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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현장 - 샘표식품 오송생명과학단지]맛있는 갤러리

연구소 가득 찬 ‘갤러리 프로젝트’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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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27호 왕진오⁄ 2013.05.20 13:28:51

하얀 가운을 입고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있는 연구실이 마치 예술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갤러리로 변신한 듯 이색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식품회사 샘표(대표 박진선)가 충북 청원군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새롭게 마련한 발효전문연구소 '우리발효연구중심'의 갤러리 프로젝트의 첫 느낌이다. 연구소를 갤러리로 변신시킨 일등공신은 박진선(63)대표의 아이디어와 의지가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샘표 창업주인 고(故) 박규회 선대회장의 장손으로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를 거쳐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박 대표는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건강한 식품이 나오고, 먹는 사람들도 행복해진다"고 강조한다. 10년째 아트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는 박 대표는 "문화활동이 생산성에 효과를 미치는지는 산술적으로 젤 수 없지만 처음에 '이런 걸 왜 하나' 하고 의문을 갖던 직원들이 점차 작품을 좋아하고 먼저 다가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소 입구부터 복도 그리고 회의실 전체가 하나의 예술품으로 변신해 벽면에 붙어있는 연구소라는 안내판을 보지 않고서는 새롭게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으로 여겨질 정도로 작품과 공간의 조화가 아름답게 이뤄졌다.

이 공간에는 사람과 문화, 자연의 결합을 모티브로 삼아 "생명의 씨앗이 모여 자연을 담아 문화를 만든다"는 콘셉트로 6개의 회의실에 마련한 '룸 갤러리'와 55미터나 되는 연구실의 복도를 캔버스 삼아 벽화를 제작한 '길 갤러리'가 꾸며졌다. 연구소 입구에는 식품회사 샘표의 역사를 담은 작품이 놓여있어 눈길을 모은다. 1969년 창동 공장 설립 때부터 함께한 대형 굴뚝이다. 1987년 이천공장 설립과 함께 해체한 후 25년간 3등분해 보관해오다 이번 연구소 개관에 맞춰 장윤규 작가의 '기억을 기록하는 화분'이라는 작품으로 생명을 부여했다. "생명의 씨앗이 모여 자연을 담아 문화를 만든다" '샘표 갤러리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번 프로젝트에는 한국 미술계를 이끌어가는 장윤규, 김기철, 이에스더, 한석현, 김보민 등 모두 14명의 작가가 참여해 연구소라는 기존의 틀에 박힌 모습을 과감히 뒤바꿨다. 회의실을 갤러리로 탈바꿈시킨 '룸 갤러리'는 6개의 회의실에 동양화와 서양화, 설치미술가, 일러스트레이션, 디자인 등 각자 활동영역이 다른 작가들이 참여했다. 한석현 작가가 변신시킨 ' 밭(Wit Field)' 천장에 싱싱한 밭을 설치했고 채소 조형물을 이용해 그 신선함이 시들지 않고 계속 이어질 수 있는 회의실이 되기를 바랐다. 신선하고 위트 넘치는 아이디어가 잎사귀처럼 놓여 있는 나무를 닮은 장식장을 상상해 설치한 작품들을 통해 신선들이 사는 윗동네처럼 편안하고 초월적인 위치에서 맑은 생각이 연구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힐링을 생각하고 꾸며낸 신하정의 '산책' 회의실은 연구원들이 잠시나마 휴식을 겸하는 자연스러운 회의실을 만들고 싶은 작가의 생각으로 소나무 숲을 거닐듯 노방 천에 그려진 수묵의 향기가 배어나오듯이 자연과 그대로의 교감하며 명상의 시간을 제공한다. 축구장을 옮겨다 놓은 공간도 이색적이다. 이달우 작가의 '플레이 그라운드' 회의실이다. 마치 축구장에 모여 응원을 하듯 팀워크를 통해 아이디어를 떠올렸으면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배어있다. 연구동을 가로지르는 55미터의 긴 복도에는 연구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이미지로 포착해 의인화된 거대한 혀로 재미있게 표현한 이에스더의 S.E.M.P.I.O가 그려져 있어 딱딱한 실험실의 분위기를 화사하고 안락함으로 변모시킨다. 이들 작품들은 제품의 생산만을 위해 회색빛 채색으로 만들었다면 비용도 절감되겠지만, 차별화되고 창의적이고 재미있으면 어떨까? 그리고 연구소가 일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또 다른 가족으로서 서로 함께 일하며 행복과 일하는 즐거움을 찾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갤러리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샘표의 갤러리 프로젝트는 맛의 가장 중심이 되는 연구시설이 작품처럼 아름답고 예술처럼 감동을 줄 수 있다면 그 곳에서 만들어지는 제품 역시 더 맛있고 예술적이지 않을까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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