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 서양의 신화적인 감성을 한 화면에 조화시키는 작품을 선보이는 이수정(30)작가의 '순환의 샘'전시가 6월 19일부터 서울 종고 수송동 갤러리 고도에서 막을 올린다. 이수정의 작품에는 그리스 신화 조각상을 중심으로 산과 구름이 병풍처럼 둘러처지고 기와집이 이어지는가 하면, 하늘에서 나팔을 부는 천사들 아래에 터키 파묵팔레가 연상되는 겹겹의 검은 물들이 아른거린다. 시공간을 초월한 화면에 담긴 것은 '물'이다. 동양사상의 출발점은 불교, 서양사상의 시작을 신화로 판단한 작가는 '유와 무'의 사이를 넘나드는 매개체로 물의 성격을 활용했다. 검게 채워진 화면에 금분으로 그려낸 형상은 '태초에 물이 있었다'고 말하듯 곳곳에 물의 흔적이 살아 움직인다. "물은 세상의 시작을 알기고 생명을 순환시키는 존재인 것 같아요. 고정되지 않고 흐르는 가운데 무한한 삶의 영속성을 보여주는 물의 신비함과 신성함이 재가 물을 그리는 이유랍니다"
여명이 밝아오기 직전의 모습을 보여주듯 어둡게 드러나는 화면에는 동양과 서양, 고전과 현대가 공존하고 있다. 경계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불교적인 색채가 은은히 배어든 작품에는 '돌고 돌며 생사를 거듭한다'는 윤회사상도 느껴진다. 2008년 대한민국 불교미술대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주목받는 작가로 알록달록한 팝아트 일색인 화랑가에서 철학적인 사고와 깊이있는 색감을 드러내며 조명을 받고 있다. 동국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지도교수 오원배 교수가 제작한 2011-2012년 강화도 전등사 무설전 벽화작업에도 참여했다. 전시는 오는 25일까지. 02-720-2233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