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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 주목작가 - 이종철 작가]추상과 구상, 모노톤의 ‘바로크 2.0’

균형의 불균형, 비례의 불비례, 조화의 부조화를 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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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35호 왕진오⁄ 2013.07.15 11:31:42

화면을 반으로 나누어 단색으로 칠하고 나머지는 모노톤으로 꽃을 묘사했다. 그리고 화면 위에 동그란 작은 점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또 다른 형식은 단색으로 된 화면이 사라지고 온전히 모노톤으로 된 식물을 묘사한 것으로 화면 전체를 구성해 놓았다. 두 개의 서로 이질적인 관념과 감성으로 다가오는 시각적 요소를 한 화면에 배치함으로써 극적인 대비효과를 빚으려는 시도이다. 7월 10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11번째 개인전을 위해 펼쳐놓은 작품의 단상이다. 미술평론가 고충환은 그의 작품에 대해 “바로크의 재해석 내지는 바로크의 신종버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평하면서, “르네상스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바로크는 일그러진 진주를 의미하는 것으로 균형과 비례와 조화에 연동된 르네상스의 미학적 가치개념의 대척점에 놓이는 불균형과 불비례 그리고 부조화를 싸안는 것을 의미한다고”말한다. 이종철의 바로크는 불균형과 불비례 그리고 부조화 자체를 조준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포함하는 불균형, 비례를 통한 불비례, 조화에 연동된 부조화를 지향한다.

심지어 균형과 비례와 조화를 포함하고 있으며 역동적이면서 정적인, 드라마틱하면서 정제된 고차원의 미학적 경지를 열어 놓는다. 두 개의 이질적 요소가 결합되어 하나의 의미를 갖는 형태, 즉 언어는 ‘의미’와 ‘소리’로 구성된다는 소쉬르의 말처럼, 이종철의 작품은 사물에 ‘형태’와 ‘색’을 구성한다. 그가 꽃을 그린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시각의 문제이고 논리의 문제이고 나아가 영과 일로 구성된 디지털 사회에 대한 예술적 변용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꽃과 화려한 색면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사실은 디지털 사회를 지향하고 있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무채색의 꽃그림과 원색의 추상화면이 대비 이종철의 근작은 크게 두 가지 버전으로 정리된다. 서로 대비되는 화면을 제안하는 경우와 대비되는 화면이 하나의 화면 속에 유기적으로 통합되는 경우가 또 다른 하나이다. 같으면서 다른, 다르면서 같은 상호 관계적인 이 일련의 그림들을 관통하는 형식적이고 의미론적인 핵심 개념은 대비가 되어 보인다. 서로 다른 두 개의 화면이 나란히 병치되거나 합치된 경우, 일종의 이중그림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외관상 차이가 또렷한 두 개의 화면이 대비되고 있는데, 각각 꽃을 소재로 한 구상적인 화면과 추상화면이 흑백의 무채색화면과 색면 추상을 연상시킨다. 꽃을 소재로 한 화면이 꽃이라는 특정 형상을 재현한 것을 불구하고, 감각적 닮은꼴에 연유한 친근함에도 화면에는 티타늄의 금속질감을 연상시키는 차갑고 무미건조하고 중성적인 인상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무채색의 꽃그림과 원색의 색면 추상화면이 대비되고 있다. 무채색의 꽃그림은 꽃의 실재를 형태로 환원한 것이고, 원색의 색면은 색채로 환원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래서 이 두 화면을 합치면 비로소 꽃의 실체가 온전하게 복원되고 재현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무채색의 꽃그림에다 색채의 옷을 덧입혀 모니터 화면의 픽셀을 떠올리는 작가의 작품의 주제는 바로크 2.0이라고 설정했다. 바로크는 르네상스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일그러진 진주 혹은 왜곡된 진주라는 의미의 미술사적 개념이다. 왜곡됐다는 것은 각각 균현과 비례와 조화에 연동된 르네상스의 미학적 가치개념의 대척점에 놓이는 불균형과 불비례 그리고 부조화를 싸않는 것을 의미한다. 한양여자대학교 교수인 이종철은 홍익대학교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2001년 호주의 정부장학금을 받아 호주 멜버른으로 유학을 갔다. 1996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작업과 학업을 병행해 2005년 호주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까지 11회의 개인전과 150여회의 국내외 기획전과 단체전에 참가할 정도로 왕성한 작업을 펼치고 있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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