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3호 왕진오⁄ 2013.07.01 11:07:21
생활 곳곳에 있는 물건들과 평범한 일상의 모습에서 채집된 이미지에 상상력을 더해 놓으니 동심을 자극하는 화면이 펼쳐진다. 마치 동화책을 바라보듯 입가에 즐거운 미소를 머금게 하는 그림들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작가 박현웅(44)이 펼쳐내는 새로운 판타지의 세계이다. 그의 작품에는 호기심 가득한 어린 아이들과 물질문명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환영받을 만한 재치 넘치는 이미지와 캐릭터가 가득하다. 마치 놀이동산에 놀러온 아이들의 눈을 이끄는 팝콘 기계에서 톡톡 튀어나올 것 같이 알록달록한 각양각색의 풍선들이 등장하고, 식물의 줄기에선 고급스럽고 세련된 북유럽 스타일의 그릇들이 각각 매달려 있다. 또한 화면에 등장하는 물건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의 엉뚱한 생각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회전목마에서 방금 뛰쳐나왔을 것만 같은 얼룩말, 뻐꾸기시계에서 날아올랐을 것만 같은 새, 서커스 공연장에서 자유를 갈구하며 탈출에 성공했을 것만 같은 코끼리…. 보는 이의 감성에 따라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가 관람객의 눈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작품에 들어있는 캐릭터 중에 꼬불꼬불하게 생긴 노란 머리를 가진 아이가 눈길을 모은다. 이 인물 설정에 대해 박 작가는 “노란색은 오방색에서 가장 중요한 색감입니다. 황금색을 의미하는 노란색은 권력의 상징이라 생각됩니다. 욕심과 질투의 뜻도 있겠지요. 취하는 자의 관점은 욕심과 질투이고 취함을 당하는 자는 풍요와 부를 상징합니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의 역사는 이런 질투와 욕심에서 비롯되어 계속 반복됐다고 생각됩니다. 그 밖의 풍선이나 사탕 또한 우리가 좋아하는 무엇을 대변하는 상징물입니다”라며 작가는 인간의 질투와 욕심에 관한 이야기를 장난기 가득한 어린이캐릭터를 통해 담아낸다.
박현웅 작가는 꼬박 1년을 준비한 작품으로 2013년 5월 인사아트스페이스에서 관객과의 만남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콩트(Conte)’라고 프랑스 단어로 명명한 최근 작품전에서는 하루에도 빠짐없이 그렸던 손바닥그림과 그만의 독특한 은유적 접근으로 쓴 소설이 함께 발표됐다. “2012년도에는 손바닥그림을 하루하루 일기 쓰듯이 그리다가 좀 더 구체적인 이야깃거리를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래서 작은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얻기도 하였습니다”라고 말한 그는 손바닥그림과 작은 소설쓰기를 통해 영감을 얻고,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구상해 나간다. 미술평론가 성원선은 “언어를 통해 사물은 이미지가 되고, 거기서 형상을 암시하는 이미지는 형상 없는 것에 대한 암시가 된다는 모리스 블량쇼의 말처럼 작가 박현웅의 그림은 이미지로 현현하지 못한 상상의 영역이다. 하나의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를 그려낸다”고 했다.
그리고 “그의 글들은 작품들만큼이나 조합되지 않는 서로 다른 극자들을 압축해 시각적인 이미지로 전환되는 것을 가능케 하며, 특정적 교훈을 강조하거나 원인-결과나 기승전결로 구성되어있기보다는 글 속에서 생성되는 이미지들이 새로운 상상의 세계로 마치 자유롭게 떠내려가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며 독창적인 이미지의 상상공간으로 평했다. 하루 평균 10∼12 시간 작업, 자작나무 판 깎아 만들어 그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하루 평균 10~12시간을 작업에 매진한다. 불쑥불쑥 튀어나와 있는 그의 작품은 자작나무 판을 손으로 하나하나 깎아서 쌓아 만든 부조이기 때문에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나무를 주재료로 사용했던 것은 아니다. 박현웅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금속조형학과를 나와 금속으로 수없이 실험을 해보았지만, 표현의 한계를 느꼈다고 술회한다. 재료마다 특별한 물성이 있지만 따뜻한 느낌과 함께 금속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었기에 나무를 선택하게 됐다. 이 같이 섬세하게 묘사된 배경과 부조의 절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박현웅 작가는 5월에 전시를 고집한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어른, 아이할 거 없이 모두 좋아하는 여행과 추억, 판타지, 일상 등의 소재를 작품에 담아내기 때문이다. 최근 작업은 스페인과 그리스, 스위스 등 구체적인 마을이나 자연풍경과 자동차와 기차가 등장하면서 여행에 대한 관객의 갈망을 시원하게 풀어주고 있다. 앞으로의 활동계획 대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갈구하는 것이 진정한 예술가이지 않을까요? 이제는 작가의 원화와 더불어 2차적인 작업들이 다양하게 펼쳐지리라 예상됩니다. 작가도 이제 새로워지는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그러기에 앞서 자유롭게 모든 것을 받아 드릴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라며 간접적으로 이미지와 관련된 작업과 작가로서의 마음가짐을 밝혔다. 현재 그는 AK프라자와 아트 콜라보레이션 티슈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KIAF13, 2014년 5월 선화랑에서 초대 전시로 작품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