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모 실장은 강남의 유명한 패션업체의 초보 디자인실장으로 의욕이 넘치는 리더다. 따라서 그녀는 디자인실의 모든 업무를 본인이 직접 처리한다. 시즌 테마는 패션 브랜드에서 아주 중요하다. 시즌 테마를 정확히 잡아야 다음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박 실장은 시즌 테마를 직접 결정하고, 스토리 보드를 만드는 일에도 일일이 관여했다. 이 모든 과정을 직접 체크하다 보니 언제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러던 어느 날 유럽의 유명한 디자이너인 조르지오가 이런 박 실장을 보고 무척 놀라워했다. 조르지오는 “박 실장님, 그런 식으로 일을 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아니, 성공은커녕 몇 시즌도 못 채우고 탈진할 겁니다”고 했다. 이에 박 실장은 “그렇잖아도 우리나라에선 디자인실장들이 몇 시즌밖에 못해요. 아이디어가 고갈되고 체력이 소진되어 더 이상 버티지 못하지요. 간혹 롱런하는 디자이너도 있는데, 그들은 천부적으로 소질을 타고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유럽은 어때요?”라고 답했다. 직접 일하지 말고 시스템을 고민하라 조르지오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 디자인실장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조르지오는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디자인실장은 직접 일하지 마라. 실장이 바쁘면 전체 흐름을 놓치게 된다. 실장은 어떤 스케줄로 가고 있는지, 어떤 디테일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지, 전체 흐름을 항상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부하 직원들이 잘하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라. 실장이 직접 스케치 한 장 만드는 동안, 직원들에게 맡기면 열 장 이상이 나올 수 있다. 그걸 보고 어떤 점을 보완해주고 키워줄 것인지 고민하라. 부하들의 성공이 모여 실장의 성공이 되는 것이다. 실장은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떻게 디자인실을 운영할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이다. 실장은 절대 일하지 마라!’ 이 사례는 대부분의 리더라면 모두 공감이 가는 내용일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변명을 할 수도 있다. ‘누군 그걸 몰라서 안 하는 줄 알아? 나도 내가 직접 하지 않고 직원들을 시키면 편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 그런데 우리 직원들이 미덥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가 직접 하는 거고…또 실패하면 안 되는 중요한 일이 대부분이고, 항상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접 할 수밖에 없다고…’ 김 교수는 “리더는 무조건 일에 뛰어들지 말고 전체를 조망하면서 작업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누구에게 맡겨야 할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도와줘야 할 것인지 등을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면서 “리더가 그렇게 고민할 때 직원들은 성장하게 되고, 자신도 여유로움 속에서 조직을 통찰할 수 있다. 리더가 바쁘지 않으려고 노력할 때 비로소 지혜가 생긴다. 죽도록 열심히 일해서 좋은 성과를 내겠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보다는 열심히 하지 않고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리더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자신들이 바쁜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성과를 잘 내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항상 야근을 하지만, 그와 반대로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은 항상 여유롭다. 이들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기에 그럴까? 김 교수는 “그건 리더가 효과적인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 여유 있게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오늘 일과 중에서 비효율적인 것은 무엇인가? 어떤 일을 버려야 하는가?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가? 어떤 일을 더 계속해야 하는가?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지속하는데, 이것이 바로 시스템이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시스템이란 바쁘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성과를 잘 낼 수 있는 체계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성과를 내야 하듯이,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시스템을 연구하는 것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평소에 시스템을 연구하지 않으면 평생토록 허덕이며 소처럼 죽어라 일만 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지혜로운 리더는 불평에 감사한다 박 실장과 직원들이 열심히 일을 한 결과, 드디어 품평회가 열렸다. 생산업체 직원들과 유통업계 관계자를 비롯해 판매 사원들도 초대를 받았다. 박 실장은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하지 않고 다른 직원에게 맡겼다. 품평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기 위함이었다. 프리젠테이션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누군가가 “2단계 론칭 전략이라고 소문만 요란하더니 별거 없네!”라고 비꼬는 것이 아닌가. 정완판 판매 사원이었다. ‘완판’이라는 이름은 완전히 잘 팔아치운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정완판은 브랜드 업계에서 까칠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브랜드의 문제점을 족집게처럼 집어내 불만을 터뜨리기 때문이다. 박 실장은 4년 전 품평회에서 정완판을 처음 만났다. 그때 다른 판매 사원들은 디자인실장의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했지만, 정완판은 “실장님, 이건 디자인이 예쁠지 몰라도 실제로 판매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반인이 입기에는 너무 튑니다”고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박 실장도 처음엔 이런 그가 싫었다. 하지만 품평회를 마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완판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디자인실장으로서 이런 피드백을 받기는 쉽지 않았다. 그녀는 정완판을 디자인실로 불러 판매 사원으로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 사항을 들었다. 그리고 그의 불평을 충분히 반영해서 디자인을 수정한 결과, 어마어마한 대박이 났다.
김 교수는 “대개의 리더들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불만이나 비난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부하 직원들 역시 리더의 심기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조직에서 리더와 부하 직원들의 관계가 이런 식으로 형성되면 조직 내의 진짜 문제점과 개선점을 찾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면서 “리더가 부하 직원들의 불평에 기분 나쁘다는 반응을 보이면 그들은 더 이상 리더에게 불평을 쏟아내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리더에게 손해가 된다. 불평은 열정의 다른 표현이다. 리더라면 불평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그 불평을 지혜로 바꾸면 될 것 아니겠는가”라고 언급했다. 독불장군은 멸종될 수밖에 없다 행복한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리더와 부하 직원들 간의 좋은 관계, 또 동료들 간의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비결이다. 직장 내에서 좋은 관계를 맺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교수는 “우선 관계의 법칙을 이해해야 한다. 관계의 법칙은 이 세상에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나’란 존재는 ‘나 아닌 것(땅, 물, 공기, 햇빛 등)’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며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돼 의지하고 있다. 우리는 다른 존재의 도움 없이는 한순간도 살아갈 수 없다. 그런데도 자기 혼자 힘으로 산다고 생각하는 독불장군들이 있다. 이건 슬픈 일이다. 왜냐하면 그 독불장군은 이내 도태하고 고립되어 멸종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부하 직원들의 도움 없이 성공할 수 있는 리더는 있을 수 없고, 리더의 도움 없는 부하 직원도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이 시대에 조직 내에서 행복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관계의 법칙을 깨달아 독불장군처럼 혼자 잘났다는 생각을 버리고 리더와 부하 직원들이 함께 도와 나가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불교에서는 사람의 생각을 의(意)라 하고, 말을 구(口), 행동을 신(身)이라고 한다. 이 세 가지를 일컬어 삼업(三業)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의미한다. 업은 어떤 것의 원인이 되어 결과가 생긴다는 말인데, 흔히들 ‘인과응보’라 하기도 하고, 원인과 결과의 법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뭐라고 부르든 마찬가지로서 모두 그 사람의 생각, 말, 행동이 원인이 되어 그 사람의 인생을 결정한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생각, 말, 행동에 의해 좋은 업을 짓기도 하고, 나쁜 업을 짓기도 한다. 때문에 불교에선 그 사람의 현재의 생각, 말,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의 과거를 알 수 있고, 또한 그 사람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리더십이란, 리더의 생각이 말과 행동으로 나타난 것으로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마찬가지로 지금 리더가 어떤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보면 그 리더의 리더십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생각, 말, 행동은 반드시 원인이 되어 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면서 “만약 리더가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다면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 대해 깊이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위대한 지도자였던 윈스턴 처칠은 “누군가를 훌륭한 사람으로 만드는 최고의 방법은, 그 사람이 이미 그렇다고 믿는 것이다”고 말했다. 리더가 부하 직원이 잘할 수 있다고 믿는지, 부하 직원을 믿지 못하는지, 리더 자신의 생각에 따라 리더십이 달라진다. 부하 직원들은 자신을 믿어주는 상사를 위해서라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신을 믿지 못하고 사사건건 간섭하고 비난하는 리더에겐 반발하기 마련이다. 김 교수는 “부하 직원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려면 리더 스스로 부하 직원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자신이 부하 직원들을 무시하는지 아니면 존중하는지를 스스로 알아차려야 한다. 리더의 생각은 그대로 말과 행동으로 부하직원들에게 투영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프로필)김종명 한국리더십센터 교수 - 학력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 동국대학교 박사 수료 - 경력 현) 삼성SDS 멀티캠퍼스 파트너 교수 (주)닉스 CEO 역임 (주)보성어패럴 CEO 역임 서울보증보험 차장 - 저서 <리더 절대로 바쁘지 마라, 2013> <코칭방정식, 2012> <(세상을 바꾸는 공주병)아이엠, 2006> - 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