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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공공기관·기관장 평가’를 평가한다 “관치·정치인 탈피 참신한 인재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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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32호 김경훈⁄ 2013.06.24 14:11:21

세상에 예행연습이 불가능한 게 두 가지 있다. 바로 전쟁과 자살이다. 섣부른 불장난과 숨멈춤의 예행연습 자체가 곧 파멸과 죽음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물론 기관경영에도 연습이란 없다. 냉혹한 평가만 있을 뿐이다. 연습 삼는 경영이란 시범경영 등 극히 일부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거 말대로 경영은 평가되지 않으면 절대 개선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의 공공기관·기관장 평가를 보면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당최 평가를 위한 평가에 그치지 않았는지, 그 평가를 제대로 평가해야 하는 건 아닌지 미심쩍은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공공기관들은 한 해 평가준비 컨설팅비용으로 1000억원 이상을 쓰는 걸로 조사됐다. 평가위원에 줄 대려 애쓴다. 급기야 호황을 누리는 평가산업까지 등장했다. 6월 중순 기획재정부는 111개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과 석탄공사 등 기관장 2명은 해임건의 대상인 최하위 등급(E)을, 16명은 D등급을 받았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원전비리와 검증에 소홀한 채 해외사업에만 치중했다는 것이고, 석탄공사는 탄광사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비전제시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평가준비 컨설팅비용만 무려 1000억원 리더십·책임경영·주요사업·계량·노사관계 등 5개 세부 평가항목이 두루뭉술하다.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녹색성장 주도 기관장들이 대부분 낮은 등급을 받았다. 자원개발, 에너지사업은 특성상 투자회수 기간이 길어 초기엔 대부분 적자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나, 이들 기관 평가에 보이지 않는 사심(邪心)이 개입된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은 모두 295개다. 공기업 30개, 준정부기관 87개, 기타 공공기관이 178개다. 이들의 부채는 모두 493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국토교통부 산하 5대 공기업의 부채규모는 200조원이 넘는다. 토지주택공사 138조원, 도로공사 24조원, 철도시설공사 15조원, 수자원공사 13조원, 코레일 11조원 순이다. 연간 이자만 7조원, 하루 195억원 꼴이다. 공공기관 통합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는 기관 업무실태를 낱낱이 공개하고 있다. 노조와 결탁해 적자를 내도 수 억 원씩 상여금을 받아 세금을 축내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작년엔 순익을 못낸 공공기관장 104곳이 29억8000만원을 챙겼다. 국민세금 갖고 장난치는 것도 유분수라, 진즉 검증받았어야 옳다. 창의적 경영마인드 무장한 ‘퍼스트 무버’ 기관장 등용을 공공기관장 자리는 주로 관료와 대선 공신들이 차지한다. 관료 나눠먹기 비난에 부담을 느낀 청와대가 급기야 공공기관장 인선을 보류했다. 공공기관 인선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린다. 수요와 공급차가 너무 커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잘하면 본전, 못하면 독박이다. 최근엔 관료들의 잇단 진출에 관치(官治)·정치인 소외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공공기관장 인선기준은 국정철학 공유와 전문성이다. 업무의 전문성과 대외적 협상력, 시스템경영 구사력, 창조적 혁신 마인드는 기본이다. 국민 세금을 축내지 않는 도덕성과 진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국정철학 공유 운운은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겠다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관료에게 유리한 전문성은 그렇다 치고 국정철학은 참신한 인재의 등용을 막는 장애요인이다. 창의적 경영마인드가 생명인 공공기관장은 패스트 팔로어(일방적 추존자) 보다 퍼스트 무버(창조적 개척자)가 어울린다. 의심나는 사람은 쓰지 않고, 쓴 사람은 의심하지 않는(疑人不用, 用人不疑) 것이 인선의 기본이다. 부적격 공공기관장은 국민세금만 축내고 나라를 좀먹는다. 시작이 있어야 끝이 있듯, 시작과 끝이 한결같은(有始有終) 사람, 본말이 일치하는 평가를 보고 싶다.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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