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세포처럼 유동적이고 분열하는 듯 한 모습을 담아낸 추상회화들이 전시장 벽에 걸렸다. 새의 움직임을 주제로 자유로움과 역동성을 보여주는 '2013 매트릭스 시리즈'도 함께 한다. 간송 전형필 선생의 손녀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전인아(43) 작가가 12월 6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 본관에 펼쳐놓은 '합-매트릭스'전의 풍경이다. 작가는 살아있는 세포처럼 쉼 없이 움직이며 그 생성의 근원을 찾아가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때로는 인체의 부분이나 다른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형상은 생물 형태적 추상에 가깝다.
전인아가 2007년부터 주제로 삼아온 매트릭스는 생성의 근원이나 발생지를 의미하며 작업마다 등장하는 인체, 새, 물고기, 껍질의 형상은 매트릭스의 은유이다. 작가는 친숙한 대상인 자연물을 가시화해 화면에서 조화를 이루고 확산시켜 개개의 작업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고자 한다. 'Shell of Stock'시리즈는 세포처럼 분열하고 쉼 없이 움직이는 유기체적인 모습으로 큰 벽면을 채우고 있다. 유기체적 곡선의 사용, 여성을 연상시키는 아이콘들, 배경과 대상을 융화시키는 절충적 색상의 여백은 작업의 여성성을 부각시킨다. '2013 매트릭스'시리즈에는 새의 형상이 과거 작품에 비해 보다 분명하게 부각되고 있다. '새'는 자유로움이며 신화나 설화에서는 인간의 조력자이기도 하다.
이 시리즈에 나타나는 새는 작은 화면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고 있다. 틀이나 시간에 무관하게 마음의 흐름을 따른다. 새는 형상이 모호할 뿐 아니라 남성이기도 여성이기도 한 중성적 성격을 가진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감춤과 숨김의 아름다움을 찾고자 한다. 또한 여백의 강조는 둥근 생물 형태적 대상과 개체의 모양, 스며드는 질감의 색채와 함께 작업의 여성적 특징을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전시문의 ☎02-720-1524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