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화면 안, 단색조의 바탕 위로 빈티지 인형이나 봉제인형을 그려 넣었을 뿐인데, 그들은 쓸쓸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표정으로 우리에게 자꾸 말을 건넨다. 생명에 대한 끊임없는 발견과 작고 사소한 사물에서도 경이로운 탄성과 표정을 찾아내는 나탈리 레테의 화법이 통하는 순간이다. 아트상품이나 그림책으로 소개되어 국내에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프랑스작가 나탈리 레테가 원작과 아트상품을 '비밀의 화원'이란 주제로 7월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롯데갤러리에 펼쳐 놓았다. 나탈리 레테(49)는 중국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에서 살며 어린이 책과 아트상품을 개발하는 일러스트레이터다. 작가는 어린 시절에 읽었던 동화 속 내용을 배경으로 친근하면서도 위트 있는 주변의 사물을 담아내는데, 다양한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미술계를 넘어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붓을 통해 화면 안에 연출되는 사물들은 사랑스러우면서도 우스꽝스럽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심술궂은 표정을 짓는다. 때로는 다정하게, 때로는 심각한 표정으로 행복과 즐거움을 뽐내면서 형형색색의 들꽃, 풀벌레, 버섯 등 주변의 신변잡기와 함께 우리로 하여금 잊혀진 유년의 추억과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은 레테는 "그림 그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위이다. 어린 시절 독일 할머니 집에 가서 숲속의 동물들과 같이 지냈던 기억이 현재의 작업에 영향을 많이 주고 있다"며 "외동딸로서 살아온 외로움이 작업에 그대로 들어 있는 것 같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선보이고 있는 작가가 가장 관심 있는 캐릭터는 "빨간 망토를 입고 엄지공주가 되어 숲속을 노닐던 자신의 분신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관심은 헨델과 그레텔 그리고 중국의 용도 좋아 합니다"고 알려줬다. 레테는 "빨강 망토가 유명해져서 어린이 동화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주제는 무한합니다. 지금 구상하고 있는 작업은 서커스나 카니발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입고 있는 의상을 화면을 펼쳐내는 것입니다"고 다음 작업에 대한 구상도 설명했다.
추상적이지 않은 그림 그리기와 작은 화면을 짜임새 있게 구성하는 구성력, 화려한 색감, 살아있는 표현력과 함께 그녀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지 한계를 알 수 없다. 자칫 너무 가볍거나 천편일률적일 수 있는 소재들이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의 그림은 때로는 즐거운 놀이이기도 하고, 딸에게 들려주는 옛날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또는 자신에게 읊조리는 독백으로 들리기도 한다. 예술과 공예의 중간적 위치에서 가벼움과 무거움, 장식성과 회화성, 상업성과 순수성 사이를 오가며 즐거운 파티를 열고 있는 나탈리 레테의 작품은 8월 5일까지 우리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