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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석 교수의 ‘문화가 경쟁력이다’ ⑤]한민족은 왜 어깨춤을 출까?

봉산탈춤, 경기 태평무, 호남 승무…북쪽으로 갈수록 어깨춤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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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53호 박현준⁄ 2013.11.18 11:41:32

우리나라 전통춤으로 탈춤과 태평무, 승무, 살풀이춤 등이 전해져 내려온다. 흔히들 어깨춤이라고도 한다. 신이 나서 어깨를 으쓱거리며 추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어깨춤을 출까? 우리 춤 중에서도 북부 황해도의 탈춤, 경기지방의 태평무, 호남지방의승무 등 지방마다 추어지는 춤이 조금씩 다른데, 왜 그럴까? 오랫동안 이어져온 전통춤에는 특유의 정서와 몸짓이 깃들어져 있다. 그런 춤을 오랫동안 추면서 보아왔기 때문에, 전통춤은 발달된 근육을 사용하고 동시에 그들의 시각과도 잘 어울릴 수 있다. 한국의 전통춤에는 어떤 춤동작들이 있을까? 북부지방의 황해도 봉산탈춤, 중부지방의 경기 태평무, 호남지방의 승무를 통해 우리나라의 특징적인 춤동작들을 알아보자. 또, 그 춤들 간의 동작 차이, 지방별 차이, 시각과의 연관성도 파악해보자.

한국 춤의 기본 틀은 삼박자로 인한 엇박춤과 어깨춤으로 짜여 있다. 어깨로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팔을 좌우로 흔들거나, 팔을 크게 위아래로 휘돌리거나 한쪽 팔을 어깨 위로 올리기도 한다. 탈춤은 고구려의 무악(舞樂, 춤에 맞추어 연주하는 음악), 신라의 처용무 등 각종 가면극이 조선시대 후기의 산대가면극(山臺假面劇, 산처럼 높은 무대를 만들어 그 위에서 벌이는 탈놀이)으로 점차 발전, 정립되었다. 이들은 파계승과 몰락한 양반, 상민, 무당, 거사(居士), 하인들을 등장시켜 남녀의 갈등과 서민생활의 실상, 권선징악, 현실폭로 등을 풍자와 웃음으로써 연출하는 민중극이다.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된 황해도 봉산탈춤이 유명하다. 봉산탈춤은 크게 7과장(科場)으로 나뉘고, 4과장 노장춤은 파계승놀이이다. 수행하던 노장스님이 세속에 내려와 젊고 예쁜 여자 소무(小巫)에게 반하여 파계한다. 이후, 신장수 취발이 등장하면서 노장스님과 대적하여, 노장스님을 내쫓고 소무를 차지하고 살림을 차린다는 내용이다. 전통춤을 분석하려면 춤의 동작과 의상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먼저, 춤에는 크고 빠른 활달한 동작이 있는가 하면, 아담하고 섬세한 동작도 있다. 이들 동작은 다리, 상체, 팔, 손에 의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들의 활달한 정도로 춤동작을 분석하기로 하자. 다음은 의상에 따라 이들 동작이 더욱 활달하게(크고 빠르게) 보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소무의 한삼은 팔을 움직이면 크게 나부끼게 되어 팔 동작이 더욱 활달하게 보인다. 즉, 한삼이 팔 동작을 과장한다고 볼 수 있다. 한삼이 길면 길수록, 팔 동작을 더욱 과장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의상으로는 소매와 치마, 바지, 도포자락 등의 하의도 있다. 이들의 폭과 길이로 의상도 분석해 보자. 이런 방법으로 등장인물별로 춤 동작과 의상을 분석했다(표 19-1). 동작의 활달함은 장면마다 다르지만 대체적인 경향을 분석했다. 또, 각자 의상에서는 하의 폭, 한삼 길이와 소매 폭을 분석했다.

우리 전통춤에 특유의 몸짓과 정서 담겨 이런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이 해석될 수 있다. 소무는 다리 동작은 많지 않고, 상체와 팔의 동작이 활발한 편이다. 넓은 치마(하의)와 긴 색동 한삼이 이 동작들을 과장하고 있다. 노장스님은 다리, 상체, 팔의 동작이 활발하고 이 동작들을 넓은 도포자락(하의)과 넓은 소매로 과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장수는 다리, 상체, 팔의 동작이 매우 활달하고 이 동작들을 긴 백색 한삼으로 과장하고 있다. 태평무는 왕과 왕비가 나라의 태평성대와 풍년을 기원하는 춤이다. 태평무는 경기도 무속 장단의 하나인 진쇠장단(8분의12 박자로 율동성이 강하고 박력 있는 무악 장단)에 맞추어 추어져 왔으며, 경쾌하고 절도가 있어 우리 민속춤만의 정중동의 흥과 멋을 지니고 있다. 춤동작은 섬세하고, 발디딤의 기교가 독특하며, 팔을 힘차게 뻗는 동작에 특징이 있다. 발디딤의 기교는 겹걸음, 따라 붙이는 걸음, 잔걸음, 뒷꿈치 찍기 등이 있다. 태평무는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로 지정되었고, 예능보유자는 강선영이다. 그녀가 태평무를 추는 장면들을 보면, 화려한 원삼(圓衫, 한국 고유의 여성 예복)을 입고 한삼을 손에 착용하고 빠른 진쇠장단에 맞추어 어깨를 올려 오른팔을 올리기, 팔을 높이 올려 한삼을 뿌리기 등의 상체 동작은 율동이 크고 빠르고 섬세하다. 이런 율동으로 인해 원삼의 넓은 소매와 한삼이 너울너울 움직이는 팔 동작에서 더욱 활달하고 우아한 기품이 느껴진다. 또, 원삼과 한삼을 벗고 당의차림으로 추는 겹걸음, 잔걸음, 발뒤꿈치 찍기 등 발 동작은 경쾌하면서도 잔잔한 기교가 넘친다. 이러한 동작은 흥과 신명이 넘치면서도 절도가 있는 특징이 있다.

불교적인 색채가 강한 독무(獨舞)로, 한국무용 특유의 정중동(靜中動)과 동중정(動中靜)의 정수가 잘 표현되어 민속무용 중 가장 예술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승무의 아름다움은 정면을 등지고 양팔을 서서히 무겁게 올릴 때 생기는 유연한 능선, 긴 장삼(長衫)을 얼기설기하여 공간으로 뿌리치는 춤동작, 하늘을 향하여 길게 솟구치는 장삼자락 등이 볼 만하다. 그리고 비스듬히 내딛는 보법(步法)이며 미끄러지는 듯 내딛다가 날 듯 하는 세련미는 거추장스런 긴 장삼을 더 할 수 없이 가볍게 만들어준다. 발달된 근육은 먹이를 채집하면서 진화된 결과 이매방은 호남승무(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와 살풀이춤(제97호)의 예능보유자이다. 그의 호남승무를 보면 장삼을 뿌리는 팔 동작은 다양하고 활달하다. 예를 들면, 어깨춤 추기, 오른팔로 장삼을 뒤로 뿌리기, 오른팔과 왼팔을 뒤로 연이어 뿌리기, 반대로 왼팔로 뿌리기, 위로 뿌리기, 양팔을 교차하여 감기, 손목으로 뿌리기 등으로 다양해 보인다.

이들 춤 동작과 의상에 대해서도 분석했다(표 1). 이들 동작의 분석결과를 보면, 팔 동작은 태평무보다 조금 덜 활발하지만, 다리 동작은 유사하다. 특히, 손동작이 많아 보인다. 한편, 장삼이 매우 길어 팔과 손의 동작을 한층 과장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봉산탈춤, 태평무, 승무의 춤의 동작을 종합해 보면, 팔, 어깨를 포함한 상체와 다리의 동작이 대체로 크고 빠르고, 손동작은 작은 것이 공통점으로 보인다(표 1). 한편, 북부지방 봉산탈춤의 동작이 가장 크고 빠른 반면에, 호남지방 승무의 동작은 작고 느린 것이 차이점으로 생각된다. 중부지방의 태평무는 그들의 중간정도로 여겨진다. 우리 전통춤은 의상으로 동작을 과장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상 요소의 예를 들면, 봉산탈춤의 소무는 긴 한삼, 헐렁한 치마, 좁고 길게 늘인 상의이다(표 1). 또, 노장스님은 넓은 소매, 헐렁한 도포, 붉은 가사, 손에 쥔 부채이다. 이런 의상을 입고 춤을 추면, 의상이 크게 휘날리거나 하늘거려, 춤동작이 더욱 크고 빠르게 느껴진다. 즉, 의상이 춤동작을 과장하여, 춤은 한층 역동적으로 보이게 된다. 이것도 우리 전통춤의 특징이다. 춤동작은 지방에 따라서도 달라지기도 한다. 활달하고 쾌활한 북부지방의 춤,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중부지방의 춤, 중후하고 남성적인 남부지방의 춤, 그리고 유연하고 풍류적인 멋을 풍기는 호남지방의 춤 등에서 각 지방별 춤동작의 형을 찾아볼 수 있다.

나아가서, 우리나라 춤과 같은 형태는 티베트, 몽골, 중국의 북동 지역과 일본의 일부 지역, 시베리아 에스키모인들의 춤에서도 볼 수 있다. 특히, 북부지방의 봉산탈춤이 활달한 북방계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전통춤의 동작은 우리의 발달된 근육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춤을 추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발달된 근육이 사용되어 지기 때문이다. 잘 발달된 근육은 먹이를 채집하면서 진화된 결과이기 때문에, 진화의 관점에서 춤 동작을 생각해보자. 또, 춤동작은 우리의 시각특성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우리가 오랫동안 보아 왔기 때문이다. 북방형은 시베리아에서 사냥을 했기 때문에, 등과 다리 근육이 발달된 것으로 생각되었다. 예를 들면, 사냥에서는 창던지기, 창찌르기 등과 같이 등 근육으로 체중을 실어 힘과 속도를 내는 동작들이 많았기 때문에 등 근육이 사냥감을 쫓아 많이 돌아다녔기 때문에 다리 근육이 잘 발달된 것으로 보였다. 한편, 남방형은 열매따기와 조개잡이로 팔과 손 근육이 발달되게 되었다. 이렇게 발달된 근육은 무의식중에 우리 전통춤에도 자주 사용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북방형은 등과 다리 근육을 많이 사용하는 춤을, 남방형은 손과 팔 근육을 많이 사용하는 춤을 추게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지방별로 다른 유전자 비율, 잘 발달된 근육, 지방별 춤을 연결시켜 생각해 보면, 북방형이 많은 황해도에서 등과 다리 동작이 많은 봉산탈춤을, 남방형이 많은 호남에서 손과 팔 동작이 많은 승무를 추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표 1). 이런 경향은 북방형이 많은 몽골과 남방형이 많은 동남아시아의 춤을 비교해 보면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북방형이 많아 덩실덩실 어깨춤 춘다 등과 다리 근육이 잘 발달된 북방형이 춤을 추면,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게 될 것이다. 먼저, 어깨춤을 추기 위해 어깨를 들썩거려 보면, 등 근육이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천천히 걷거나, 빠르게 뛰거나, 다리를 굽혔다 폈다 해보면, 덩실덩실 춤을 추게 된다.

우리나라는 북방형이 많기 때문에, 자연히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게 되는 것이다. 실은 봉산탈춤과 승무도 모두 이런 어깨춤에 속하지만, 다만 북부지방과 남부지방의 유전자 비율이 조금 달라서, 동작의 활달함 차이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전통춤의 의상은 대체로 소매 폭이 매우 넓고, 상의가 매우 길고, 손에는 긴 한삼을 달고 있다. 이것은 동작을 더욱 크고 빠르게 과장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왜 이렇게 동작을 과장해야 할까? 이렇게 과장된 동작들은 북방형의 운동시와 맞아떨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3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로는, 만약 시각특성과 맞지 않아 보는 사람이 별로 없는 춤이었다면, 그 춤은 생명력을 잃고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이 때문에 전통춤으로 전해지기는 어려웠다. 두 번째는 우리 전통춤에서 넓은 소매와 긴 한삼 등은 거추장스러움에도 불구하고 계속 등장한다. 세 번째는 우리의 전통의복인 백의도 우리의 시각특성과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였다. 전통춤도 전통의복과 같은 맥락인 것이다. 이런 의상의 예로는 농악대의 상모 꼭대기에 매달린 긴 흰색 끈, 긴 두루마기 자락, 펑퍼짐한 치마폭, 긴 옷고름 등도 들 수 있다. 농악대원들은 이런 운동시 때문에, 상모 꼭대기에는 흰 끈을 길게 달고, 허리춤에는 좁고 긴 천을 달고, 몸을 날려 춤을 추는 것 같다. 강한 운동시를 짐작하게 하는 장면이다. - 최창석 명지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얼굴은 답을 알고 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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