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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 큐레이터 다이어리]카카오톡 미술 시대

바탕 없는 아날로그에서 피는 디지털 꽃은 금방 시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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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59호 글·신민 (정리 = 왕진오 기자)⁄ 2013.12.31 18:53:11

 

카카오톡으로 갤러리 전시소식을 알리고, 작품이미지를 전송하는 행위는 일상이 되었다. 바야흐로 카카오톡으로 작품을 공유하는 시대이다. 그러다 보니 유명한 전시를 이미 본 것만 같고, 작품에 대해 아는 것만 같다.

필자만 해도 급히 작가들과 의논할 때 카카오톡으로 작품이미지를 주고받으며 일을 하기에 그 편리함을 충분히 안다. 하지만 직접 전시장을 가보지 않았으면 그것은 결코 본 것이 아니고 아는 것이 아니다. 작품을 겉도는 아우라와 재료의 냄새, 중량감 등은 높은 화소라 할지라도 절대 전해지기 힘든 감성적 요소들이다.

문득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던 감흥, 다시 보기 힘든 전시를 놓친 아쉬움을 꽤나 크게 느끼던 시절. 현재는 집에서 인터넷 다운로드를 받아 최근 개봉한 영화까지 볼 수가 있고, 언제든지 전시 리뷰들을 볼 수 있는 곳이 인터넷 사방에 널려 있다 보니 체험을 열망하는 강도가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케이블 방송 tvN에서 방영중인 '응답하라 1994'는 그때 그 시절의 향수를 자극함으로써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드라마이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마음이 푸근했다.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는 마음을 녹이는 무언가가 있다. 서툴렀던 행동 혹은 부끄러웠던 사건이 이제 추억으로 남은 것에 위안을 삼으면서 한편으론, 순수하고 용기 있던 그 때가 낭만적이었다는 점을 깨닫는다.

무엇보다도 따뜻한 낭만이 느껴지는 중심에는 아날로그가 있다. 휴대폰이 없으니 한번 통화할 때 설명을 자세히 하고, 연락이 어려우니 그리운 이에게 손으로 편지를 쓰고,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는 음원이 없으니 좋아하는 노래들을 카세트에 녹음해서 선물 한다. 아울러 다운로드라는 개념이 없으니 영화관에 한번 가는 일이 기념이 될 만한 소풍이 되는 것 모두 아날로그 시대의 선물이었음을 디지털 시대에서야 비로소 체감한다. 미래지향적인 디지털 시대에 살면서 왜 그토록 아날로그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회상적 드라마에 몰입하는 가에 대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디지털 기술은 우리의 감각을 대신한다. 버튼을 누르면 대신 움직여주는 것들로 인해 실시간 소통이 매우 편리하지만 때문에 어떤 여운이 없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광경 중 하나는 혼자 핸드폰 게임을 하거나 앞에 친구를 두고 다른 친구와 카카오톡을 쉴 새 없이 하는 모습이다. 그러니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손바닥 치며 다 같이 게임을 하고, 하나의 TV로 드라마 보며 옥신각신 얘기를 나누는 드라마 속 광경이 아련한 그 시절일 수밖에 없다.

문화의 촉감과 향기, 풍경…응답하라 친구들아!

그 외에도 응답하라 1994의 인기장면 중 공중전화에서 삐삐에 음성녹음을 하는 모습, 언제 올지 모르는 연락을 전화기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모습, 친구가 길을 못 찾을 까봐 노심초사하는 모습 등이 있다. 그리움과 여운이 가득한 순간들, 온몸으로 가슴 졸이거나 벅찬 순간들이야말로 잊을 수 없는 추억임을 느끼는 데서 비롯하는 것 같다. 정리해보면 향수는 곧 낭만에 대한 이야기이자 아날로그의 힘에 대한 메시지이다.

손끝에 만져지는 촉감, 코끝에 닿는 향기, 눈앞에 펼쳐진 풍경, 생생한 소리의 울림을 디지털이 대신 할 수는 없다. 디지털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만 그것이 감성적 풍요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라이브 공연장이나 축구경기장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그곳에서는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가득한 공기를 느낄 수 있다. 뮤지션이나 축구선수들이 순간 뿜어내는 에너지는 그들 자신도 이전에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고, 그들이 흘리는 땀과 관객의 열기로 인한 습도, 환호성으로 인한 울림이 TV시청이나 mp3로 듣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차원의 것이다.

실제 접촉하는 공기는 그것이 음악이건 미술이건 스포츠건 오감을 열리게 하지만 디지털로 전해지는 것은 얄팍한 단면에 불과하다. 모든 감각세포들이 활발히 움직여질 때 몰입과 집중도는 높아진다. 디지털 매체는 다양한 정보통이지 다양한 감각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으로 접한 정보는 타인에게 전할 경우 한 두 문장에 그칠 수밖에 없다. 반면, 손이 아닌 발을 움직여 전시장을 갔던 이는 똑같은 디지털을 이용할지라도 전하는 이야기의 깊이가 다르다. 직접 찍은 사진, 구입했던 기념품 내지 전시엽서, 함께 갔던 친구와의 대화, 오갔던 길의 풍경이나 날씨에 대한 느낌 등 하나의 이야기 거리를 담아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필자도 직접 보고 느낀 작품에 대해서는 지인에게 감흥을 전할 수 있지만 화면으로만 접한 이미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평가도 할 수가 없고,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을 버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아날로그의 힘을 잃지 않고 디지털을 플러스알파로 활용하는 것이 진정 이상적인 디지로그 정신이라 생각한다. 예컨대, 미술전시를 직접 관람한 후 카카오톡에 그날의 이야기를 남겨보거나 댓글로 그저 좋아요 버튼을 누르기 전에 직접 가보는 열정을 발휘해보면 어떨까.

아날로그는 삶에 있어 단단한 밑거름이다. 그 영역이 잘 다져지지 않으면 그 위에 피어난 디지털이란 꽃은 금방 시들 수밖에 없다. 디지털로 생활이 점령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직접 만나보자. 미술도 음악도 친구도. 응답하라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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