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유엔이 정한 ‘세계 식량의 날’(10월 16일)을 맞아 국내외에서 다양한 행사가 있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식량의 날’이라면 아프리카의 기아 난민이나 아시아나 중남미의 가난한 나라의 굶주리는 사람들을 연상하고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계 식량의 날은 당장의 구호대책을 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세계 식량난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생각해야하는 날이다. 특히 금년은 지속가능한 식량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대규모 가뭄과 홍수가 세계 각처에서 빈번히 일어나 식량생산이 불안정해 지고 있다.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금세기 말에는 해수면 높이가 1미터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이로 인해 강 하구와 해변의 옥토들이 대부분 바닷물에 잠겨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다.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사막화로 굶주림에 시달린 남반구 사람들이 북반구에 있는 유럽과 북미와 동북아시아로 대거 몰려오는 사태를 걱정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줄이려는 세계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이러한 세계 상황에서 한국의 식량안보는 어떠한가? 곡물수요의 70% 이상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고 지난 10년간 쌀이 남아돈다고 쌀 생산 억제정책을 펴 자급률이 82%로 떨어졌다. 북미와 서유럽의 선진국들은 기본적으로 곡물자급률 100% 이상을 달성하고 있다. 일본은 곡물자급률이 우리처럼 30% 수준으로 낮으나 해외 농업과 곡물유통망을 확보하여 우리나라에까지 곡물을 판매하는 소위 식량자주율 100% 이상을 확보한 나라이다.
우리나라의 해외 농업과 세계 곡물시장에서의 선물거래 능력은 거의 제로상태이다. 따라서 세계 식량위기가 닥치면 우리는 중남미나 아프리카지역과 별반 다르지 않게 그 파고에 그대로 노출된다. OECD가 한국을 식량안보 취약국으로 분류하고 경고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그동안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산업화 경제성장을 하면서 WTO무역자유화 협약이나 FTA협상에서 농업을 포기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었으니 버려뒀던 농수산업과 식량산업에 지원과 투자를 해야 한다. 대부분 저소득층으로 전락한 농어민의 생활보장과 환경보전 지원금 등으로 농어민을 살려야 한다. 서민물가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농수산물을 무차별 수입하여 농어민을 파산시키는 식품가격정책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예견되는 세계 식량위기를 대비하여 식량자급률과 식량자주율을 높이는데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쌀의 자급생산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수요창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통일을 대비하여 양곡 120만톤 비축을 법제화하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쌀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실질적인 복지정책을 실현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이 식량안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식량자급실천 국민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다.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신선한 제철음식과 근처식품을 먹고 아침밥을 꼭 먹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음식을 아껴먹고 음식쓰레기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반으로 줄이면 식량자급률을 15% 올릴 수 있다. 생명공학에 의한 식량생산이 세계 식량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미래 기술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GMO에 대한 비과학적인 불안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삶의 근원이 되는 농어촌을 새롭게 창조하는 국민이 될 때 우리는 식량 걱정이 없는 선진국이 될 수 있다. -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