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8호(송년) 박현준⁄ 2013.12.23 14:02:52
최근 H 크림이라는 화장품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일이 있었습니다. 이 크림은 피부가 놀라울 만큼 좋아진다고 해서 ‘기적의 크림’이라 불리기도 했는데요. 알고 보니 피부에 기적을 일으키는 성분은 화장품에 금지된 ‘스테로이드’였습니다. 과거에 스테로이드는 바르기만 해도 피부에 있던 문제 증상이 바로 완화돼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빠르게 감소하는 피부증상 만큼이나 스테로이드는 부작용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의사들은 스테로이드 제재는 처방을 받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고,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TV에서 선전하는 상처 치료 연고도 종류에 따라 스테로이드가 포함된 것이 있으니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는 것이 의사들의 의견입니다. 문제가 됐던 ‘H 크림’은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수입사에 대해 이미 판매 중지 조치와 물품 회수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그런데 판매를 대행했던 홈쇼핑에서는 그 이후 6개월간 이를 숨겨오다가 기사화 된 후에야 제품 회수 및 환불 조치를 취해서 비난을 받았습니다. 판매 당시 “저를 믿고 구매하세요!”라고 이야기 했던 쇼핑 호스트에게도 원망이 쏟아져 결국 그 쇼핑 호스트는 믿음도 잃고 피해자들에게 사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전체 제품이 아닌 일부 제품만이 회수 조치됐고,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음에도 제품을 판매한 홈쇼핑, 제품을 수입한 수입사, 외국에 있는 화장품 제조사 간에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에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입니다. 2012년 2월 개정된 화장품법에 의하면 화장품 성분에 의해 피해가 발생한 경우 화장품 제조업자와 제조판매업자에게 책임을 지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화장품은 별도의 유통회사를 통해 판매되고 있습니다. 화장품법 규정 애매, 홈쇼핑업체 대응도 문제 그래서 수입 화장품의 성분의 문제로 피해를 입은 경우에 제조업자는 국내에 없고 유통회사에게 책임을 묻기에는 법적 근거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제조사나 수입사는 화장품의 리콜 문제를 알릴 의무가 있지만, 유통사인 홈쇼핑 측은 법적인 책임이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래서 ‘H 크림’을 판매한 홈쇼핑 업체에서도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주면서 법적 책임이 아닌 ‘도의적 책임’을 지고 보상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홈쇼핑 업체가 정말 책임이 없는 것일까요? 홈쇼핑 업체는 법적으로 ‘통신판매중개업자’입니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 20조 2에 따르면 “통신판매중개자는 소비자에게 정보 또는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지 아니하거나 제공한 정보가 사실과 달라 소비자에게 발생한 재산상 손해에 대하여 통신판매중개의뢰자와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홈쇼핑 업체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기는 하지만, 화장품법 제13조에 따르면 화장품의 제조업자 또는 판매자는 의약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할 수 없습니다. 기능성화장품의 안전성·유효성에 관한 심사를 받은 범위를 벗어나거나 심사결과와 다른 내용의 표시 또는 광고, 기능성화장품 및 유기농화장품이 아닌 화장품을 기능성화장품 및 유기농화장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가 잘못 인식하도록 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해서는 안 됩니다. 통신판매중개업자의 과장 광고는 오랫동안 문제가 돼 왔습니다. 피해 입었다면 한국 소비자원에 구제신청 해야 일단 피해를 입었다면, 한국소비자원에 구제신청을 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한 경우 먼저 한국소비자원에서는 피해를 받은 소비자와 상담을 하고 화장품의 내용물이 제대로 돼있는지에 대해 시험 검사를 해서 소비자가 진정 화장품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는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제조사에 일정한 금액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라는 합의 권고를 하게 되는데 제조사에서 이에 응하지 않는 경우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됩니다. 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추가적인 검사 후에 조정결정을 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 과정에서 해결이 됩니다. 그러나 제조사에서 결국 조정안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