적으로 재현한 이 둘의 작품을 통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토끼 굴에 빠지는 순간부터 겪게 되는 기이한 이야기들과 풍경처럼, 흥미진진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슬프다. 이들은 우리가 가지 않는 곳, 보지 못한 것들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우리를 그가 다다른 세상의 끝, 이상한 나라, 이 세상과 다른 세상이 만나는 지점으로 초대한다. 전시는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갤러리 101에서 5월 23일부터 6월 30일까지. 02-797-3093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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