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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 주목작가]하태임, 추상적 컬러 밴드로 그려낸 ‘소통의 통로’

다양한 색상에 작가가 부여한 스토리텔링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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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4-345호 왕진오⁄ 2013.09.16 10:54:52

컬러 밴드로 화면이 가득한 작품은 추상작가 하태임(40)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어느 순간 작가의 붓이 다른 이미지를 찾기 전까지는 그렇게 불리게 될 것이다. 하 작가의 캔버스에 컬러밴드가 등장하게 된 것은 프랑스 유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작가의 머릿속에는 온통 '소통'(疏通)의 개념으로 가득 차 있었고 가슴은 형상화를 위한 욕구로 두근거렸다. 작업실 이곳저곳에 놓인 캔버스들에는 '소통'을 형상화한 문자와 부호들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작가는 문득, 진정한 '소통'은 지식이나 언어 그리고 문자가 아니라는 것에 번뜩이게 됐다. 이후 캔버스에 그려진 문자와 부호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면서 지금의 컬러밴드의 원형과의 조우하게 된다. 언어와 문자를 넘어선 순수한 시각요소들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캔버스에 그려진 컬러 밴드들이 작가에게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양한 색상의 컬러 하나하나는 작가가 부여한 스토리텔링을 담고 있다. 노란색은 빛과 찬란한 기억 혹은 치유의 에너지이며 아이디어의 원천을 의미한다.

이처럼 저마다 개성이 부여된 컬러 밴드들이 화면에 배치되면서 작가는 스스로의 감정을 작품에 이입시킨다. 컬러 밴드들이 겹쳐지면서 생겨나는 중간색들은 작품의 창조자인 작가마저도 쉽게 규정지을 수 없는 복합적 감정의 미묘함을 드러낸다. 컬러 밴드들은 한 번의 붓놀림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일견 일필(一筆)로 그려진 것 같지만, 몇 차례에서 많게는 수십 번의 동일한 붓질을 통해 만들어진다. 컬러 밴드들을 최대한 맑고 투명하게 표현하기 위해 아크릴 물감을 묽게 만들어서 투명하게 한 획을 긋고 마를 때까지 기다려 그 위에 또 칠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컬러 밴드를 입체화한 작품 처음 선보여 하 작가에게 이 과정은 곧 지우는 작업이다. 먼저 했던 작업을 지워나가는 과정에서 색에 색이 더해지고 서로 교차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나간다. 그리기와 지우기가 한 지점에서 일어난다. 9월 26일부터 10월 5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컨템포러리에 하태임의 신작 'Un Passage' 15점이 걸린다. 이 작품들은 최근 작가의 심상을 드러내는 것으로 컬러 밴드가 더 명확히 인식될 수 있도록 1차 레이어를 단색으로만 구성했다. 이 단색 색면 위에 컬러 밴드들이 쌓이고 중첩되면서 색의 고유한 속성과 상지의미가 더욱 명확히 부각된다. 이러한 효과는 마치 우리의 눈이 화면에 닿기 1초 전 작가의 붓이 화면을 스쳐간 듯 느껴지는 긴장감과 속도감을 드러낸다. 하 작가는 "신작들에서 컬러 밴드의 투명성과 결, 중첩과 교차, 그리고 어긋남과 반복의 표현에 집중했다"고 말한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컬러 밴드를 입체화한 작품도 선보인다. 스테인리스 스틸을 자르고 용접해 다양한 두께와 길이를 가진 컬러 밴드 입체를 만든 후, 이를 중첩시켜 레이어를 만들었다.

평면 작업에서 컬러 밴드들이 만들었던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번 전시의 입체 컬러 밴드들은 보다 효과적으로 공간을 장악하면서 보는 이들에게 강력한 감정의 동요를 불러일으킨다. 하태임 작가는 1994년 프랑스 디종 국립 미술학교, 1998년 프랑스 파리 국립 미술학교(파리 보자르)를 졸업한 뒤 귀국해 2012년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 조선화랑(2000년), 파리 시떼데자르(2007년), 베이징 갤러리 아트사이드(2009년) 등 국내외에서 총 14회의 개인전과 100여 회의 단체전을 가졌다. 현재 삼육대학교 미술컨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가나아틀리에 입주 작가(2008~)로 활동 중이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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