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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이제 국회가 ‘경제살리기’ 나서야…“잠자는 민생법안 100여개 깨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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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51호 김경훈⁄ 2013.11.04 15:14:19

현대·기아자동차 디자인총괄 사장(CDO)을 맡고 있는 독일인 피터 슈라이어(61)의 복장은 줄곧 검은색이다. 신차 발표 때도 검은 양복을 고집한다. 가급적 자신을 돋보이지 않기 위해서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의 독특한 철학이자 취향이다. 차가 주인이고 자신은 손님이란다. 그는 K9시리즈 등 고품격 디자인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판을 받는다. 슈라이어 사장은 특별한 경우에 속한다. 대부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격식을 차려 돋보이려 한다. 기업이나 문화도 마찬가지로 홍보에서 성패가 좌우되는 경우도 많다. 홍보(PR)는 피할 건 피하고 알릴 건 알리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요체는 돋보임의 진정성이다.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 검정 옷 고집하는 이유 인터넷 시대에 댓글은 최상의 돋보이는 방법 중 하나다. 자신의 견해를 노출시켜 정보와 참여의 가치를 주기도 하지만 자칫 극단적 견해를 부추긴다. 급기야 독자를 희롱하고 뉴스에 대한 판단을 왜곡시킨다. 실명 댓글은 그렇다 치고 익명성 댓글의 폐해성은 더 심각하다. 1872년 창간돼 세계 45개국에서 발매되는 미국 과학잡지 ‘파퓰러 사이언스’ 가 최근 댓글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내렸다. 온라인상에서 댓글 다는 기능을 폐쇄한 것이다. 댓글의 뉴스 왜곡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위스콘신대 도미니크 브로사드 교수의 여론조사를 참고한 결과다. 개인의 이익(댓글)보다 공정성이 최우선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세계적 자동차 디자이너가 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현장에서 검은 옷을 고집하는지, 141년 전통의 세계적 과학잡지가 왜 댓글 기능을 갑자기 폐쇄했는지, 돋보임과 숨김의 가치는 무엇인지, 나설 때와 그칠 때의 진정성은 무엇인지…자칫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가운데서도 이런 원초적인 의문은 사실 ‘댓글정국’에서 비롯됐다. 끊임없는 정쟁에 민생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10월 28일 정홍원 국무총리도 취임 후 첫 대국민 담화를 통해 경제살리기를 강조했다. 국정원 댓글과 NLL 의혹 등은 사법부 판단에 맡기고 경제활성화를 위해 매진하자고 했다. 특히 민생경제 관련 법안이 빨리 처리 되도록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8개월, 대치정국의 접점이 보이지 않는다. 발목 잡지 말고 손목을 잡아도 부족한데 말이다. 정치인은 대부분 부고(訃告)의 당사자가 아니면 나서기를 좋아한다. 진정성 없는 인기영합은 숲은 못보고 나무만 보는 것과 같다. 숲은 민생이고 나무는 각 당의 이익이다. 민생외면 하는 법안계류는 국회의 도덕적 해이 정치인 존경하기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네 가지 중 하나다. 나머지는 소프트웨어 정품 구입과 리모컨 없이 TV보기, 김치 없이 라면먹기다. 댓글정국에서 나타난 그들의 무책임한 행태를 보면 안다. 댓글 의혹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제도 개혁이 관건이자 수순이다. 지난 60여 년 간 경제 도약의 밑바탕이었던 기업가정신이 과도한 규제장벽과 정책개입으로 추락했다. 우리나라 기업가정신 순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주요 20개국(G20)에 가입된 40개국 가운데 27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기업가정신연구협회(GERA)가 발표하는 글로벌 기업가정신 지수(GEDI)에서 드러난 것이다. 누구의 책임인지 따질 때가 됐다.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은 100여 개에 이른다. 이제 국회가 미적댈 이유가 더 이상 없다. 입법은 전가(傳家)의 보도(寶刀)가 아니다. 국회가 나서 경제살리기에 앞장서야 한다. 경제는 심리다. 난국을 헤치는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 20년 경기불황을 겪어온 일본도 최근 들어 정부와 의회가 똘똘 뭉쳐 활기와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 년 동안 묵히고 있는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등 부동산 활성화 법안이 시급하다. 석 달째 감감무소식인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 등 일자리창출 법안도 중요하다. 외국인투자 촉진법 개정안, 창업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조세특례제한법, 중소기업 창업지원법 등은 빨리 통과돼야 옳다. 민생을 외면하는 법안 계류는 국회의 도덕적 해이(解弛)다.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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