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란 직업을 가지다 보니 보통 사람과는 거의 인연이 없는 교도소, 구치소를 동네 슈퍼마켓 드나들 듯이 자주 가게 됩니다. 특히 이런 국가 중요 시설은 내비게이션에도 그 명칭이 검색되지 않아서 직접 주소를 검색해서 찾아다니는데, 상당히 외진 곳에 있는 경우도 있고 의외로 도시 한복판에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맡게 된 형사사건 중에는 법원의 재판 단계에서 사건을 선임한 경우도 있고, 경찰 또는 검찰의 조사 단계에서 사건을 선임한 경우도 있습니다. 형사사건은 피해자의 고소 또는 수사기관의 인지 → 경찰 또는 검찰의 조사 → 기소 → 법원의 재판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법원의 재판 단계에서 제가 사건을 선임한 경우, 이미 조사를 마친 피의자신문조서, 참고인 진술서 등 수사기관에서 만들어진 자료를 열람하고 재판에 임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의뢰인은 이미 경찰과 검찰에서 조사를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상당 부분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이 시점에서는 의뢰인과의 대화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불구속 재판을 받는 경우라면 언제든지 볼 수 있지만, 구치소에 수감 있는 경우라면 아무래도 자주 보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구치소에 있고, 어떤 경우에는 교도소에 있을까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구치소에 있게 되고, 판결이 확정된 후에는 교도소에 수감되게 됩니다. 그런데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교도소 내에 구치소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변호사가 의뢰인을 잘 도와주려면 일단 구치소에 갇혀 있는 범인을 만나서 전후 사정을 들어봐야 합니다. 그런데 구치소·교도소 공무원이 못 만나게 하거나, 만나더라도 옆에 앉아서 대화 내용을 다 듣고 기록한다면 의뢰인과 변호사가 방어를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피의자와 변호인 대화비밀은 일정 한도에서 보장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법 제34조 등에서 이를 재확인하는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변호인이나 변호인이 되려는 자는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이나 피의자와 만나고 물건 등을 주고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집니다. 변호인이 신체 구속을 받고 있는 자와 만나는 것을 접견(接見)이라고 하고, 여러 가지 이야기와 정보를 주고받는 것을 교통(交通)이라고 하는데, 이를 합쳐 ‘접견교통권(接見交通權)’이라고 합니다. 형사사건 변호인의 가장 중요한 권리 중에 하나입니다.
우리 헌법은 법원에서 유죄의 확정 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무죄라고 추정하는 원칙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설령 죄를 범한 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잘못 만큼만 처벌받아야 함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수사와 기소는 국가기관인 검사가 합니다. 검사는 증거의 수집 등 모든 면에서 범인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습니다. 따라서 범인의 입장에서도 검사와 대등한 자격을 가진 법률전문가, 즉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만약에 구치소나 교도소에서 피고인이나 피의자의 접견을 못하게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과거에는 변호인이 수용자(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된 자)를 만나는 자리에 수사관이 입회해 대화 내용을 기록하고 심지어 사진촬영까지 하는 관행이 있었습니다. 수용자가 변호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검열하기도 했고, 변호인이 수용자와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대법원에서 1990년 변호인의 접견교통을 금지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증거능력을 부인)는 판결을 내려 수사기관의 불법적인 변호인 접견권 침해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4조의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은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의 인권보장과 방어준비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권리이므로, 법령에 의한 제한이 없는 한 수사기관의 처분은 물론, 법원의 결정으로도 이를 제한할 수 없다”고 판시해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접견교통권이라도 무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구치소 안에 있는 의뢰인(수용자)을 만나러 가면, 유리로 된 방에 안내를 받아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이 유리로 된 방안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녹음되거나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없습니다. 다만, 교도관이나 수사관이 수용자와 변호인의 대화가 들리지 않는 거리에서 지켜볼 수는 있습니다. 또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8조 제1항은 수용자의 접견에 대해 공휴일은 제외한다고 하며,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9조에 따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접견을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