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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복지 칼럼]통일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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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62호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2014.01.20 13:40:32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온 나라가 통일 열기로 뜨겁다.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열정이 아니라 말꼬리를 잡고 시비하느라고 바쁘다. 과연 이 나라가 통일을 할 수 있는 나라인가 묻고 싶다. 신창민씨가 ‘통일은 대박이다’를 쓴 것은 통일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우리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었고, 모두들 우려하는 통일비용은 분단이 가져온 양측의 국방비와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대통령이 이것을 인지했다고 하는 것은 통일을 향한 우리의 항로에 큰 진전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면 과연 통일은 가능한가? 내가 보기에는 지금의 상황으로는 남과 북의 통일은 불가능해 보인다. 김병관 예비역 육군대장이 월간조선 1월호에 기고한 글처럼 북한의 급변사태에 북한에 진입할 수 있는 군대는 중국군이지 한국군이 아니다. 만약 북한주민들이 남한보다 중국을 선호하면 우리는 북한을 영구히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금 통일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북한주민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남북한 신뢰프로세스가 여기에 꼭 맞는 말이다.

우리사회가 먼저 정의롭고 정직한 사회가 되어야 북한주민의 마음을 얻고 함께 살고 싶은 나라가 될 수 있다. 북한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법과 제도가 만들어 져야 한다. 이를 위하여 통일특별법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여기에는 (1) 북한정권에 대한 정치적 보복 금지 (2) 북한 지방자치제의 인정과 지원 육성 (3) 북한의 토지와 부동산을 북한 주민에게 균등 분배하는 원칙 (4) 남한 국민의 북한내 부동산 연고권 포기  (5) 남한 자본의 북한내 무차별 유입 제한 (6) 통일을 대비한 일정 식량의 항시 비축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은 ‘한반도 통일 후 식량안보와 식품산업 발전전략 연구’에서 2015년을 통일 시점으로 했을 때 170∼250만톤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이 연구를 근거로 ‘한반도 통일과 식량안보(식안연, 2012)’을 출판하였으며, 통일미 120만톤을 비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매년 60만톤의 쌀을 2년간 비축하고 2년 후에는 쌀가공산업으로 방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정부 추가예산은 4800억원으로 추산되며 이는 2013년도 외교통일예산의 11.8%에 해당한다.

급격한 통일사태가 발생하였을 때 비축양곡이 있다고 해서 북한주민에게 즉시 공급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가 있어야 되는데 통일이 되었을 때 이 법을 만들려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저소득 영세민에게 식량을 무상으로 공급하는 복지제도를 남한에서 먼저 시행해야 한다. 남한 국민의 7%에 해당하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복지 향상을 위하여 1인당 월 10kg의 쌀쿠폰을 무상 지원하여 쌀과 쌀가공제품을 교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추가예산은 8100억원으로 2013년도 복지예산의 0.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통일이 되면 북한주민의 대부분이 저소득층에 해당될 것이며 이들은 한국 국민으로 자동적으로 쌀쿠폰 혜택을 받게 된다.

통일특별법으로 북한주민들의 생활터전이 안정되고 통일이 되면 그들의 식량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된다고 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강력한 통일 응집력이 될 것이다. 이러한 힘을 우리 안에서 키워내지 못하면 통일은 불가능해 진다.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한 것은 이러한 응집력을 키울 통일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하겠다는 선언으로 보고 싶다.

-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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