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한 금빛의 화려한 색채로 치장한 코끼리가 화면의 중심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감상자들에게 무엇인가를 전달하려는 커다란 눈을 뜨고 자리하고 있다. 마치 동화속이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연상 시키는 장면들로 가득한 전시장의 모습이다. 이 그림들은 화가로서 첫 데뷔 무대를 갖는 권수현(39) 작가가 서울 평창동 가나 컨템포러리에 11월 8일부터 14일까지 걸어 놓는 작품들의 첫 느낌이다. 권수현 작가는 화가로서의 남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림들에는 하나같이 삶의 이야기가 쏟아낼 듯이 가볍게 보이지만 애틋한 감성을 포함하고 있다. "그림에 제 일상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그런데 저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더라고요, 모두의 이야기도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세상과 소통의 도구로 쓰이길 바랍니다."
권 작가가 붓을 들고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늦은 나이에 미술대학을 들어가면서부터 시작된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했지만, 화가로 세상에 나서기 전에 스튜어디스 생활과 방송사 리포터와 진행자로 활동하면서 붓과의 인연이 멀어졌다. 하지만 작고한 아버지로부터 화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만든 계기를 만들었다. 권 작가의 아버지는 연기자 고 남성훈(본명 권성준,1945∼2002)씨다. 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주연을 맡으며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배우였다. 권수현 작가는 남성훈씨의 딸이자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로 그리고 전업화가의 길을 걷고 싶어 하는 작가이다. "아버지가 내가 화가가 되는 것을 자주 말씀하셨어요. 유치원시절 외국 유명작가의 전집을 사다주시면서 그림을 그리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당시를 떠올리는 권 작가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내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더라고요, 오히려 자유롭게 생활을 할 수 있게 됐죠"라며 그간의 생활을 전했다. 그림이 좋아서 대학 편입시험을 준비하면서 잠자는 3∼4시간을 제외하고는 그림을 그렸다는 권 작가. 지금도 붓을 잡으면 어떻게 시간이 흐르는지 모를 정도로 그림 그리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권수현에게는 터닝 포인트다. 결혼과 임신 그리고 출산의 모든 과정을 겪는 과정에서 준비한 전시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가로서 첫 개인전을 하는 일주일이 긴장과 설렘으로 가득하다고 말한다. "신진작가가 첫 개인전을 하면서 두려움이 많이 있어요. 하지만 기회가 왔을 때 잡으려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힘이 들어도 즐겁게 일을 한 것 같아요"라고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작품에는 한계를 넘는 장면, 가족으로서 배우자가 등을 대고 있는 모습, 기회를 잡아라 등 일상의 삶 속에서 느꼈던 이야기들을 제목을 한 작품들이 등장한다. 또한 작은 요정과도 같은 이미지가 모든 작품에 들어있다. 인간이 혼자 잘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권수현의 마음의 표현이다. 이번 전시는 서울옥션의 젊은 작가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그동안 아시아프, 경향미술대전, 커팅엣지 등을 통해서 작품을 발표해온 권수현 작가의 첫 개인전이다. ☎02-395-0330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