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과 귀촌이 급증하고 있다. 엄밀히 보면 귀농(歸農)과 귀촌(歸村)은 다르다.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하는 것은 같으나 농사를 지으면 귀농, 전원생활을 하거나 다른 일에 종사하면 귀촌이다. 보통 주민등록상 동(洞)을 떠나 읍(邑)면(面)으로 이주하면 귀농귀촌이다. 귀농귀촌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주 가구는 지난 해 2만7000호를 넘어섰다. 2001년 88호에 불과했고 2009년 4000호를 돌파했으니 12여년 만에 300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귀농귀촌과 탈(脫)도시화는 60∼70년대 산업화의 아픔이던 이농(離農)현상의 종말이다. 아울러 우리 사회의 변화와 시대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귀농귀촌 급증, 주역은 50대 베이비부머세대 귀농귀촌은 농촌 교통망과 인프라가 좋아진 덕도 있지만 저성장시대 715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세대(55년∼63년 출생)의 ‘귀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들은 은퇴를 기점으로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설계하고 있다. 50대가 주축인 이들의 합류는 아이 울음소리 멎은 농촌의 신선한 활력이자 노령화와 고정관념을 깨는 변화의 서막이다. 도시 불패 신화가 깨지고 있다. 비도시인구가 해마다 증가하기 때문이다. 농촌지역 억대 연봉자도 매년 증가 추세다. 연소득 1억 이상 농업인이 1만6000명을 넘었다. 4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이 중 5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인생 시즌2, 인생 2모작을 농촌에서 시작하는 사람들이 농촌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천하지대본이라는 농업은 1차 산업이 아닌 6차 산업이다. 1차, 2차, 3차 산업 전체를 합친 것이나 다름없다. 흙을 일구는 생명의 재배과정은 물론 식품가공, 유통이 함께 아우러지기 때문이다. 농업은 이제 기업의 먹거리이자 미래성장동력 자리를 꿰차고 있다. 세계는 지금 석유위기를 넘어 물과 식량위기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촌으로 이주하는 사람들 가운데 농사에만 그치지 않고 농산물을 가공판매하고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부가소득을 올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단순한 생활 차원의 이주를 넘어 공동체를 함께 가꾸고 일구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김경석 책임연구원은 “40∼50대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농촌 이주는 지역 총생산의 증가를 가져 온다” 며 “귀농귀촌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제2의 인생을 계획하는 라이프스타일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어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는 지금 로컬푸드 열풍, 우리만 걸음마 세계적 투자 전문가 짐 로저스는 앞으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지위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개발로 농지와 식량자원이 줄고 있기에 농업과 농산물의 가치는 앞으로 더 오른다는 것이다. 농부의 지위도 격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그의 가치투자 대부분은 농산물과 수자원이다. 돈보고 일을 선택하는 게 가장 어리석다고 경고한다. 급증하는 귀농귀촌과 함께 로컬푸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때다. 세계는 지금 로컬푸드 열풍이지만 우리만 걸음마 단계다. 로컬푸드는 반경 50km에서 재배되는 지역 농산물이다. 가까운 일본은 전용매장이 1만6000개가 넘지만 우리는 고작 20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로컬푸드는 그 지역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유통하는 제3의 녹색혁명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상생한다. 우리의 도농불이(都農不二)·신토불이(身土不二),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와 같은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2008년 전북 완주에 처음 도입됐으나 아직 지지부진하다. 도시에서 지리산 기슭으로 이주해 15년째 살고 있는 시인 이원규는 농촌생활의 가장 좋은 점으로 지수화풍(地水火風)을 꼽았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맛이 제 맛이다.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되고, 서있는 곳마다 진리를 깨달아라. (수처작주 입처개진 隨處作主 立處皆眞)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