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에는 신비한 매력이 있다. 그것은 전시부터 그림에 얽힌 사건까지 다양한 관계에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에는 환희와 질투, 조롱, 모욕, 분노, 의지, 긴장감, 신비함 당혹스러움 등 각색의 감정이 드러난다. 이러한 과정에서 작품이 거래가 이루어지고, 훗날 작은 에피소드부터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건으로 작품의 가치가 높아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류를 일찍이 파악한 작가가 소비와 대량생산을 예술로 끌어들인 미국의 팝 아티스트 앤디워홀이다. “미래에는 누구나 14분 안에 유명해질 수 있을 것이다”라는 그의 말에 의미는 가치를 높이는 일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어떤 모습으로 얼마나 노출되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에 대한 강조이다. 앤디워홀의 팩토리에서 일어난 총기사건들을 통해 작품가격이 더 올라간 것처럼 유명세가 높아질수록 미술품가치가 높아진다는 근거를 뒷받침해준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최근 한국에도 작품을 둘러싼 사건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어느 대기업의 비자금 사건으로 한반도를 떠들썩하게 만들며 세상에 알려진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다. 뉴스와 신문에 머리기사로 실린 이 사건을 통해 로이 리히텐슈타인과 작품 행복한 눈물이 유명세를 탔기 때문이다. 이후 관련된 상품과 이를 차용한 작품들이 줄을 이루었다. 이처럼 유명세 덕분에 이 작품의 가치는 더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미술작품과 사회의 매스미디어는 긴밀한 관계를 맺고, 누가 어떻게 그림을 구매했는지도 작품의 가치를 높이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또한, 대중매체에 노출된 유명 연예인의 작품 활동이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미술작품에는 구매자가 어떤 가치를 두고 구매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의미가 생긴다. 몇 년 전 작품 배경의 반 이상을 에메랄드 빛 바다로 차지한 작품을 그리는 작가의 전시를 한 적이 있다. 판매가 저조한 상황에서 작품에 관심을 크게 가진 한 분이 나타났다. 그 분은 대작을 구매하면서 작품도 구성도 마음에 들지만, 올해 남편의 사주에 물이 없어 사업할 때 필요한 그림을 찾는 중에 알맞은 딱 들어맞는 그림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외에도 해바라기는 돈과 관련해 행운을 부르는 작품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또한, 작품을 판매할 때 적절한 의미를 두면서 구매를 유도하기도 한다. 작은 일화지만, 필자는 며칠 전 어느 상업화랑 대표가 쓴 에세이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견했다. 내용은 타버린 성냥개비를 그리는 한 재불 작가의 전시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전시를 주관한 화랑의 대표는 전시가 봉사로 끝날 것이라는 예감을 했다. 작품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일화 검게 타버린 성냥개비를 그린 작품을 대중들과 미술애호가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대표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전시오프닝에 많은 화환이 왔지만, 작품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시기간 중간에도 예술적 가치를 말하는 사람들은 있어도 구매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전시가 막바지가 될 무렵 미술관에 몇 작품을 판매하는 것에 만족할 때가 돼서야 미술 감상의 안목이 있는 멋쟁이 부인이 등장한 것이다. 사정이 있어 늦게 도착했다고 말한 그녀는 100호가 되는 대작 앞에 서서 작품을 유심히 보더니 그 작품을 구매했다. 하지만 화랑대표는 작품이 다시 돌아오진 않을지 염려스러웠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작품을 구매한 부인에게서 전화가 와서 집에 걸어두니 가족들의 성화에 회사로 옮겼는데 임직원들이 태우다 남은 성냥개비의 의미가 부정적이라는 말로 그림을 거는 일에 어려움을 토로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를 대면서 다시 그림을 가져갈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때 갤러리 대표는 훌륭한 기지를 발휘한다. 대표는 불쾌한 기분을 다스리고 말했다. “사모님, 우리나라 속담에도 불이 난 자리에서는 모든 장사가 더 잘 된다는 말 모르십니까? 대연각 빌딩도 화재 사건 이후 세가 더 잘나갔다던데요. 불엔 탄 성냥개비들이 많이 모여 있으니 더 사업이 번창해 갈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그는 구매자를 설득시켰다고 한다. 불에 탄 성냥개비의 부정적인 의미를 역발상 한 것이다. 글에 실린 제목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이다. 이처럼 작품은 본래의 뜻을 떠나 상황에 따라 여러 의미가 생긴다. 상황과 시대에 따라 바뀌는 미술작품은 “알 수 없는 그 무엇”이라는 표현에서 느낄 수 있듯이 작품에 대한 정답을 가진 해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여러 얼굴의 표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미술작품을 다루는 일은 어려운 조건에서도 희망의 보기도 하고, 잘 풀리는 상황에서도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큐레이터인 나는 이것을 미술작품의 매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 김재훈 선화랑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