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 파고가 인도 금융시장을 덮치고 있다. 최근 인도 루피화와 주가에 이어 채권까지 폭락하고 있다. 실물경기와 금융시장이 최악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IMF에 손을 벌리게 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세계 평균 두 배가 넘는 경제성장을 이뤄온 인도가 흔들리고 있다. 인도 전문가에게 들은 얘기 한토막이다. ‘인도를 일주일 여행한 사람은 시를 쓰고, 한 달 여행한 사람은 소설을 쓴다. 그러나 인도를 일 년 넘게 갔다 온 사람은 아무 것도 쓰지 않는다.’ 인도는 알면 알수록 어려운 나라다. 평정을 망각하고 허풍을 떨다간 망신당하기 일쑤라는 가르침이다. 겸손은 더함을 부르고, 교만은 손실을 낳는다. (謙受益 滿招損) 日 11개, 中 5개 기업 올라, 한국은 3년째 0 세계 9위권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우리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 망신을 당했다. 세계 100대 혁신기업에 우리 기업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올해뿐 아니라 최근 3년간 제로다. 평균 학력 세계 1위, 평균 IQ 세계 2위, 10만명 당 박사 최다 보유국 대한민국이 왜 이 지경에 처했나? 오만이 앞장서면 치욕이 뒤따른다는 법, 한번 뒤를 돌이켜보자.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세계 100대 혁신기업 순위를 발표했다. 일본이 11개, 중국 5개, 인도 3개, 대만은 1개 기업이 들어있지만 우리는 없다. 일본은 전자상거래 라쿠텐(9위), 생활용품 유니창(14위), 산업설비 화낙(26위), 전자기업 키엔스(36위) 등이다. 중국은 검색포탈 바이두(6위), 투자개발기업 허난슈앙후이(18위) 등이 이름을 올렸다. 혁신기업 선정 기준은 3가지다. 최근 1년간 매출성장률을 비롯해 5년간 연간투자총수익, 자체적인 혁신 프리미엄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글로벌기업의 상징인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포스코 등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애플은 지난해 26위에서 76위로 추락했다. 구글은 47위다. 전체 1위는 미국의 세일즈포스닷컴이다. 고객관계관리솔루션(CRM)을 중심으로 컴퓨팅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혁신기업 선정 기준 가운데 하나인 연간투자총수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투자 없이 수익을 기대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투자야말로 선순환의 전제 조건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은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은행에 묻어둔 예금이 너무 많다. 무려 313조원에 달한다. 기준금리 인하와 추경예산 편성으로 돈이 많이 풀렸지만 ‘돈맥경화’가 심각하다. 투자심리 위축, 스마트폰·자동차 외 성장동력 불확실 예금회전율은 2분기 3.7회로 6년 만에 최저치다. 돈의 유통속도인 예금회전율은 투자를 위해 예금을 인출하는 횟수다. 예금회전율 저하는 곧 투자위축이다. 올해 상반기 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5% 줄었다. 설비투자는 연속 마이너스다. 투자는 그렇다 치고 스마트폰과 자동차 말고 차세대 성장동력은 아직 뚜렷한 게 없다.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페이퍼컴퍼니와 관련해 우리의 조세 피난처 은닉 자산규모는 세계 3위다. 1∼2위는 중국, 러시아. 자기 것은 아깝고 남의 것은 괜찮다는 나쁜 심보다. 부가세 체납과 탈루액은 연간 11조원 규모, 세수도 한 해 9조원 넘게 덜 걷혔다. 기업투자는 줄고 곳간은 비고, 우물쭈물 하다간 큰일 나게 생겼다. 창조경제는 지우개다. 잘못됐으면 고쳐야 한다. 투자처를 못 찾아 헤매는 기업에 길을 안내해야 맞다. 누구에게나 천(賤)이 있다. 천을 감출 줄 아는 사람과 어느 정도 참을 줄 아는 사람은 격(格)이 있다. 나라도 기업도 마찬가지다. 놓치기 아까운 인도 속담이 있다. ‘위대함은 다른 사람보다 앞서 가는 데 있지 않다. 참된 위대함은 자신의 과거보다 한 걸음 앞서 나가는 데 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불굴의 의지로 다시 힘을 모으자.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