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는 글씨를 쓴 사람을 그대로 닮아서, 서체를 통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짐작할 수 있을까? “백범 김구 선생은 강직한 마음을 온통 실은 듯한 힘찬 붓질의 떨림이 완연히 드러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붓놀림이 능수능란하여 흘림체에 기교가 넘치는 달필이다”(글씨에 사람이 살아있다, 한겨레신문 2000- 08-27).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부드럽고 막힘이 없으며, 소박함이 배어 나오는 달필이다”(한 폭 글씨에 ‘뜻’을 담는다, 국민일보 2001-06-09).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사들의 서체에 대한 평이다. 요약하면, 백범 김구 선생은 강직하면서 힘차고, 이승만 전 대통령은 능수능란하여 기교가 넘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부드럽고 소박하다는 것이다. 왜 사람마다 이와 같이 서체가 다를까? 서체는 어떻게 해서 달라진 것일까? 글씨를 쓰는 사람의 기질이나 신체적 특징이 영향을 준 것일까? 그렇다면, 얼굴을 통해 서체를 짐작하거나, 반대로 서체를 통해 얼굴형을 짐작할 수도 있을까? 얼굴형과 서체의 연관성을 살펴보자. 김구 선생은 전형적인 북방형 얼굴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형적인 남방형 얼굴을 가졌다. 이 둘의 서체를 통해 얼굴형과 서체의 연관성을 살펴보도록 하자. 김구 선생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각각 쓴 서산대사의 시구“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이 있다.“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모름지기 발걸음 하나라도 어지럽게 가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가는 발자취는,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라는 뜻이다.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김구 선생은 광복을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화를 위해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헌신하여 후세의 이정표가 되고자 했던 강한 신념을 나타내는 글귀인 듯하다. 두 사람이 같은 글귀를 썼지만, 서체는 완연히 달라 보인다. 두 서체를 번갈아 가면서 보면, 전체적으로 어떤 느낌이 들까? 김구 선생의 글씨는 글자들이 강약이 있고 힘차고 빠르게, 다양한 크기로 쓰여 다채롭게 보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글자들이 강약이 없이 부드럽고, 일정한 모양으로 쓰여 간결한 느낌을 준다. 이렇게 상반되어 보이는 서체들은 어떻게 해서 생긴 것일까? 김구 선생의 글씨는 글자들이 강약이 있는 다양한 모양으로 쓰여, 다채롭고 힘차게 보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글자들이 강약이 없이 일정한 모양으로 쓰여, 간결하고 부드러워 보인다. 상반된 특징으로 생각된다. 북방형 백범 김구 선생의 서체 그의 서체가 강약이 뚜렷이 대비되어 다채롭게 보이는 것은 글자들의 크기와 획들의 굵기가 서로 달라 다양하기 때문이다. 글자들의 크기, 획들의 굵기, 글자의 정교함 등에 주목해서 좀 더 자세히 서체를 감상해보자. 우선 글자의 크기에 주목해 보면, 모든 글자들의 크기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雪’ 자(첫째 열의 두 번째)는 크고, ‘今日’(바로 왼쪽)은 작다. 또 ‘中’ 자(첫째 열의 네 번째)는 크고, ‘行跡’(바로 왼쪽)은 작다. 특히, 맨 마지막 열(작은 글씨들)의 ‘年’ 자는 아주 길게 썼다. 다른 글자들도 보면, 크기가 매우 다양하다. 이와 같이 글자크기가 일정하지 않고 다양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에는 획들의 굵기를 보면, 역시 굵기도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踏’, ‘雪’, ‘野’(첫째 열의 시작) 등의 자는 굵지만, ‘後’(둘째 열의 끝에서 세 번째)자는 가늘다. 그뿐만 아니라 각 글자 내에서도 획의 굵기가 상당히 다르다. 예를 들면, ‘去’, ‘胡’, ‘亂’(첫째 열) 등의 글자이다. 이와 같이 획의 굵기도 다양한 이유는 무엇일까? 굵은 획은 강한 힘을 주고, 가는 획은 약한 힘을 주면서 썼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굵은 획에서는 강한 필압(筆壓)이, 가는 획에서는 약한 필압이 느껴진다. 또 길게 쓴 자(‘中’, ‘年’ 등)는 빠르게 쓴 것으로, 필속(筆速)이 빠르다고 볼 수 있다. 즉, 붓에 가하는 힘과 속도가 글자마다 다르고, 이로 인해 글자크기와 획의 굵기에서 변화가 무쌍하다. 마지막으로 획이 복잡한 글자들에 주목해 보면, 세밀한 획들을 흘려 쓴 것이 눈에 띈다. 예를 들면, ‘雪’, ‘胡’, ‘亂’ 등의 글자에서 복잡한 획들을 생략하거나 흘려 썼다. 이런 글씨에서는 빠른 필속(筆速)이 느껴진다. 이런 관점으로 김구 선생의 서체를 전체적으로 둘러보면, 글자들에서 다양함과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을 종합하면, 다양한 글자의 크기, 획의 굵기, 흘려쓰기 등이 적절히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있어 보인다. 즉, 다양한 글자들이 모여 전체적으로 조화(調和)를 이루고 있다. 김구 선생의 글씨는 글자에 힘을 주면서 빠르게 쓴 것으로, 강한 힘, 속도감, 다채로움, 전체적인 조화미가 특징으로 보인다. 김구 선생 자신이 이런 속도감 있는 자신의 서체를 빗대어, ‘총알체’라고 일컫기도 했다(심하게 떨린‘총알체’글씨 백범이 밝힌 그 까닭은 …, 중앙일보 2010년 09월 28일). “붓을 쥔 손에 강직한 마음을 온통 실은 듯한 힘찬 붓질의 떨림이 오롯이 드러난다”는 서평도 있다. 남방형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글자들은 대체적으로 강약이 없이 일정한 모양으로 쓰여, 간결하고 부드러워 보인다. 그의 글씨에서는 모든 글자의 크기와 획의 굵기가 눈에 띄는 변화없이 거의 일정하다. 또, 획이 복잡한 글자도 비교적 정교하게 쓰여 있다. 필압을 일정하게 조절하면서 비슷한 속도로 정교하게 쓴 것으로, 부드러움, 정교함, 균일함이 있어 전체적인 통일미(統一美)를 느낄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체는 부드럽고 막힘이 없어 유연한 달필이고, 단순한 멋과 소박함도 배어 나온다고 평가 받기도 하였다. 글자의 크기, 획의 굵기, 흘려쓰기에서 김구 선생의 서체와 비교해 보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글씨는 크기가 유사할 뿐만 아니라 획의 굵기도 일정하다. 반면에 김구 선생의 글자 크기와 획 굵기는 다양하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복잡한 글자도 한획 한획 정교하게 썼다. 반면에 김구 선생은 복잡한 글자의 세밀한 획을 생략하거나 흘려 썼다. 이와 같이 북방형인 김구 선생과 남방형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체는 대부분 상반된 특징을 보인다. 그렇다면, 다른 북방형과 남방형의 서체에서도 이런 상반된 특징은 나타날까? 조금 더 감상해 보자. 다른 북방형 인물들의 글씨와 얼굴을 보고. 같은 북방형인 김구 선생의 서체와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체 그가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쓴 휘호는 강한 힘으로 빠르게 썼고, 글자의 크기와 획의 굵기는 비교적 일정한 것이 특징으로 보인다. 글자들의 획을 보면, 전체적으로 두꺼워 강한 힘을 느끼게 한다. 또 글자‘새’, ‘代’, ‘力’ 등에서는 일부 획들이 글자 범위를 벗어나 길게 뻗어나 있다. 획을 힘차게 시작한 후, 빠르게 내뻗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에서는 갈필(渴筆)이 보인다. 이들 뻗어난 획들과 갈필에서는 빠른 필속이 느껴진다. 갈필이란 종이에 먹이 묻지 않는 흰 부분이 생기게 쓰는 획을 말한다. 즉, 붓끝이 손의 속도를 채 따라가지 못해 갈라지다 보니 흰 부분이 생긴 것이다. 김구 선생보다 좀 더 힘차고 빠른 서체로 생각된다. 글자의 크기는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비교적 일정하다. 그러나 길게 내뻗은 글자들에서 조금 차이가 나타난다. 그 글자들이 조금씩 커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글자‘代’가 그렇다. 또 획의 굵기도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면‘代’,‘重’등의 글자를 자세히 보면, 각 변들의 굵기가 조금씩 다르다. 이렇게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김구 선생에 비한다면, 일정한 편이다. 박정희 전대통령은 글씨를 힘차고 빠르게 썼지만, 글자의 크기와 획의 굵기는 비교적 일정하고, 획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썼다. 김구 선생에 비한다면, 강한 힘과 속도감은 있지만, 상대적으로 다채로움은 떨어지는 서체로 생각된다. 명지대 유홍준 교수는 “획에 힘이 한껏 들어 있어 기합이 넘치는 인상”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체 그가 즐겨 썼던 휘호 ‘大道無門(대도무문)’이다. 이 뜻은 “큰 길에는 문이 없다”이다. 전체적으로 글자에 힘을 주어 썼으며, 글자의 크기와 획의 굵기는 대체로 일정하다. ‘無’, ‘庚’(왼쪽 열 첫 번째 글자) 등은 흘려 썼고, ‘申’(왼쪽 열두 번째 글자)은 길게 늘려 썼다. 이런 글자에서 속도감도 조금 느껴진다. 변화라면, ‘無’자의 크기가 조금 작은 것이다. 이 서체는 힘차지만, 글자의 크기와 획의 굵기는 대체로 일정하고, 획 하나하나도 정교하게 썼다는 특징이 있다. 즉, 힘은 있지만, 속도감과 다채로움은 떨어지는 서체로 보인다. 이제까지 소개한 북방형 세 사람의 서체를 비교한다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힘이, 박정희 전 대통령은 힘과 속도감이, 김구 선생은 힘과 속도감에 다채로움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서체 그의 휘호 ‘訓練精到(훈련정도)’이다. 이 뜻은 “가르치고 연마하면 정교함에 이를 수 있다”이다. 빠른 속도로 활달하게 쓴 것이 가장 특징으로, 글자의 크기와 획의 굵기는 대체로 일정하다. 예를 들면, ‘訓’ 자에서 ‘言’변은 힘을 주어 시작한 후에, 세밀한 획들은 빠르게 흘려 쓰다 보니, 갈필(渴筆)이 되었다. 그 다음 ‘川’변에서는 길게 늘려 썼다. 여러 획으로 구성된 ‘訓’ 자를 이어쓰기 두 번으로 완성한 능숙한 솜씨이다. 특히, ‘精’ 자의 ‘米’변은 빠르게 쓰다 보니, 모든 획을 정교하게 쓰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이 서체는 속도감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에, “능란한 흘림체에 기교가 넘치는 달필”로 평가된다. 북방형은 힘있는 등근육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글씨를 쓸 때도 등근육이 무의식중에 자주 사용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때문에, 글씨를 힘있게 눌러쓰거나, 빠르게 써서 갈필이 생기거나, 길게 늘려 쓰게 된다. 반면에, 글자의 복잡한 부분은 정교하지 못하여 대략 흘려 써지고, 글자크기, 획의 굵기도 일정하지 않게 되기도 한다. 등 근육은 힘은 있지만, 섬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손과 팔의 섬세한 근육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되어, 정교한 손놀림에는 서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북방형의 서체는 힘과 속도감이 있는 반면에, 정교하고 가지런하지는 않게 느껴질 것으로 보여진다. 북방형인 김영삼 전 대통령과 남방형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글씨를 쓰는 자세를 비교해 보면, 확연히 다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등 근육을 사용하기 위해, 상체를 약간 숙이고, 오른쪽 어깨를 약간 앞으로 내밀고 있다. 또, ‘人’자의 오른쪽 획을 그은 직후의 모습인데도, 손등은 아직도 오른쪽으로 뉘어져 있다. 이런 자세로는 손과 팔의 근육보다는 등 근육을 사용하기 쉬운 자세로 보인다. 이 때문에, 힘차고 빠른 서체가 나오는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남방형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상체를 세우고, 오른쪽 어깨가 들린 상태로 글씨를 쓰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는 사뭇 대조적인 자세이다. 또 ‘民’자의 마지막 획을 긋고 있는 모습인데, 손바닥이 아래로 향하고, 팔꿈치는 뒤로 빠져 있다. 등 근육보다는 손과 팔 근육을 사용하기 쉬운 자세이기 때문에, 가지런하고 정교한 서체가 나오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같이 자세를 통해 북방형은 힘있는 등근육을, 남방형은 유연한 손과 팔의 근육을 주로 사용해서 글씨를 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상체를 약간 숙이고, 오른쪽 어깨를 약간 앞으로 내밀고 있다. 등 근육을 사용하기 쉬운 자세로 생각된다.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상체를 세우고, 오른쪽 어깨가 들린 자세로 글씨를 쓰고 있다. 등 근육보다는 손과 팔을 사용하기 쉬운 자세로 생각된다. 둘은 사뭇 다른 자세이다. 북방형 인사들이 대체적으로 북방형 서체를 쓰는 것으로 보아 얼굴과 서체는 강한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서로 일맥상통해 있어, 한쪽을 보면 다른 한 쪽을 짐작할 수 있다. 또 북방형 서체가 등근육과 시각의 진화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서체에 그 사람의 성격이 나타나는 것도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얼굴, 서체, 성격이 모두 진화의 결과로서, 서로 연관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체로부터 성격을 짐작해 보자. 아마도 김구 선생은 강한 신념을 흔들림없이 실천에 옮기고, 이승만 전 대통령은 일을 시원시원하면서 활달하게 빠르게 처리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일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매듭이 확실하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일을 기교없이 굵게 추진하는 성격이었을 것이다. 모두 북방형의 성격이다. 남방형 인사의 글씨와 얼굴도 들여다보자. 이 서체들도 남방형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체와 유사할까? 최규하 전 대통령의 서체 그의 휘호 ‘師道淸正(사도청정)’이다. 이 뜻은 “스승의 길은 맑고 반듯해야 한다”이다. 글자크기, 획의 굵기, 자간간격이 일정하며, 글자도 정교하게 정자로 쓰여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각 획은 일정하고, 처음에는 약간 힘을 주어 시작하고, 중간에 물이 흐르는 듯이 미끄러져 간 후에, 마지막에도 약간 힘을 주어 끝내는 것으로 생각된다. 또, ‘道’자와 ‘淸’자를 보면, 세밀한 부분까지 정확하게 쓰여 있다. 마치 서예의 교본을 보는 것 같다. 이 서체에서는 균일함, 부드러움, 정교함은 느껴지지만, 힘과 속도감은 덜 느껴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체와는 유사하고, 북방형 서체와는 완연히 달라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체 그의 휘호 ‘大鵬逆風飛(대붕역풍비) 生魚逆水泳(생어역수영)’이다(그림 20-4 좌에서 두 번째). 그 뜻은 “큰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고,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살을 거슬러 오른다”이다. 최규하 전대통령과 유사한 느낌의 서체이다. ‘大’, ‘逆’, ‘泳’ 등의 자에서는 약간 힘을 주면서 늘려 쓴 흔적이 보인다. 윤보선 전 대통령의 서체 그의 휘호 ‘愛國一念可熱千秋(애국일념가열천추)’이다. 그 뜻은 “나라를 사랑하는 한결같은 마음은 영원히 빛난다”이다. 이 서체를 보면, 가지런한 글자크기, 획의 굵기, 정교한 정자는 다른 남방형의 서체와 대체로 유사하다. 그러나 글씨가 전체적으로 각지고, 필속이 빨라 갈필로 보이는 것은 북방형 특징으로 보인다. 윤보선 전대통령의 얼굴은 전반적으로 남방형이지만, 가는 눈, 약간 뛰어나온 광대뼈, 얇은 입술은 북방형의 특징이다. 얼굴만큼이나 서체에 북방형 특징이 가미되어 있는 것 같다. 안중근 의사의 서체 그의 휘호 ‘國家安危勞心焦思(국가안위노심초사)’이다. 참으로 의사다운 휘호이다(보물 제569-23호). 이 서체를 보면, 남방형의 특징이 강하지만, 북방형 특징도 상당히 강해 보인다. 특히, 강한 필압과 속도감은 다른 북방형에 뒤지지 않아 보인다. 양쪽 특징이 모두 보이는 서체이다. 그의 서체를 두고, “명필이었다. 힘있고 단정한 글씨 하나하나에는 얼음처럼 차갑고 칼날처럼 예리한 결기가 서려 있다. 손끝이 아닌 심장으로 써내려간 필치다”라고 평하기도 한다(명필 안중근, 흑룡강신문, 2009-03-24). 이들 남방형 5명의 서체를 분석한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일정한 글자크기와 획의 굵기, 정교한 정자들이다. 이런 서체에서는 물이 흐르는 듯한 균일함, 부드러움, 정교함, 전체적인 통일미(統一美)를 느낄 수 있다. 이들 중에서는 최규하 전 대통령의 서체가 남방형 전형으로 보인다. 이런 서체는 안정감이 느껴지는 정적인 서체라고도 할 수 있다. - 최창석 명지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얼굴은 답을 알고 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