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도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면서 코스에 여러 개의 무덤이 있는 것을 봤습니다.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는데요. 골프장 설계자가 외국 분이었는데 코스를 설계할 때 참 ‘난감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무덤을 어떻게 배치해야 코스를 효율적으로 만들면서 무덤에 피해가 가지 않게 할 것이지 고민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제주도에는 묘지를 산이나 공동묘지 보다는 보통 밭에 많이 조성합니다. 밭 한가운데 묘를 쓰고 무덤 주위로 돌을 사각형으로 쌓아서 얕은 담을 만들어 놓습니다. 이 돌담을 ‘산담’이라고 합니다. 제주도에는 돌이 많은 땅 때문에 시신을 깊게 묻지를 못해서 방목하는 말이나 소, 짐승이 무덤을 훼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그런 방법으로 묘지를 만든다고 합니다. 산담은 단지 울타리 기능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조상의 영혼이 살아서 집을 드나들면서 자손을 보살핀다고 믿는 제주도의 독특한 문화입니다. 제주도는 오히려 묘지가 외부에 드러나 있어서 묘지의 위치나 크기 확인이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주도 외의 다른 지역에서는 종종 이 묘지 때문에 법률분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나의 소유로 돼 있는 임야나 산을 팔려고 했는데, 그 땅에 소유자를 알 수없는 묘지가 있는 경우, 이를 함부로 파헤치기는 어렵습니다. 단지 소유자를 알 수 없는 묘지가 있는 경우라면 괜찮은데, 묘지의 주인이 이장에 지나친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묘지가 있는 땅의 경우 묘지의 이장비까지 계산해서 매매가액을 정해야 합니다. 묘지의 개수를 세어 땅을 매매했는데도, 땅을 고르고 개발하는 단계에서 새로운 묘지가 발견돼 땅에 대한 계약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분묘의 개수 때문에 토지 매매계약이 해제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민감한 문제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장사(葬事)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되고 있습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에 따르면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해당 토지에 설치한 분묘, 묘지 설치자 또는 연고자의 승낙 없이 해당 묘지에 설치한 분묘’를 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개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묘지를 개장하려면 미리 3개월 이상의 기간을 정해 그 뜻을 해당 분묘의 설치자 또는 연고자에게 알린 후에 처리하면 됩니다. 이 때 묘지의 소유자나 연고자는 토지 사용권이나 분묘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묘지를 개장하면 될 것입니다. 현재 이를 도와주는 업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의 위 규정들은 2001년 1월 13일부터 시행 됐습니다. 그래서 그 이전에 생긴 묘지에 대해서는 법률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법의 시행시기에 따라 묘지의 처리 방법을 정리 해봤습니다. 묘지 처리 방법 - 그 묘지가 2001. 1. 13. 이후에 설치된 것이라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분묘의 연고자는 해당 토지 소유자, 묘지 설치자 또는 연고자에게 토지 사용권이나 그 밖에 분묘의 보존을 위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 그 묘지가 2001. 1. 13. 이전에 설치된 것이라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만약 그 묘지가 소유자를 알 수 없는 무연고 묘지라면 법에 따라 공고를 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묘지를 화장하여 공설 납골묘에 안치하면 됩니다. 그러나 묘지의 연고자나 소유자가 있는 경우라면 분묘기지권이라는 새로운 법률문제가 발생합니다. 분묘기지권이라는 것은 남의 땅에 내가 소유 또는 연고가 있는 묘지를 설치해 이용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토지소유자가 승낙을 얻어 분묘(묘지)를 설치한 경우, 내 땅에 묘지를 설치한 후에 분묘를 철거한다는 약정 없이 토지 소유권을 이전한 경우, 타인의 토지에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후에 20년이 지나 분묘기지권을 시효 취득한 경우에 분묘기지권이라는 권리가 인정됩니다. 분묘기지권이라는 것이 남의 땅에 내 묘지를 설치해서 사용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법률분쟁이 상당히 많이 일어납니다. 특히 묘지의 소유자가 땅 주인에게 분묘의 이장비용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경우 문제가 많이 발생합니다. 사실 이 분묘기지권 분쟁은 답이 없습니다. 협의를 통해서 해결하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해법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