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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큐레이터 다이어리]러시아 리얼리즘 미학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미술대학은 전통 회화 계승의 대표적 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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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54호(창간) 박현준⁄ 2013.11.25 13:09:12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미술대학은 18세기 중반 창설되어 근대를 지나 현대까지 250년이 넘는 전통이 살아있는 곳이다. 필자는 대학 재학 시절 이 학교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러시아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 레핀의 작품을 보면서 느꼈던 감동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내면의 울림과도 같았다. 졸업 후, 갤러리 일을 막 시작하면서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친 것이 있었는데, 바로 구자동 작가의 전시였다. 밖에 걸린 작품을 보고 사실적 표현에 놀라 들어간 전시장에서 이 분이 상트페테르부르크 미술대학을 졸업한 사실을 알고 더욱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당시 전시장에서 구자동 선생을 직접 만날 수 없었지만, 전시장에서 보았던 작품들은 가슴속에 연이은 친밀감이 들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미술대학은 어떤 곳일까. 러시아는 19세기 후반 사실주의(리얼리즘) 미학을 바탕으로 문학, 음악, 미술 등 예술분야의 황금기를 이룬다.

특히, 미술 분야에서 ‘이동파’는 민중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이른바 노동의 아름다움과 전제정치로부터의 해방을 표현한 작품들로 오늘날 러시아 리얼리즘 미술의 바탕을 이루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동파의 수장인 이반 니콜라예비치 이반 크람스코이(1837∼1887)는 이상과 공상을 철저히 배제하고, 재현에 중점을 두는 작품과 비평으로 사실주의 선두자로 활동했다. 러시아 사실주의의 거장인 이반 예피모비치 레핀(1884∼1930)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미술대학에 입학해 크람스 코이의 예술적 지도를 받아 성장했으며 졸업 이후 작품 ‘볼가 강의 뱃사람들’를 탄생시키며 사실주의 대표작가로 활동했다. 1882년, 레핀은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옮겨 사실주의 회화에 몰두 1894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아카데미의 역사화 교수가 되었다. 이러한 역사를 기반으로 한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미술대학은 전통과 더불어 러시아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회화전통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레핀 아카데미라고도 불린다.

이 레핀아카데미의 수업은 탄탄한 기본기의 배우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데생의 기초부터 철저한 교육을 받는다. 사물의 재현하는 데 있어서 날씨, 공간 등의 변화에 따른 구조, 모양, 색감, 질감에 대한 표현방법을 하나하나 해부하며 세밀하게 배우기 때문에 완벽한 한 작품의 완성을 위해 수없이 많은 연습스케치(에스키스)를 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인체구조의 이해를 위해 해부학 수업이 필수이며, 그 몇 년의 그림들은 졸업 작품 한 작품을 위한 습작에 불구하다. 이러한 정규교육과정을 마치고 돌아와 활동하는 작가들과의 인연은 2012년 구자동 초대전에 이어 올해 11월, 박성열, 곽윤정 초대전시가 선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기대되는 박성열, 곽윤정 부부 작가 전시 전시된 작품들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서 아우라가 느껴진다. 마치 현장에서 느끼는 계절감을 오감으로 받고 있다는 느낌까지 든다. 박성열, 곽윤정 작가는 부부이다. 러시아 유학길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가장 가까이서 서로 지켜보고 작업하며 지내왔지만, 작품에서는 각각의 개성이 드러난다. 필자가 보기엔 박성열 작가의 진지하고 우직한 모습과 곽윤정 작가의 발랄하고 경쾌한 모습이 각자의 작품에 그대로 표현된 듯하다. 계절로 보자면 전자는 가을과 겨울, 후자는 봄과 여름이다. 그래서 두 작가의 전시가 열리는 전시장의 모습도 사계를 모두 담아 놓은 모습이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순수한 창작의욕을 간직하고 있는 이 두 작가의 이번전시는 단순히 사람들의 관람에 끝내는 것이 아닌 사실주의 회화를 공부하는 미술학도들은 물론 많은 젊은 작가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미술에서 다양한 장르가 존재하며, 발전하는 양적인 성장도 중요하지만, 질적인 성장도 중요하다. 그만큼 기본적인 실기교육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교육이 중요한 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새로운 것을 지향하는 관점도 중요하시만, 창작에서 순수한 창작의욕으로 다져진 기본적인 아카데미즘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더욱 강조하고 싶다. - 김재훈 선화랑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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