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관광 명소 영도대교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주말이면 관광객 2만 여명이 모인다. 선박이 통과할 수 있도록 다리 상판이 열리는 도개(跳開) 장면을 보기 위해서다. 부산 중구와 영도구를 잇는 국내 최초의 연육교이자 도개교다. 지난해 11월 27일 47년 만에 개통됐다.
길이 214미터의 영도대교는 애환과 영욕이 서린 곳이다. 6·25동란 당시 임시 수도 부산에 몰린 피난민들의 애절한 사연이 가득하다. 영도 출신 가수 현인이 부른 ‘굳세어라 금순아’는 아직도 부산시민의 심금을 울린다. 올 가을 영도대교 축제에서는 6·25 때 헤어진 가족을 다시 만나는 ‘이산가족 이벤트’가 열린다. 영도에는 부산 제1의 기업 한진중공업이 있다.
부산시민 심금 울린 영도대교, 희망과 절망이 교차
3년 전에도 영도대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관광버스가 아닌 시위버스로 가득 찼다. 조선소가 있는 영도구 일대는 ‘희망버스’로 아수라장이 됐다. 한진중공업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부산 영도는 희망과 절망이 교차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해외수주 실적이 전무했다. 극심한 경영난으로 근로자 400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그로부터 3년 후, 한진중공업 노조에 59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당시 노조는 김진숙 민노총 지도위원의 고공농성과 함께 10개월간 장기파업을 벌였다. 1월 17일 부산지법 은 불법 파업으로 회사 측의 손해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리해고나 조직의 통폐합 등 구조조정은 회사의 고유권한이며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노조의 파업수단도 점거와 파괴행위를 일삼는 등 법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봤다. 아울러 파업의 원인에는 회사의 잘못도 인정돼 노조의 책임을 손실액의 80%로 본다고 했다. 울산지법도 지난해 12월 공장을 무단 점거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원에게 9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텅 빈 도크와 공장, 정리해고와 장기파업이 남긴 건 무엇인지 자명하다.
기업이 없으면 근로자도 없다. 나보다 우리가 먼저다. 안보가 흔들리면 국가도 없는 것과 같다. 최근 유감스럽게 군을 존중하지 않는 일련의 사태가 국가를 좀먹게 했다. 군이 경기 군포시 LH 미분양아파트 91채를 관사로 계약하자 입주예정자들이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다. 군 사택을 혐오시설로 보는 비뚤어진 시선이 섬뜩하다.
노조에 배상 판결, 기업이 없으면 근로자도 없다
전북 임실군에서는 지역주민들이 군부대 이전을 반대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35사단 사령부 앞에 컨테이너 철탑을 설치해 확성기로 장송곡과 투쟁가를 밤새 틀었다. 이 부대는 적절한 보상과 적법한 수용절차를 거쳐 이전했다. 도가 지나친 님비현상이 위험수위에 다 달았다. 국가를 지키는 군의 자부심에 대못을 박는 상식이하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한진중공업은 2500억 규모의 회사채 상환에 성공해 경영에 탄력을 받았다. 컨테이너선 26척과 LPG선 8척 등 20억 달러를 수주했다. 2년치 일감을 확보한 셈이다. 주력 생산기지인 필리핀 수빅과 영도조선소의 투 트랙 전략이 주효했다. 공간이 좁은 영도조선소는 고부가가치선 수주에 주력하고, 수빅조선소는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에 주력했다.
한진중공업 기업문화실장 정철상 상무는 “3년 전 희망버스 사태는 돌이키기 싫은 기억이다. 선박수주가 전무한 극심한 경영난 아래서 내편, 네편 가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이제라도 상생과 배려의 큰 틀에서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정상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물며 겨울철새도 수십 마리씩 창공을 날 때 서로를 배려한다. V자형 대형을 이루는 이유가 과학적으로 규명됐다.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한 공기역학 원리다. 영국 왕립수의대 스티븐 박사팀이 붉은볼따오기를 이용한 생체의 비밀을 저명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나보다 우리가 먼저다, 남에게 좋은 게 자기에 이롭다. (易地思之 自利利他) 설날을 맞아 새길 게 있다. 새해는 새로운 1년을 얻는 게 아니다. 절박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영혼을 얻어야 한다.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